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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⑩ <끝> 10개월 이어진 토론 대장정

중앙일보 2010.12.02 00:08 종합 27면 지면보기



큰 화두는 ‘일자리 늘리기’
보수와 진보 양측 대표, 상생 위한 합의점 도출



‘보수-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의 11월 토론회가 지난달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우리 사회의 고용 문제를 집중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종한 경성대 교수,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원덕 사회통합위원회 계층분과위원장, 김태기 단국대 교수, 최강식 연세대 교수. [김성룡 기자]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가 공동 주최한 2010 연중 기획 ‘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가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막을 내렸다. 3월 31일 ‘한국사회 이념논쟁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첫 토론을 한 이래 10개월간 지속된 ‘토론 대장정’이었다. 정치·경제·문화 등 우리 사회를 떠받칠 공통분모를 모색하는 작업이었다.



‘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의 마지막 토론 주제는 ‘고용위기, 해법은 없는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은 주제 선택이었다. 사회통합의 기본 토대가 ‘일자리 창출’임을 새삼 확인했다. 지난 10개월간 전개된 각종 이슈 논쟁의 종점은 결국 고용문제 해결이었다.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직업을 통해 삶의 보람을 찾도록 하지는 뜻이었다.



 이 대목에서 좌파와 우파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김태기 단국대(경제학) 교수와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각각 보수와 진보 측 발표자로 나섰다. 이원덕 사회통합위원회 계층분과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최강식 연세대 교수와 김종한 경성대 교수가 보수·진보 측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회통합의 기초는 일자리=보수, 진보 측 발표자 모두 우리 사회의 거듭 새로워짐을 강조했다. 경제성장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고, 노동시장 질서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적자원 주도형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생산성 향상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낮은 생산성, 낮은 고용률에서 높은 생산성·높은 고용률로의 구조조정이 목표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에 ‘고용 보호 vs 고용 유연화’가 사사건건 맞서는 ‘흑백 이분법 논쟁’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직난 vs 구인난=대기업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동시 발생하는 모순, 비정규직의 지속적 확산, 청년·여성·고령자 실업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됐다. 최영기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고임금-고복지-장시간 근로가 행해지는 현행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근로시간을 조정해 비정규직쪽으로 일자리를 나누어 보자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많이 모여있는 산업단지의 환경 개선과 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공정한 거래를 정착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유기적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사주 제도’를 적용해볼 것을 제안했다.



 ◆국가냐, 시장이냐=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국가의 역할에 있었다. 진보 쪽은 국가가 적극 나서서 고용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쪽은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했다.



최강식 교수는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려 했던 시도가 성공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한 교수는 “우리는 고용이 국가의 주요 정책의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나마 수도권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실한 대학교육, 만성적인 자금난 등이 중첩된 지방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고용위기, 해법은 없는가’ 관련 보수 - 진보 학자간 합의사항



①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모형과 전략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향상하고 고용률을 높이는 인적자원 주도형 경제성장모형을 지향하자. 만성적인 장시간 근무관행을 개선하자.



②‘고용보호’ 대 ‘고용유연화’의 논쟁을 넘어서서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경쟁·보호·지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한편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근로자의 선택범위를 확대하고 임금체계도 유연화해야 한다.



③‘대기업 구직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중소기업 정책이 고용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개별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보다 지역 차원, 중소기업 일반의 기업환경 개선 투자를 우선해야 한다.



④ 비정규직 관련 직무에 상응하는 공정한 임금관행을 확립하고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등 근원적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⑤ 고학력 청년이 선호하는 지식기반 서비스, 사회서비스 등 신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며, 청년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여성 고용촉진을 위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사회전체가 나누어지도록 지원하자. 일과 가정이 병존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 등 근무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고용 창출 성장으로



보수 김태기 교수 (단국대)










보수 김태기 교수(단국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지난 20여 년 두 가지 충격에 직면해왔다. 하나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불어 닥친 세계화 열풍이다. 다른 하나는 198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강성 노동운동과 대립적 노사관계라는 내부혼란이다. 세계화는 노동수요 측면에, 노동운동은 노동공급 측면에서 큰 충격을 주면서 고용 없는 성장과 일자리 불안을 야기했다.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모형과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 모형은 경제성장과 생산성, 그리고 고용률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임금을 결정하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개별 기업은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게 되며, 결국 채용이 늘어나 경제 전반의 고용률도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이는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인적자원 주도형 경제성장 모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고용창출을 동반하는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이다.



기득권의 남용, 남성 위주의 고용 관행, 불합리한 취업 장벽, 편의주의적 법제도 운영 등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질서가 마련돼야 해결할 수 있다.



노사갈등 탓 주장은 잘못

고용의 눈으로 정책 봐야



진보 최영기 선임연구위원 (경기개발연구원)










진보 최영기 선임연구위원 (경기개발연구원)



지금의 고용위기는 복합적이다. 고용의 양과 질이 다 문제가 된다. 일시적 경기회복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이다. 고용률은 60% 안팎을 넘나들며 아직도 199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증가, 아웃소싱과 간접고용의 확산, 영세 자영업의 몰락 등으로 고용의 질적 악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마찬가지다. 임금·숙련도의 불일치 문제, 사업체 입지에 따른 교통·편의시설 접근성, 기업문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과 외국인력 수입수요를 들어 청년층의 눈높이를 문제 삼는다. 하지만 이는 일자리의 질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고용문제를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경제사회정책으로 인식하자. 국가전략 차원에서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사관계만 탓한다든가 고용유연화만 해결하면 문제가 풀릴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고용은 경제산업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고용의 눈으로 경제산업정책을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장·고용 복합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동시에 고용·복지 복합전략이 구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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