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이어 홈·무늬, 무늬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니죠

중앙일보 2010.11.29 00:05 경제 15면 지면보기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본 타이어의 과학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25일 ‘플랫 트랙(flat track)’ 실험실에서 타이어를 테스트하고 있다. 서종범 선행개발팀장(가운데)이 타이어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으면 되나.”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윤오영(수필가)의 1977년 수필집 『방망이 깎던 노인』의 한 대목이다. 작가가 1930년대를 회고하며 쓴 글로, 장인 정신의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현대판 ‘방망이 깎던 노인’이 있다. 깎는 솜씨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사람들이다. 25일에도 중앙연구소의 연구원 500여 명은 고성능·친환경 차세대 타이어를 개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박사급 연구원 수만 30여 명에 이른다. 선행개발팀장인 서종범(43) 박사는 “타이어는 언뜻 검은색의 고무 덩어리로 보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10종 이상 고무와 철 재질의 부품의 결합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중 타이어 트레드(표면)의 ‘그루브(groove, 홈)’와 ‘패턴(pattern, 무늬)’을 어떻게 깎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루브와 패턴 우선 연구실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이어를 디자인한다. 다양한 그루브와 패턴의 조합을 찾는다. 그런 다음 설계도에 따라 타이어 표면을 칼로 깎는다. 이후 일반 주행과 똑같은 상태에서 타이어를 테스트하는 ‘플랫 트랙(flat track)’ 실험실을 거친다. 타이어를 돌려 제동 능력, 배수 능력, 조향(핸들링) 능력, 내구성 등을 점검한다. 이렇게 해서 합격한 타이어 ‘틀’을 만들어 양산에 들어간다.



  그루브는 타이어 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마른 노면에서 그루브가 넓어질수록 타이어 표면과 노면이 접촉하는 면적이 줄어들어 제동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젖은 노면에서는 타이어 표면과 노면 사이에 있는 물을 배수하는 능력이 제동력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넓은 그루브는 배수 능력이 높아 젖은 노면에서 제동력이 높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패턴도 중요하다. 고속용 타이어의 경우 V자와 Y자 같은 패턴이 많다. 반대로 안정적인 핸들링을 필요로 하는 타이어의 경우 패턴이 일률적이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타이어의 안팎이 구별되는 ‘비대칭 타이어’ 연구가 활발하다. 자동차 차체 쪽에 가까운 타이어 안쪽 표면은 그루브가 넓어 배수 능력이 뛰어나다. 반대로 바깥쪽 타이어 패턴의 경우 그루브가 좁다. 도로 면과 접지하는 공간을 늘려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만큼 핸들링 능력은 좋아진다. 한국타이어는 BMW·아우디·폴크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비대칭 타이어만 수출한다. 이진영(41) 상품기획팀장은 “국내에서도 비대칭 타이어 매출이 10%를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잘 팔리는 비대칭 타이어뿐만 아니라 친환경 타이어 연구도 한창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2012년부터 타이어에 연비를 표기하는 ‘타이어 에너지효율 등급 표시’를 의무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료연구팀장인 김학주(46) 박사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타이어 표면은 물론 소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탄소 보강재를 쓰지 않고, 규소 계열의 실리카를 고무와 혼합시킨 타이어에 연구를 집중한다. 일단 탄소 보강재가 없어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실리카의 재료적 성격 덕분에 회전 저항도 탄소 보강재를 사용한 타이어보다 20% 줄어든다. 실제 실리카 소재가 들어간 ‘앙프랑’ 타이어를 장착해 시속 110㎞로 달릴 경우 기존 제품보다 16% 정도 연비가 높아졌다.



미래형 제품 대표적인 것이 센서 칩을 타이어에 내장해 주행 중에도 타이어의 변형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다. 휠(바퀴)에 달려 타이어의 공기압을 체크할 수 있는 TPMS 센서와 함께 안전 주행을 도울 수 있다. 또 다른 차세대 타이어는 ‘런 플랫(run flat)’ 타이어다. 구멍(펑크)이 나도 50~100㎞ 주행할 수 있다. 주로 해외 방탄차 제조업체가 국가원수 등 VIP(요인)용 차량을 만들 때 이런 제품의 특수 제작을 부탁한다. 현재까지 나온 런 플랫 타이어는 표면을 딱딱하게 만들어 타이어의 변형을 줄이는 정도다. 한국타이어 연구소에서는 런 플랫 타이어보다 한 수 위인 ‘실런트(sealant)’ 타이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실런트 타이어는 구멍이 나면 내부의 끈끈한 성분이 구멍을 자동으로 메우게 돼 있다. 기존 런 플랫 타이어가 구멍 난 상태에서 달리는 한도가 100㎞ 정도라면 실런트 타이어에는 그런 한도가 없다. 서 박사는 “실런트 타이어는 업계에서 ‘꿈의 타이어’로 불릴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근래 연구와 실험이 눈에 띄게 진척돼 상용화할 시기가 멀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대전=강병철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창조 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과 뉴 테크놀로지·뉴 아이템·신상품에 숨은 비밀 등을 다룹니다. 해외 조류는 물론 창의성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과 관련 서적, 예술 활동 등도 소개합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