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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죽기 아니면 살기

중앙일보 2010.11.29 00:30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퉈자시 3단 ●·박지연 2단



제10보(114~123)=위험을 감수하며 둔 백△의 독수,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마를 포위한 흑▲. 열아홉 살 청춘 남녀가 마주 앉아 두는 바둑인데 판 위엔 살기가 가득하다. 퉈자시는 114부터 지체 없이 뚫고 나오고 박지연은 두 눈 감고 끊어 버린다. 118로 한 방 몰리자 흑도 모양이 우그러졌다. 중앙 흑도 불안한 모습. 게다가 120으로 틀어막자 상변 흑도 생사가 급해졌다. 쌍방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



 퉈자시 3단이 기대한 흐름은 ‘참고도’일지 모른다. 흑이 1, 3으로 상변을 살리면 4의 한 방이 선수. 이것으로 A의 커다란 부수입을 남겨 둔 채 6으로 중앙을 가른다. 바로 이곳이 대망의 한 수다. 이렇게 갈라 버리면 바둑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를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과연 흑이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을까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있는데 박지연 2단은 대담하게도 121, 123으로 몰고 나오는 게 아닌가. 이 두 점은 축도 장문도 안 된다. 퉈자시가 전보 백△로 한껏 버틴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데 박지연은 빈 축을 몰고 있다. 이제 백이 B로 나가는 것은 필연인데 흑이 노리는 건 도대체 어떤 수일까. 바둑은 더욱 험악해진 가운데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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