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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치료제 개발 주도 … 마이클 마우로 오리건 의과학대 교수

중앙일보 2010.11.29 00:17 건강한 당신 10면 지면보기



“2세대 치료제, 돌연변이 암세포 억제 효과 탁월”



마이클 마우로 교수는 “앞으로 완치에 가까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난치병일까. 1999년 세계 최초의 CML 치료제인 ‘글리벡’이 개발되기 전까진 그랬다. 하지만 글리벡 이후 환자들의 8년 생존율이 85%로 높아졌다.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만성병’의 길을 연 것이다. 3년 전 글리벡의 효과를 업그레이드한 2세대 치료제 ‘타시그나’ 등이 출시되며 CML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올해 6월 미국에선 타시그나가 CML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기도 했다. 일본·스위스·유럽연합 등에서도 1차 약제로 승인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치료제 탄생의 중심에는 누가 있을까. 지난 19일 글리벡과 타시그나의 임상시험을 주도한 미국 오리건 의과학대 혈액종양내과 마이클 마우로(42)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국내외 백혈병 연구자들에게 CML 치료제의 연구결과를 소개 했다. 마우로 박사를 만나 2세대 치료제의 이점에 대해 들었다.



-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무엇인가.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병든 백혈구를 만드는 게 백혈병이다. 혈액암인 백혈병은 진행상태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고, 손상을 입은 면역세포의 종류에 따라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구분한다. CML은 염색체 이상으로 생긴 암유전자 Bcr-Abl이 원인이다. 동양에선 40대, 서양에선 50대에 발병률이 높다. 인구 10만 명에 1~2명 관찰된다.”



 - CML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나.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 글리벡 등 CML을 치료하는 혁신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며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합병증 위험도 줄어 치료 중에도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글리벡이 개발되기 전 환자들의 생존율은 약 3년에 불과했다.”



 - 세계 첫 CML 치료제인 글리벡의 의미는.



 “당시 의약계는 암유전자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개발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CML을 일으키는 암유전자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글리벡이 출시되며 CML을 비롯한 암치료의 패러다임을 바뀌었다. 장례식을 준비 중이던 CML 환자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CML이 치료·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 글리벡이 우수한 약이지만 10년 동안 드러난 한계가 있다면.



 “치료 반응이 없고, 반응이 있어도 재발하는 환자들이 있다. 약효가 떨어지는 내성 문제와 피부발진·근육통·울렁거림·부종 등 부작용 때문에 치료제를 복용할 수 없는 사례도 소수 있다. 1년에 글리벡 복용 환자의 약 3%가 치료에 실패한다.”



 - 글리벡 이후 개발된 2세대 CML 치료제의 특징은.



 “타시그나와 스프라이셀 두 가지가 있다. 모두 글리벡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약들이다. 치료제에 대한 환자 반응이 우수하다. 암유전자와 내성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암세포 생성을 더 강력하게 억제한다. 아예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한다. CML은 환자의 상태가 급성기로 진행되지 않도록 만성기에 잡아두는 게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돌연변이 암세포 억제가 중요하다.”



 - 타시그나와 스프라이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비슷한 시점에 개발됐고 모두 좋은 치료제다. 항암제들은 효과가 좋으면 부작용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두 치료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글리벡 내성환자들을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임상시험 결과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제가 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현재 미국·한국 등에서 진행된 연구결과, 타시그나가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두 치료제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지만 종합해보면 유전자 반응, 병의 진행, 부작용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CML은 장기간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차이점이 10년 후에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타시그나는 여러 열쇠구멍보다 하나에 정확히 부합하는 정교한 열쇠인 셈이다.”



 - 미국에서 타시그나가 CML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았는데 의미는.



 “CML 환자의 상태가 급성기로 진행되면 치료가 힘들고 의료비도 많이 든다. 글리벡보다 급성기 진행 억제효과가 우수한 타시그나는 잠재적으로 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 CML 치료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나.



 “치료제를 복용하다 끊더라도 기능적 완치가 가능한 약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능적 완치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타시그나는 이 가능성을 보여준 치료제다. 앞으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최적의 치료효과를 낼 수 있는 3세대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



 - 한국의 백혈병 치료수준은.



 “암환자 치료가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CML 치료 권위자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동욱 교수와 함께 환자관리지침을 만들고 있다. 백혈병 연구나 치료 환경이 열악한 나라에 도움을 주고 싶다. 3세대 CML 치료제 개발에도 관심이 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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