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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변속 패들 시프트 … 보다 안전한 차체 모노코크 … F1은 자동차 신기술 경연장

중앙일보 2010.11.29 00:06 경제 15면 지면보기








흔히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신기술의 인큐베이터라고 한다. 1886년 가솔린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얼마나 잘 달리느냐’가 신기술의 척도였다. 모터스포츠에 쓰인 기술은 곧바로 양산차에 접목됐다. 레이싱 서킷은 어떤 주행시험장보다 까다로워 자동차 성능 시험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인 포뮬러1(F1)은 신기술 경연장이다.



 1950년 이전까지 4륜구동이나 터보엔진, 지금은 자동차의 기본이 된 알파로메오의 DOHC 엔진 등 기계공학을 이용한 신기술이 대부분이었다. 2000년 이후에는 공기역학과 전자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80~90년대 F1 경주는 안전한 코너링을 돕는 기술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주행 중 돌발상황을 자동 감지하는 장치뿐 아니라 사고위험에서 운전자를 보호해 주는 전자식 서스펜션 또는 브레이크 장치, 빙판 길이나 비가 올 때 바퀴의 헛돎을 방지하는 트랙션 컨트롤 등이 대표적이다. 핸들 뒤에 달린 막대기 모양의 패드로 기어를 변속하는 패들 시프트도 F1에서 나왔다. 89년 페라리팀이 이를 처음 사용했다. 선수가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 빠르게 변속을 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F1 경주차에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공기역학 기술이 들어간다. 경주차 앞뒤에 날개를 단 것이다. 비행기처럼 부양(浮揚)력을 얻기 위한 날개가 아니라 지면 접지력을 크게 하기 위한 다운포스(Down force)를 만들려는 것이다. 다운포스는 경주차가 주행할 때 지면으로 가해지는 힘을 말한다. F1 경주차는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릴 때 2000㎏이 넘는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수퍼카 AMG SLS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터널 천장에 붙어서 거꾸로 달릴 수 있을 정도다.



 안전기술도 대단하다. 1997년 영국 F1 그랑프리가 열린 실버스톤 경주장에서 피지켈라 선수가 시속 227㎞의 속도로 달리다가 벽을 들이받았다. 일반 양산차였다면 영락없는 참사였다. 하지만 크게 다친 곳 없이 옷에 묻은 먼지를 툴툴 털면서 차량에서 나왔다. 70년대 비행기처럼 뼈대를 얽어 만드는 모노코크 차체와 6점식 안전벨트가 나와 레이싱의 안전성이 확 높아졌다. 모노코크 차체는 62년 F1에 참가하는 로터스 팀에서 처음 선보였다. 84년에는 차체에 탄소섬유 소재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탄소섬유 소재의 모노코크가 갖춰진 F1 차량은 충격을 잘 견뎠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2배나 단단하고 무게는 20%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들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 서바이벌 셀이라고도 한다. 모노코크는 충돌 시 조각조각 부서지면서 충격을 분산한다. 차량이 견고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외형이 찌그러지면서도 충돌 충격을 흡수하는 디포메이션 시스템, 탑승자를 보호하는 좌석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운전자 안전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6점식 안전 벨트다. 덕분에 에어백이 달려 있지 않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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