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서 또 “쿵~쿵~” … 연평도 ‘비상대피령’

중앙일보 2010.11.29 00:25 종합 8면 지면보기



주민·취재진 200여 명 맨몸으로 뛰었다
중앙일보 기자, 28일 연평도 르포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28일 연평도 건너편 북한에서 포성이 들리자 긴급대피령이 발령됐다. 군인들과 자원봉사자, 취재진이 방공호로 대피하고 있다. [연평도=뉴시스]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 28일 오전 11시16분. 북한 개머리 해안 쪽에서 ‘쿵, 쿵’ 하는 두 발의 포성이 들렸다. 2분 뒤인 11시18분 ‘애~앵’ 하는 사이렌 소리가 10여 초간 연평도 전역에 울려 퍼졌다. 확성기에서는 여러 차례 “현 시각 북한의 추가 화력 도발 징후가 예상됩니다. 주민들과 취재진들은 통제요원의 지시에 따라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 주십시오”라는 연평면사무소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마을 곳곳에 있던 주민과 공무원, 복구 인력, 자원봉사자, 취재진 등 200여 명은 앞다퉈 대피소로 달려갔다.









신진호 기자(左), 유길용 기자(右)



 면사무소 인근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와 주민은 가까운 ‘74-2A 대피소’로 뛰었다. 짐과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곳에는 7명이 대피해 있었다. 주민을 통제한 해경특공대원은 연신 무전으로 “여기는 7명. 주민 모두가 대피했나. 거긴 몇 명이야?”라며 상황을 주고받았다. 23일 포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은 추가 포격이 있을까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기옥(50·여)씨는 친정 부모를 모시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KT 송신탑 옆 ‘74-6B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그는 “이번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노부모를 위로했다. 이곳에는 주민과 취재진, 한전 직원, 자원봉사자 등 50여 명이 대피했다.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있을 때 몇 발의 포성이 더 들렸다. 노모를 섬 바깥으로 모시려던 박철훈(56)씨는 “괜찮을 거다. 별일이야 있겠냐”면서도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박씨는 “낮 12시30분 육지로 나가는 여객선 편에 어머니가 나가실 수 있도록 부두에 나가려고 했다”며 “그런데 여객선이 부두에 닿지 않는다고 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11시58분. ‘현 시간 대피령을 해제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주민들은 하나 둘 대피소를 빠져나와 거주지로 돌아갔다. 그러나 군은 대피령 해제 직후 연평도 전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해병 연평부대는 낮 12시3분쯤 “현재 연평도는 통합방위 을종 선포 지역이므로 통제에 즉각 협조해달라”며 “파편과 포탄 잔해를 발견했을 때는 군 작전본부로 즉각 알려야 하며 무단 반출 시에는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대피령 해제 10분쯤 뒤인 낮 12시10분 연평도 당섬외항에 여객선 코리아익스프레스호가 도착했다. 배에서는 118명의 승객이 내렸다. 집에 다녀가기 위한 주민과 부대에 복귀하는 해병, 적십자사 직원, 동물사랑실천협의회 자원봉사자 등이다. 배에 오른 사람은 128명이다. 이들 가운데는 그동안 연평도를 떠나지 않았던 주민 3명도 포함됐다. 겁이 나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긴장감은 오전 일찍부터 돌았다. 오전 8시쯤부터 수시로 헬기가 연평도 상공을 날았다. 해병대 연평부대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전투태세를 유지했다.



 개머리 해안이 보이는 전망대와 백사장은 출입이 통제됐다. 산 정상 등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연평초교 내 대피소 입구에는 해병 연평부대장의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어 안전을 위해 민간인은 육지로 이동해 달라’는 공지가 붙었다. 바닷가 민가의 마당에 위치한 대피소에는 바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TV와 라디오, 위성방송 수신기가 설치됐다. 또 각 대피소에는 긴급구호물품과 전투식량, 식수, 담요, 손전등 등 물자가 채워졌다. 그동안 끊겼던 전력 공급도 재개됐다. 한전 연평도 발전소는 인원을 두 개 조로 나눠 한 조는 발전소, 한 조는 대피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평도=신진호·유길용 기자



긴박했던 연평도의 하루(28일)



08:00  군 헬기 2시간 동안 10여 차례 비행



11:16  북한 개머리 해안 쪽에서 2회 포성



11:18  10여 초간 사이렌 경보 주민 대피령



11:47  추가 포성(2회)



11:58  상황 해제, 주민·복구 인력 출도 준비



12:00  군, 통행금지령 경계병 마을 순찰



12:10  여객선 도착(118명 하선)



12:35  인천항으로 출발( 128명 승선)



15:30  국방부, 연평도 취재진 철수 요청



18:30  취재진 수송 위한 해경정 연평도 도착



18:50  해경정, 높은 파도로 운항 취소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