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선도병원, CEO에게 듣는다 ① 삼성의료원 이종철 의료원장

중앙일보 2010.11.29 00:24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진료만해서는 최고병원 될 수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핵심은 연구다”



“세계 탑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연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종철 의료원장. [삼성의료원 제공]



한식·한복·영화·음악·드라마····. ‘한국적’인 것들의 글로벌화가 화두다. 의료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해외환자 유치’라는 단어 외에 딱히 그려지는 모습은 없다. 한국 의료산업은 정말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세계화로 가기 위한 열쇠는 무엇일까. 이종철(63) 삼성의료원장은 ‘연구중심 병원’이 답이라고 말한다. 근거는 짧고 명료하다.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매년 실시하는 최우수 병원 조사에서 항상 최고기관에 선정되는 존스홉킨스병원, 메이요클리닉, MD앤더슨 등이 그렇게 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한국 의료의 글로벌화를 주창한 이종철 의료원장은 병원의 연구 기능을 강화하며, 메디컬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고종관 대표가 한국 의료의 세계화를 위한 구상으로 가득한 이종철 의료원장을 그의 집무실(삼성서울병원 5층)에서 만났다.



-현재 한국 의료의 화두는 무엇인가.



“우선 병원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산업화가 이뤄져 미래 국가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는 실과 바늘이다. 병원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산업화로 연결되고, 산업화가 돼야 글로벌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세계 최고 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 메이요클리닉, MGH(하버드의대 부속병원), UCSF(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등 세계 빅4 병원을 벤치마킹했다. 글로벌의 핵심에 ‘연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의사들은 업무의 50% 이상을 리서치에 매진한다. 독자적인 치료법이나 의약품·의료기기 개발 등 연구 성과는 곧 병원과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은 진료에만 매달린다. 훌륭한 지적 자원인 의사들에게 환자만 보라고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내년 문을 여는 삼성융합의과학원은 삼성의료원의 글로벌화를 위한 포석인가.



“그렇다. 연구의 토양은 훌륭한 인력이다. 연구중심 병원의 로드맵은 이렇다. 지난해 삼성암연구소의 문을 열고 재미의학자인 백순명 교수를 영입했다. 올해 기존의 임상의학센터를 개편해 미래의학연구센터로 확대·개편했다. 우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삼성융합의과원을 설립,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이미 3대 1의 경쟁 속에 석·박사 과정 40명을 뽑았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병원의 연구기능이 꽃을 피우고, BT와 IT·NT를 융합한 의료의 산업화·글로벌화가 가능하다.”



-20여 년간 의대에 몰린 우수 인력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뜻인가.



“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선진국처럼 진료뿐 아니라 과학자로서의 역할에도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그러면 의술뿐 아니라 혁신적인 신약·의료기기·진단시약까지 고부가가치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결국 우수인력→의사→연구기능 강화→의료 글로벌화·산업화→국부창출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를 실현하는 요람이 삼성생명융합의과학원이다.”



-연구중심 병원과 의료산업의 글로벌화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계신데.



“2005년부터 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현주소를 알게 됐다. 의료 서비스는 물론 의료기기·제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이 미약했다. 이보다 앞선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병원장이 됐다. 당시 진료 시 사용하는 재료의 99%가 수입품이었는데, 이러한 국가 위기상황이 한순간에 병원과 환자의 목을 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최근 정부도 미래 국가성장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연구중심 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고무적이다. 결국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하고, 병원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공동 부담해야 한다. 아무도 부담하려 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병원의 글로벌화는 해외 환자 유치와 해외진출에서도 두드러진다.



“외국 환자들은 좋은 병원을 찾는다. 의료비가 고가여도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의료원은 세계 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싱가포르·태국·인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해외환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곳을 벤치마킹했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환자 중 90%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에서 온다. 인도는 세계에 나가 있는 엄청난 자국민이 본국을 찾아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미국의 9·11 사태 이후 영국으로 향했던 중동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 질에 실망해 태국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1~2시간 내에 방문할 수 있는 극동러시아와 중국이 있다. 또 태국보다 의술이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중동환자의 발길을 충분히 한국으로 돌릴 수 있다. 200만 명에 가까운 미국 교민들도 있다.



