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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과학고 면접…세종과학고는 어떻게?

중앙일보 2010.11.29 06:14



2명의 면접관이 적성·인성 평가
지원서류 진실성 여부도 가려







“면접 질문은 모두 학습계획서에서 나왔어요.” 13일 오전 세종과학고에서는 자기주도학습전형 개별면접이 실시됐다. 면접을 막 끝내고 나온 금나현(서울 신남중 3)양은 “내용을 자세히 물어봐 대답하느라 진땀 뺐다. 혹시 몰라 수학·과학 문제풀이를 준비했는데 그런 질문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면접은 문제풀이 능력과 교과지식을 평가했던 기존 구술면접을 폐지한 후 실시된 첫 면접이었다.



13일 오전 9시30분 세종과학고 3층. 이 학교 자기주도학습전형에 응시한 154명의 학생들이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례를 알리는 종이 올리면 정해진 순서대로 6개의 교실에 한 명씩 들어가 면접을 봤다.



이시곤(서울 중대부중 3)군이 인사를 하고 2명의 면접관과 마주 앉았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학습계획서에 썼는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자세히 말해보세요.” 이군은 면접관의 질문에 “학교에서 환경이 파괴되는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대체에너지 개발 연구에 힘을 쏟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어진 10분 간의 면접에서 ‘탐구대회를 준비하며 겪은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했는가’‘독서경험에 수학과 과학 분야의 책만 기재했는데 그 외에 읽은 책은 무엇인지’‘과학자가 됐을 때 학생의 장점과 단점’ 등 총 4가지 질문을 받았다. 모두 이군이 써낸 학습계획서에 기초한 질문이었다.



면접의 평가요소는 ‘학업적성’과 ‘인성·리더십’이다. 보통 과학고 면접하면 떠올리기 쉬운 수학이나 과학문제를 묻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면접 질문은 학생의 실험과 학습활동, 장래계획, 독서경험, 인성영역으로 나뉘어 나왔다. 영역별로 고르게 평균 4개의 질문을 했다. 2명의 면접관의 역할은 각자 다르다. 한 명은 수학과학 관련 적성도를 주로 평가하고, 다른 한 명은 독서와 인성을 평가한다. 이전 입시에서는 반영하지 않았던 인성이 평가요소의 한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면접이 끝나 학생이 교실 밖으로 나가면 2명의 면접관은 5분여 동안 각자 평가한 사항을 정리하고 서로 상의하며 평가결론을 내렸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12명의 교사들은 면접 전날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지원자들의 학습계획서와 추천서, 생활기록부를 근거로 질문을 뽑았다. 학습계획서에는 학생 저 마다의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면접질문은 개인별로 다 달랐다. 지식을 묻기보다 학습활동 내용과 활동과정에서 실제 느낀 점 위주로 질문했다. 예를 들어 학생이 학습계획서에 ‘물리학에 흥미를 느껴 대학 물리학 교재를 봤다’고 썼다면 물리학 이론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는지, 어떻게 공부해왔는지를 묻는 식이다.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같이 어려운 문제를 잘 푸는 기술보다는 수학·과학에 대한 열정과 관심, 과학적 탐구능력과 학습동기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세종과학고 최수일 입학사정관은 “서류심사 때 수학·과학능력과 자기주도학습여부, 미래성장가능성의 요소를 면밀히 살펴 학생을 평가했다”며 “개별 면접에서는 특히 본인의 증언으로 지원 서류의 진실성을 가리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권도헌(서울 난우중3)군은 면접에서 “뜯어보니 안이 어땠는가, 어디가 고장 났는지 어떻게 알았나”란 질문을 받았다. 학업계획서에 ‘어렸을 때부터 고장난 라디오와 시계를 직접 고쳤다’고 썼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면접관으로 참가한 김덕헌 교사는 “자신이 학습계획서에 쓴 실험과 학습활동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확인했다”며 “학생과 대화를 하면서 사고의 다양성과 창의성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반대로 학습계획서에 쓴 자신의 활동내용에 대해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 감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견학을 많이 다녔다고 학습계획서에 쓴 학생에게 면접관이 “인상 깊었던 곳에 대해 자세히 말해보라”고 질문했다. 그런데 머뭇거리며 엉뚱한 대답을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하면 학생의 학습계획서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것이다.















개별 면접에 앞서 10월에는 방문면접도 했다. 입학사정관이 지원자가 다니는 중학교에 찾아가 학생과 교사를 만나 학습계획서와 추천서의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계획이나 봉사·체험활동에 대한 추가 정보도 얻었다. 권군이 방문면접 때 받은 질문은 그 동안 해왔던 과학실험 내용에 관한 것으로 개별 면접의 질문 유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군은 “방문면접 때도 학습계획서의 사실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다”며 “특히 학습계획서와 추천서에 없는 내용까지 교사와 내게 따로 물어봐 말을 맞췄는지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종과학고는 정원의 30%를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한다. 나머지는 이틀간 과학캠프를 진행해 선발하는 과학창의성 전형으로 뽑는다. 내년엔 자기주도학습전형비율을 정원의 50%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1단계에서는 서류평가(학습계획서, 담임교사·수학교사·과학교사 추천서, 수학·과학 내신성적)로 선발인원의 3배수를 뽑는다. 2단계에서는 면접으로 최종 선발한다. 이번 세종과학고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10.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사진설명] 1. 세종과학고 자기주도학습전형에 지원한 학생이 13일 학교에서 실시된 개별면접을 보고 있다. 2 . 세종과학고 학생들의 과학 수업 장면.















<설승은 기자 lunatic@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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