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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53>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

중앙일보 2010.11.29 00:03 경제 18면 지면보기



세 번째 도전 평창, 뮌헨·안시와 ‘8개월 마라톤’ 총성 울렸다





대한민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멋지게 치러 낸 지금 국민의 눈은 또다시 강원도 평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평창은 두 차례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에 굴하지 않고 지난 6월 22일 2018년 겨울올림픽 공식 후보 도시에 세 번째 선정됐습니다. 이제 평창은 내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릴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최종 심판을 받을 때까지 또 다른 공식 후보 도시인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혈투를 벌여야 합니다.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되는 스포츠 외교전을 직접 들여다봤습니다.



전수진 기자



멕시코 아카풀코서 세 도시 프레젠테이션



지난 10월 20일 멕시코 서안의 유명한 휴양지 아카풀코. 세계 각국 올림픽위원회들의 모임인 국가올림픽위원회(ANOC) 총회가 개최됐다. 평창·뮌헨·안시의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300여 명의 IOC 관계자와 기자들 앞에서 잇따라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건희(삼성전자 회장) IOC 위원, 박용성(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장, 이광재 강원지사도 참석한 이 행사는 내년 7월 IOC 총회까지 이어질 세 도시의 겨울올림픽 유치 ‘혈전’의 개막을 알리는 자리였다.









지난달 멕시코 아카풀코의 페어몬트 프린세스 호텔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에서 독일 뮌헨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가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뮌헨은 강원도 평창의 강력한 경쟁자다.







뮌헨, ‘피겨 여왕’ 카타리나 비트가 지지 호소



프레젠테이션은 뮌헨 유치위원회가 먼저 시작했다. 몇 달 전 뮌헨 유치위는 리더(CEO로 불린다) 빌리 보그너가 다른 관계자들과 불협화음 끝에 사퇴하는 내홍을 겪었다고 복수의 IOC 관계자들이 전했다. 보그너는 “건강 문제로 물러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IOC 관계자들 사이에선 “뮌헨 유치위 내부에서 융화가 안 된 결과”라는 소문이 돌았다. 유치위의 내분이 IOC에 알려지면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악재로 작용한다. 이를 의식해선지 뮌헨 유치위는 프레젠테이션 내내 화합 분위기 연출에 주력한 듯했다. 1980년대 세계 최정상 피겨스케이터였던 카타리나 비트 유치위원장을 필두로 토마스 바흐 IOC부위원장과 보그너의 후임자인 베른하르트 슈방크 등이 총출동했다. 비트 위원장은 “(에어컨이 풀가동되는) 행사장이 너무 춥다. 여기서 당장 겨울올림픽을 해도 되겠다”는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영상메시지로 뮌헨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안시,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 동영상 틀어



프랑스는 겨울올림픽 스키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안시 유치위원장을 맡은 에드가 그로스피롱이 나섰다.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의 동영상도 등장시켰다. 브루니는 라일락색 카디건 차림으로 백색 소파에 앉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은 조양호 위원장, 문대성 선수 등 총출동









평창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조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박용성(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장, 조양호(대한항공 회장) 유치위원장, 이광재 강원도지사.



평창은 조양호(대한항공 회장) 유치위원장을 선두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이광재 지사, 문대성 IOC 선수위원 및 유치위 커뮤니케이션 담당 나승연씨가 함께 단상에 섰다. 비디오 영상은 동양 최고의 겨울 스포츠시설을 자랑하는 평창의 매력을 알리는 데 역점을 뒀다. 박 회장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 만큼 평창은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한국인들은 약속을 하면 꼭 지킨다. 평창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우리는 두 번 (유치에) 실패했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리랑TV 앵커 출신인 나씨는 매끄러운 진행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이 지사는 “나의 고향이기도 한 평창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고 호소해 박수를 받았다. 문 위원 역시 자신의 올림픽 경험을 강조하며 “평창은 올림픽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도시 유치위 관계자들은 IOC 위원들이 투숙한 호텔 로비에서 밤늦게까지 남아 IOC 위원을 하나라도 더 만나기 위해 애썼다. 커피숍·레스토랑·로비에서 유치위 관계자들은 IOC 위원들과 기자들을 만나며 홍보전을 펼쳤다. 평창은 다음 날 아침 조찬 기자회견도 열었다. 오전 7시30분부터 약 90분간 계속된 기자회견엔 10여 명의 외신기자가 참석했다. 영어로 진행된 회견에서 유치위 관계자들은 “평창이 개최지로 선정되면 특별법 제정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해 국제적·문화적으로 볼거리·즐길거리가 많도록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7월 남아공 더반 IOC총회서 결정