-삼성의료원의 해외 환자 유치 성과는.



“올 4월 중동의 관문인 두바이에 메디컬센터를 열었다. 이외에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등과 환자의뢰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문둥시와는 공동으로 해외현지 병원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외국인을 위한 국제진료센터도 열 예정이다. 이곳은 한국의 첨단 IT를 접목한 ‘똑똑한 병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식단 20여 개도 개발했다.”



-다국가 임상시험 유치를 위해 오래 전부터 진력하셨는데.



“2000년 이 분야에 뛰어들 때만 해도 국내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우리나라가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돈을 퍼주는 소비자로 머물지 않으려고 임상시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교수들의 임상 연구 능력이 높아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한 의사들은 논문을 발표해 국제 의료계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처리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다. 이런 강점으로 삼성의료원의 다국가 임상시험 건수는 국내 톱, 그리고 세계 병원 순위 10위권에 올랐다. 임상시험 관련 인력만 해도 8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삼성서울병원의 다국가 임상시험은 71건이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환자 외래·입원 적체 현상의 해결 방법은 있나.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가능한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지역 의원에 의뢰하고, 6개월~1년에 한 번씩 삼성의료원에서 점검해 주는 방법이 있다. 거점병원과 지역 의원은 같은 치료법을 공유해야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대학병원과 의원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이며, 환자 적체를 해소할 수 있다.



-삼성의료원은 모든 의료진과 직원들의 개인 역량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데 노하우가 있나.



“환자 설문 결과 가장 원하는 병원은 친절한 병원이었다. 돈·명예보다 건강을 잃은 환자는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이다. 의사는 자칫 약자인 환자 앞에서 우월감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을 바꿔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친절해야 한다. 하지만 친절 교육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유명 인사를 초청한 강의 시간을 갖고, 간접효과를 노렸더니 어떤 고객서비스 교육보다 효과가 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강의다. 김 추기경은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이 준 것이다. 그런 생명을 치료하는 의사는 하나님의 능력을 이양받은 것이므로 (진료를) 고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의사들은 나(김 추기경)보다 더 큰 권한을 위임 받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삼성의료원이 있는데 그 이유는.



“삼성의료원은 94년 병원 개원 당시 환자중심 병원을 내걸며 의료서비스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제 글로벌 선도병원으로서 국내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차례다. 삼성의료원은 한국 의료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다른 병원과 노하우를 공유할 용의도 있다.”



정리=황운하 기자



이종철 의료원장은



▶주요 프로필

· 1973년 2월 서울대의대 졸업

· 1982년 3월 서울대병원에서 내과전문의 취득

· 1984년 3월~1994년 2월 한양대의대 내과 교수

· 1994년 3월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 2000년 3월~현재 삼성의료경영연구소장

· 2000년 12월~2008년 7월 삼성서울병원장

· 2005년 10월~현재 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 2008년 8월~현재 삼성의료원 의료원장



▶주요 업적

· 2006년 6월 미국 이외 의료기관 중 최초로 미국 임상연구 피험자보호 인증협회(AAHRPP) 인증 획득

· 2008년 3월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국제협력병원 협약

· 2008년 3월 652병상 규모의 최첨단 삼성암센터 개원

· 2008년 5월 보건복지부 ‘전국종합병원 평가’ 최우수 병원 선정

· 2009년 8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와 환자 유치 양해각서(MOU) 체결

· 2010년 4월 삼성 두바이 메디컬센터 오픈 및 두바이 보건성과 환자 공식 의뢰 MOU 체결

· 2010년 10월 삼성융합의과원 설립

· 2010년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 11회 1위, 한국고객만족도조사(KCSI) 12년 연속 1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11년 연속 1위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