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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명장] 서울무형문화재 소목장 심용식씨

중앙일보 2010.11.29 00:53 종합 23면 지면보기



“창·문 잘 만들어야 집 기운 살아나”





서울 종로구 계동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반듯한 나무 대문을 가진 한옥 한 채가 있다. ‘ㄷ’자형의 이 집 입구에는 ‘청원산방(淸圓山房)’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서울무형문화재 26호 소목장 심용식(57·사진)씨가 자신의 호 ‘청원’(맑고 둥글다)에서 따서 붙인 작업장이자, 전통창호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집이 사람이면 집의 창·문인 창호(窓戶)는 얼굴입니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집의 기운을 솟아나게 하기도, 빠지게도 합니다.”



 청원산방 마당에 들어서면 창호에 시선이 간다. ‘꽃완자문, 눈곱재기창, 팔각창…’. 모양이 제각각이고, 조각 작품처럼 섬세하다. ‘불발기문’은 창호의 가운데를 뺀 나머지 부분에만 창호지를 두껍게 발라 채광을 조절하고, ‘꽃창’은 정원이 넓은 궁궐에서 보고 싶은 풍경만 담아내는 액자 역할을 한다. 심씨는 “전통창호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2006년 북촌으로 이사온 이후 공방을 전시장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목은 한옥을 짓고, 소목은 집의 장식을 담당한다. 심씨는 고향인 충남 예산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학교 앞 목공소의 소나무 냄새에 끌려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역의 큰 목수인 조찬형(인간문화재 소목장) 선생을 만나 전통창호 제작법을 전수받았다.



 새마을사업이 한창일 때 심씨는 문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솜씨 좋다는 입소문이 전국으로 퍼져 문화재 공사 하는 장인들이 그를 많이 찾았다. 그렇게 닿은 인연 덕에 경주 불국사, 순천 송광사, 청도 운문사 등 전국의 사찰 500여 곳의 창호를 만들었다. 창덕궁 인정전의 창호와 런던 대영박물관에 지어진 한옥 ‘사랑방’의 창호도 그의 작품이다.



 심씨는 전통창호를 재현하기 위해 틈만 나면 고건축 답사를 다닌다. 네팔·티베트·인도 등 30개국을 원정 답사했다. 그는 이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 청원산방 뒤에 조그만 소목 교육장을 열었습니다. 창호에 관심 있는 누구나 전통창호를 만들 수 있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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