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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의 안정성장이 국가안보의 초석이다

중앙일보 2010.12.02 00:08 종합 34면 지면보기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으로 한반도에 안보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에도 이상(異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성장의 동력(動力)을 잃고 경기하강세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4.2%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2월(-10.4%)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설비투자 역시 전달보다 9.5% 줄었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도 지난 7월 84.8%에서 79.5%로 떨어졌다. 재고는 전달보다 1.2% 줄어든 반면 출하(판매) 대비 재고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지수는 지난 7월 95.2에서 102.6으로 높아졌다. 기업들이 판매 부진에 따라 생산을 줄이면서 재고 조정에 나섰다는 뜻이다. 경기 둔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장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10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했고,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연속 떨어진 점도 걱정스럽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자랑했던 한국 경제가 자칫 하강세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일부 지표의 부진은 계절적 요인과 지난해 말 빠른 경기회복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5%의 경제성장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같은 낙관만으로 경제가 좋아진다면 오죽 좋을까마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그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당장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증폭된 한반도에서의 안보위험(리스크)이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데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는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 말대로 올 연말 이후 경기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안심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 예측기관이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대 후반과 4%대 초반으로 낮춰 잡았다.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만으로 성장 둔화를 막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경계심을 가지고 닥쳐올 경기 악화에 대비할 수는 있다. 정부의 낙관론이 걱정되는 이유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과천에서 열린 ‘위기관리 대책회의’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인한 불안 요인과 대외 불확실 요인이 상존(尙存)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각 부처에 당부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그에 걸맞게 경제상황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은 단기적인 경제 위협 요인과 중장기적인 성장 둔화 요인이 겹친 불안한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낙관보다는 냉정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이야 말로 국가안보의 초석(礎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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