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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공격 굉장히 염려스럽다”

중앙일보 2010.11.29 00:12 종합 31면 지면보기



러시아 헌법재판소 발레리 조르킨 소장





“글로벌 시대에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다른 나라 국민을 살해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발레리 조르킨(67·사진) 러시아 헌법재판소(헌재) 소장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데 대해 “안타까울 뿐 아니라 굉장히 염려스럽다”며 “러시아 국민은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며 깊이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어떤 문제든 법치주의에 토대를 두고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한반도 문제가 인도주의와 이성적 방법으로 해결됐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이강국 헌재 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를 24일 서울 재동 헌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러시아의 헌재를 비교하면.



“두 나라의 헌재는 형제와 같다. 설립 연도가 한국(1988년)이 러시아(91년)보다 3년 앞서는 만큼 한국이 형이다. 두 나라 헌재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법을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지키며 원칙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러시아는 한국이 창설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의 회원국이 되길 원한다. 러시아는 영토의 3분의 2가 아시아에 속하는 아시아 국가다.”



-헌재 결정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헌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법 수호다. 국민이 헌법을 지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러시아 헌재는 지난해 사형제 폐지를 결정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했지만, 문명사회에서 사형제가 옳지 않기 때문에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사회의 바이러스를 없애는 백신 역할을 해야 한다.”



-헌재의 법률 위반 결정이 입법권을 가진 의회와 충돌하기도 한다.



“의회나 행정부가 헌재 결정을 반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헌재 결정은 신중하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국과 러시아의 여론조사에서 헌재가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걸로 나타나는 이유는 그만큼 믿을 수 있는 판결을 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012년 대선에 출마하면 헌법에 위반되지 않나.



“러시아 헌법은 연임중인 대통령의 3선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가 출마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



정재홍 기자



◆발레리 조르킨=헌법학자 출신으로 1990~91년 옛 소련 붕괴 당시 소련헌법위원회를 이끌며 대통령제를 기초로 한 현행 헌법 탄생에 기여했다. 91년 초대 러시아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선출된 뒤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자의적 법 집행에 반대했다. 그는 옐친의 공산당 해산(92년)과 의회 해산(93년) 조치에 대해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주도하며 정권과 갈등을 빚다 압력을 받고 사임했다. 물러난 지 10년 만인 2003년 소장에 복귀하면서 그의 소신이 옳았다는 걸 인정받았다. 올해 ‘역사의 법정’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옐친 대통령의 공산당 해산과 의회 해산 명령에 대해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잘못된 조치”라고 답했다. 권력의 압력에 맞서 법치주의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마셜 대법관’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 4대 대법원장(1801~ 35년 )인 존 마셜은 권위 있는 판결로 대법원의 위상을 높여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법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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