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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보다 두려운 건 무관심이랍니다 … 말도 안 되는 험담엔 ‘욱’ 할 때도

중앙일보 2010.11.29 00:26 경제 2면 지면보기



기업 SNS 운영자들의 애환



지난 3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MC연구소에 이 회사가 위촉한 블로거 15명이 LG전자 임원 10명과 얼굴을 마주했다. 블로거들은 이날 LG 스마트폰 사업전략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LG전자 제공]





지난 3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가산동 LG전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MC) 연구소. 이 연구소 임원 10명이 15명의 LG전자 ‘사외 블로거’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많은 임원이 20, 30대 젊은 블로거들과 단체 미팅을 한 건 처음이었다. 모처럼 머리를 맞댄 블로거들의 날선 비판에 “태연한 표정을 짓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이 참석 임원들의 뒷얘기. 정옥현 MC연구소장은 “쓴소리가 많았지만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객이 뭘 원하는지 실감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2시간 반 걸린 이날 토론 내용은 LG전자의 공식 블로그 ‘더 블로그’에서 중계됐다. 댓글 55건의 주 내용은 ‘이런 자리 자주 만들어 달라’ ‘소통은 좋지만 듣는 척만 하지 말라’ 등이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희연 차장은 모든 댓글에 일일이 감사 답글을 달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듣는 건 불만이나 비판이기 일쑤지만 여기에 발끈해 화를 내서는 곤란하다. 기업체의 SNS 담당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죄송합니다’이다. 한 통신업체의 SNS 담당자는 “말도 안 되는 험담을 접하면 ‘욱’할 때도 있다. 30분 정도 밖에 나가 바람 쐬며 분을 삭인다”고 털어놨다. 우리투자증권 황지연 과장은 “간혹 각 기업 트위터 SNS 운영자들과 만나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동 이벤트도 기획하는데, 때론 여기서 말 못 할 고충을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는 한때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아오지 탄광’으로 불렸다. 야근이 잦고 직원들을 심하게 부려 먹는다는 이유로 북한의 중노동 수용소 이름이 별명으로 붙은 것이다. 지난해 ‘취업뽀개기’ 등 일부 취업 전문사이트에서 회사에 대한 악평이 흘러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회사는 처음엔 이런 이야기를 무시했다. 하지만 ‘악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입사 희망자가 줄고 젊은 퇴직자가 늘기 시작하자 대응에 나섰다. 트위터와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생 블로거를 선발해 그들의 입을 통해 회사의 변화를 알렸다. 지난달엔 ‘아오지 탄광! 그 진실을 알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을 한 인턴 사원이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장 나쁜 것이 무대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택해 정면돌파를 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에 다가가려면 SNS를 통해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최선임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덕분인지 이 회사의 올 하반기 공채엔 지원자 수가 이전에 비해 37% 늘었다.



 LG전자의 정 차장은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려면 욕과 칭찬을 다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감정을 품고 있던 트위터 이용자들이 결국엔 우군으로 바뀌는 경험도 했다. 이를 통해 ‘안티와 팬은 서로 통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1주일 동안 트위터를 통해 2000건이 넘는 질문에 답하느라 녹초가 된 적도 있다. 스마트폰 ‘옵티머스’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문제가 불거진 때였다. 그는 “밤에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 트위터 화면이 어른거릴 정도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각각의 질문에 일일이 다른 답을 하느라 동동거린 건 ‘무시와 무관심이 가장 나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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