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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옥스 회장 방한 취소 … 소니, 구매상담 연기

중앙일보 2010.11.29 00:20 경제 1면 지면보기



‘북한 리스크’ 산업계로 확산



북한 리스크로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51층에 ‘연평도사태 특별상황반’을 설치했다. 휴일인 28일에도 무역협회 직원들이 출근해 업계 피해현황과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세계적인 수제화 브랜드 ‘제옥스’의 마리오 모레티 폴레가토 회장은 26일 방한 예정이던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이탈리아 본사로 돌아갔다. 그는 당초 홍콩과 일본·중국을 거쳐 서울을 방문하기로 돼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연평도 사태 때문에 갑자기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스포츠용품업체 ‘아이블’은 내년 1월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수출 상담회인 ‘바이 코리아(Buy Korea)’ 참여를 취소한다고 KOTRA에 통보했다.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코리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 기업들이 방한을 취소·연기하거나 물류·안전 문의가 급증하는 등 산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여행업계에는 예약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KOTRA와 한국무역협회 등 관련 단체·기업들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주 해외 와이너리 대표들을 서울에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하는 A와인업체는 “정말 한국에 가도 안전한가”라는 문의 전화를 매일 여러 통씩 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방한 직전까지 방한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일본 기업들이다. 소니는 다음 달 2~3일 서울에서 열기로 했던 부품구매 상담회를 내년 3월로 연기했다. 이 회사는 당초 국내 업체 40여 곳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연평도 사태가 발생하자 KOTRA 측에 행사 취소를 통보했다. 혼다자동차는 24일부터 한국 출장을 금지시켰다.



 세계적인 주류업체인 디아지오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한국 출장을 허용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 25~26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국제 그린카 전시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폴란드 바이어 2명도 신변 안전을 이유로 참가를 취소했다.



 KOTRA는 특히 내년 1월 열릴 수출 상담회인 ‘바이 코리아’ 행사가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1000명 바이어 유치 목표에 28일 현재 절반가량을 채웠다”며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외국업체가 늘어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광산업에서도 일본인 여행객들의 동요가 두드러진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일본·대만 지역에서 들어오는 관광객 예약이 연평도 사태 이후 평소에 비해 20~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고사될까 걱정스러워”



HIS코리아·한진관광·체스투어즈 등 인바운드 전문 여행업체에선 일본 수학여행단 등의 단체 예약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현재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기업들 대응 부심=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국가 신인도가 하락해 해외자금 조달비용이 올라가거나 아예 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현대자동차·SK 등 대기업 관계자들은 “외국 거래처로부터 원자재 수급, 선적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당장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환율 움직임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본사와 해외법인에서 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KOTRA는 72개국 99개 무역관을 연결한 ‘해외시장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한선희 통상조사처장은 “무역업계 동향과 피해 상황을 점검 중”이라며 “29일부터 해외 바이어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헬프 데스크’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도 ‘연평도 사태 특별상황반’을 편성해 외국 바이어 이탈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외 조직망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시름 깊어진 개성공단=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은 지난주 서울 서소문동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 모여 수차례에 걸쳐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다만 28일 통일부가 원자재와 생필품 반출입을 일부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SJ테크 유창근 대표는 “개성에 남아 있는 직원들의 신변 안전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이렇게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 개성공단이 고사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8일 현재 북한에는 개성공단 415명, 금강산 지역 14명 등 429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 중이다.



이상재·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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