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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33) 그들이 살의(殺意)를 꺾은 이유

중앙일보 2010.11.29 10:03
오랜 만입니다. 바쁘기도 했고, 게을렀고, 피곤도 했습니다. 긴 공백에도 많은 분들이 객석을 지키고 있더군요. 감사한 일입니다. 간단한 에세이 하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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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영화 '적인걸'보셨나요?



중국 유일의 여황제 측천무후. 그는 성대한 황제 등극세리머니를 치르고 싶었습니다. 거대한 불상을 만들도록 했지요. 취임일에 맞춰 불상이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상 제작 현장에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합니다. 이유없는 죽음이 있을 리 없습니다. 측천무후는 배후를 밝혀내라고 명령하지요.



당시 측천무후 암살 음모는 끝이 없었습니다. 당나라의 충신이었던 '적인걸(狄仁傑)' 역시 그 중 한 명이었지요. 영화 속 그는 측천무후 시해에 가담했으나 발각돼 감옥에 갖힌 신세였습니다.







그러나 적인걸 만큼 이 살인사건을 잘 처리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측천은 감옥에 있는 그에게 사건 조사를 맡깁니다. 거대한 컴퓨터 그래픽을 배경으로 드라마틱한 범인 추적 장면이 이어집니다. 적인걸의 활약으로 범인은 집히지요. 범인은 측천무후의 취임 세리머니 때 불상이 넘어지도록 꾸미고 있었습니다. 넘어진 거대 불상이 측천무후를 덮치게 해 측천을 살해하자는 기획이었지요.



측천무후 반대 세력이 꾸민 일입니다. 범인은 바로 적인걸과 절친했던 친구였습니다. 그들은 한 때 당(唐)왕조 복원을 위해 손을 잡았던 동지였었습니다. 그러나 적인걸은 이제 측천무후의 사람이었었고, 측천을 암살하려는 옛 동지와 적으로 만난 겁니다.



적인걸은 사건을 해결 한 뒤 도성을 떠나며 측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황제에 오르십시요.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후대는 꼭 이(李)씨로 하여금 잇게 해 당(唐)왕조롤 복원시켜 주십시요"



서극이 만든 영화 적인걸은 '측천이 결국 왕조를 다시 이씨에게 넘겨주었다'는 자막을 끝을 맺습니다.



그다지 잘 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영화 속에 담긴 '철학'이 저의 관심을 끌었지요. 영화를 보고 나서 왠지 장이모 감독의 영화 '영웅'이 생각났습니다. 배역도 다르고, 스토리도 다르고, 영화 감독도 달랐지만 두 영화는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영화 '영웅' 속 살해 대상은 진시황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진시황의 목을 노렸지요. 나라를 빼앗은 분노의 앙갚음입니다. 주인공 우밍(이연걸 분)은 진시황의 목을 딸 수 있을 만큼의 거리로 다가갑니다. 칼 한 번 내려치면 죽일 수 있는 거리였지요. 그러나 그는 시해 직전 칼을 내려 놓습니다. 바로 앞 자객이었던 찬지엔(양조위 분)역시 같은 상황이었지만 시해를 포기했습니다.







그들이 칼을 내려 놓은 이유는 단 하나 '천하(天下)'에 있습니다. 자객 찬지엔이 진시황 살해를 위해 떠나는 우밍에게 써 준 단어가 바로 '天下'였지요. 그 뒤에는 '一統'이라는 말이 이어집니다. '天下一統', 천하통일이지요.



대륙은 춘추전국시대를 지나면서 찢기고 나눠져 있습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지요. 지식인들은 그 분란의 시대를 마감하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고, 힘을 가진 자가 진시황이었습니다. '천하를 통일해 수습하고, 지긋지긋한 나라와 나라 간 싸움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당신, 진시황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그에 대한 살의를 꺾은 이유입니다. 진시황을 죽인다면 원한이야 갚겠지만, 또다시 천하가 분란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였던 겁니다.



두 영화에서 빼 낼 수 있는 공통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공산당'입니다. 적인걸이나 우밍, 그리고 찬지엔이 인정해야 했던 절대권력을 지금의 공산당과 바꿔보면 어떨까요.



"공산당이라는 절대권력이 있기에 중국 대륙은 통일될 수 있다. 당이 없으면 대륙은 다시 찢기고 나뉘어져 전쟁을 겪게 될 것이다. 공산당이 통일된 평화발전의 시기를 이끌고 있으니 대들지 말아라. 적인걸, 우밍, 그들이 그랬듯 말이다."



두 영화에는 '당이 없으면 불안해 질테니 공산당을 인정하고, 따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겁니다. 파룬궁, 티벳분리, 신장폭동, 대만독립 등 저항 세력에 대한 경고로 들립니다.



두 영화 뿐만 아닙니다. 국내에서 '연인'이라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십면매복'에서도 반역의 무리는 소탕됩니다. '황금갑'도 친족 간 다툼이 있었으나 절대권력을 가진 형제가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다 그렇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중국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그 답을 찾다보면 '국가'라는 큰 벽을 만나게 됩니다.



다음 칼럼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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