평창의 운명은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쥔 IOC 위원들에게 달려 있다. 이들은 IOC에서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대사’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국빈 대우를 받는다. 위원 한 명이 각각 한 표를 행사한다. 115명이 정원이며, 2010년 2월 현재 76개국에서 108명의 IOC 위원이 선출돼 활동 중이다. 피선 자격은 세 가지로 나뉜다. ▶개인 자격으로 집행위원회에서 추천해 총회에서 선출되는 위원 ▶국제경기단체 대표이거나 각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 가운데 현역 선수들이 투표해 선출하는 선수위원(15명)이다. 이들이 내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릴 예정인 IOC 총회에서 한 표를 행사해 2018년 겨울올림픽의 향배를 결정하게 된다.



대륙별 순환 원칙에 경기시설 수준도 중요



IOC 위원들 중 주목을 요하는 인물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다. 로게 위원장은 “유치전과 관련한 부정부패에 엄격하고 원리원칙에 충실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IOC 전문기자들은 입을 모은다. 로게 위원장 체제의 IOC가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내건 원칙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대륙별 순환 원칙, 둘째는 부정부패 척결, 셋째는 독특한 ‘올림픽 유산(Olympic legacy)’이다. 로게 위원장은 아카풀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상업적 이익을 외면할 필요는 없으나 유치 도시 선정에서 IOC는 매우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도덕적 원칙에 어긋나는 모든 행위를 금해 올림픽을 깨끗하고 투명하게 지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륙 순환 원칙에 따라 로게 위원장 체제에서 내려진 핵심 조치가 2016년 여름올림픽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토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 올림픽을 열어 본 적이 없는 남미 대륙에 기회를 준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평창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에서 지금까지 겨울올림픽을 치른 나라는 일본뿐이기 때문이다. 겨울올림픽은 적설량과 함께 스키장·아이스링크 등의 경기시설 수준이 중요한 개최 기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평창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도시를 찾긴 어렵다. 평창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대륙별 순환이 결정적 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겨울 스포츠 인구가 많고 시설 면에서 뛰어난 뮌헨과 알프스산맥이란 천혜의 조건을 갖춘 안시와 경쟁에서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복병은 또 있다. IOC 2인자인 토마스 바흐 부위원장이 뮌헨 유치위의 핵심 인사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뮌헨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일본도 예민하게 주시…각계 지원 필수



서구 언론엔 IOC 전문 취재진이 두텁다. 특히 IOC·올림픽 전문지 ‘어라운드 더 링스(Around the Ring:ATR)’의 발행인인 에드 훌라와 ATR의 경쟁지 ‘인사이드 더 게임즈(Inside the Games)’의 던컨 매케이 등은 알아주는 올림픽 전문 저널리스트다. 이들의 첫인사는 “올림픽, 몇 개나 치러 봤느냐”다. 대부분 네댓 개 이상의 올림픽을 취재했으니 20년 이상 현장에서 뛴 이들이다.



일본도 교도통신 등 주요 언론은 IOC·올림픽 전담기자를 두고 있다. 이런 전문기자들은 올림픽 경기가 아니라 올림픽 유치전의 막전막후, 숨막히는 드라마를 취재한다. 아카풀코에서 열린 ANOC 취재를 위해 교도통신은 런던 지국의 스포츠 담당 부국장을 파견하기도 했다. 2018년 겨울올림픽에 후보지를 내지 않은 일본이 왜 취재전선에 뛰어든 것일까. 답은 올림픽 유치의 복잡한 방정식에 있다. 일본은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를 노리고 있다. 2018년 겨울올림픽이 평창에 열리면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일본이 그 2년 뒤 개최하려는 여름올림픽이 다른 대륙 국가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상황을 의식해 전문기자를 급파했다는 게 IOC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국은 어떤가. 아카풀코 유치전을 취재한 매체는 중앙일보뿐이었다. 유치위 혼자만 뛰어선 안 된다. 한국 정부의 지원과 언론의 관심도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에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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