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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마켓 워치] 연평도 포성 ‘북한 리스크’ 일깨웠지만 …

중앙일보 2010.11.29 00:11 경제 12면 지면보기








북한의 연평도 도발 파장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미국의 핵 항모 조지워싱턴함이 서해로 들어왔고, 북한과 중국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장이 하루 이틀 출렁이는 정도로 어물쩍 넘어가기엔 역부족인 악재로 확인된 셈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무사히 끝나고 북한과 중국이 목소리를 낮출 때까지 시장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 악재에 민감한 개인투자자들의 동요가 클 것이고, 외국인들도 당분간 주식 순매수량을 줄이며 사태를 관망할 공산이 크다. 다만 국내 연기금은 충분한 실탄을 활용해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것이다.



 이번 사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상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 주식이기 때문에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현재 30% 정도로 보는 게 정설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선진시장 평균과 한국시장을 비교하면 그렇다.[그래프 참조]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북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몫을 하는지 정확히 따지는 것은 힘들지만, 대체로 절반 또는 그 이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국 증시를 장기적으로 낙관하는 일부 전문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해소돼도 주가가 저절로 30%가량 올라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재평가(Rerating)론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는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3세 권력 승계 등을 둘러싼 북한 내 혼란과 대남 도발 욕구는 앞으로 증폭될 우려가 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화해 무드 때 줄어들고 갈등이 고조되면 커지는 흐름을 보여왔다. 2000년대 초 외환위기 여파까지 겹쳐 40%를 넘기도 했던 국내외 PER 격차는 2007년 10% 선까지 좁혀졌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시 30%까지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대북 강경 정책을 천명하면서도 막상 북한이 도발하면 무기력하게 허둥거리는 모습을 노출해 왔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 때문에 북한의 공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튼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국 증시를 압박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연말·연초 장세에 대한 기대도 시들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내 코스피지수 2000 돌파를 낙관하는 소리가 컸지만 1850~1950 정도의 박스권으로 전망을 수정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대세적인 상승 흐름까지 꺾일 것으로 낙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시장을 밀고 가는 원동력이 뭔지 짚어봐야 한다. 바로 우리 기업들의 실적 흐름이다. 과연 이번 북한 리스크가 기업들의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란 꼭 살아 숨쉬며 걷고 뛰고 쉬고 잠자는 생명체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미국의 양적 완화 덕분에 마냥 질주할 것 같더니, 중국의 긴축 조치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재발, 그리고 북한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휴식을 강요받고 있다. 거품을 차단하려는 전지전능한 존재의 힘이 작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휴식을 통해 축적되는 에너지는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좀 더 멀리 보는 투자자들에겐 출렁거리는 시장이 분명 기회가 될 것이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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