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Focus] 북한 연평도 도발과 비슷한 소설 『2014』, 작가 이원호

중앙일보 2010.11.27 00:20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소설선 한국이 옹진반도 진격 … “ 착한 김정일씨로 바뀌길 ”





『강안남자』의 작가 이원호(63·사진)씨가 한 월간지에 연재하고 있는 소설 『2014』는 앞 부분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비슷하다. 소설은 서해안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이 전쟁으로 확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진 이 시점에서 소설로 비슷한 내용을 족집게처럼 묘사한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작가는 점쟁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과 현실에서 군의 대응이 묘하게 대조적”이라고 말한 그의 목소리에선 ‘강한 대한민국’에 대한 아쉬움과 의지가 묻어났다. 이 작가로부터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소설에 대해 들어봤다.



김창규·김준술 기자



●소설 『2014』의 앞 부분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비슷한데요.



 “소설에서는 2014년 연평도보다 약간 더 북쪽에 있는 백령도 상공을 비행하던 남한 비행기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격추됩니다. 현실에선 북한이 연평도를 폭격했지만요. 어찌 됐든 북한이 충격적인 도발을 했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소설에서는 한국 비행기가 격추되자 대통령이 바로 해병대의 북한 옹진반도 상륙 훈련을 결정합니다. 한·미 연합훈련이 아니라 한국 독자 훈련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훈련이지요. 이는 한국 내 군부 강경파가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거지요. 예상대로 북한은 연평도 주변에서 훈련하던 남한 헬기를 향해 미사일을 다시 발사해 4대가 격추됩니다.”



●소설에서는 남한이 어떻게 대응하나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기점으로 남한에서 일제히 그 지역에 미사일을 공격해 북한 포대를 초토화시킵니다. 바로 이 지역이 이번에 연평도를 공격한 그곳(개머리 등)이지요. 그런 다음 해병대가 옹진반도에 상륙합니다. 이 부분이 이번 연평도 도발을 겪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해병대 중 46명만 살아남아 독자적으로 개성·사리원까지 북으로 올라갑니다.”



●46명이 의미 있는 숫자 같은데요.



 “천안함 희생장병 46명을 기리기 위해 이 숫자를 정했지요. 희생 장병은 해군이었지만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는 해병대로 바꿨을 뿐입니다. 46명의 용사는 이동하면서 자신의 활약상을 휴대전화로 남한에 보내고 이는 전 세계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됩니다.”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천안함 사건 때문이군요.



 “천안함 사건 이후 침체된 한국군의 사기와 패배의식에 빠진 국민을 북돋워주고 싶었어요.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가 지는 게 아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이 처음 연재됐을 때 천안함 희생 장병 가족에게 이 소설이 담긴 월간지를 한 권씩 다 선물해 주고 싶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요.”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던데.



 “많은 자료를 확보해 뒀습니다. 북한군 조직 배치도도 있고요. 우리가 비무장지대라고 부르는 DMZ 주변도 북한에서는 전연지대(적과 접경하고 있는 지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소설은 어떻게 전개됩니까.



 “한국군의 상륙을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 폭동이 일어납니다. 노농적위대(북한의 민병조직) 등 그동안 체제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들고일어선 것이지요. 또 북한 상층부에서는 갈등이 벌어집니다. 공격을 주도한 강경파가 중국 군부와 손잡고 반란을 일으키지요.”



●김정일 위원장의 위상이 추락했겠네요.



 “김정일 위원장도 크게 이성을 잃은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소설에는 2014년 김정일이 쇠약해진 틈을 타 강경파가 반란을 일으키지요. 결국 김정일은 북한을 중국의 한 ‘조선 성(省)’으로 만들 것이냐, 아니면 하나의 한반도로 만들 것인가 딜레마에 빠집니다. 마지막 결정은 김정일이 합니다.”



●그래서 결말은 어떻게 됩니까.



 “이거 얘기하면 현재 연재 중인 소설이 재미없어지는데(하하하). 김정일 위원장이 대한민국과 손잡는 걸로 가지요.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 아니겠어요.”



●소설에서는 남북한이 전면전 없이 통일이 되는 거네요.



 “북한은 전면전을 일으킬 능력이 없어요. 이번 도발은 김정일이 김정은 체제를 굳히기 위해 한 것일 뿐이죠. 이번에 북한이 전면전을 준비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지만 그건 음모일 뿐이에요. 김정일 위원장도 이런 걸(소설 『2014』) 보고 ‘착한 김정일씨’로 바뀌어서 한반도를 위해 이런 통일 방안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소설과 현실이 북한의 도발은 같지만 국군의 대응은 다릅니다. 연평도 도발 때 군의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묘하게 대조적이네요. 소설에서는 남한 정부가 완벽하게 대응합니다. 우리나라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을 보고도 상부의 지시를 기다린 순양함 함장은 대통령의 지시로 군법회의에 회부됩니다. 상부 지시를 기다리느라 즉각 대응하지 않아 반격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지요. 북한의 2차 도발이 있었을 때는 현장 지휘관의 재량으로 바로 대규모 반격에 들어가지요.”



 그의 소설에선 ‘공격을 받으면 즉시 옹진반도로 돌입한다. 상륙 목표는 옹진반도의 남해시. 알았나?’ ‘적이 공격하면 즉시 옹진반도로 상륙해라. 해병을 바다에서 몰살시킬 수는 없다. 알았나?’ 등 지휘관의 즉각 대응 의지를 담은 표현이 곳곳에 나온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연평도나 백령도부터 공격할 것으로 봅니까.



 “예. 그 지역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어서 국군이 방어하기도 쉽지 않지요.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곳이에요. 북한은 세계 언론을 상당히 의식합니다. 보세요. TV화면에 북한이 쏜 포탄에 맞아 집 등이 불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북한 입장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효과를 바로 얻었을 겁니다.”



●이번 연평도 도발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군 당국이 57년 만에 교전규칙을 사실상 전면 개정하기로 한 건 잘한 일입니다. 북한이 민간인을 공격했을 때는 바로 강력한 대응 타격을 할 수 있는 교전규칙을 만들어놓는 게 좋습니다.”



소설 『2014』의 카타르시스



이원호 작가가 한 월간지에 연재 중인 소설 『2014』는 지금으로부터 4년 뒤 2014년을 뜻한다. 서해 5도인 백령도에서의 군사적 불안감,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서 시작된 전운. 소설의 묘사는 이번 연평도에 대한 해안포 공격을 연상시키며, 한반도가 전쟁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깨워 준다. 다음은 지금까지 게재된 소설 내용.



 2014년 7월 22일 서해 백령도의 해병 특공중대 상황실. 비상이 걸렸다. 북한 함정들이 나란히 내려오며 무력 시위를 하는가 싶더니 그중 어뢰정 한 척이 귀순한 것이다. 북한 어뢰정장 김만성은 “지도부가 한국 해군을 자극한 뒤 북한 함정의 격침을 유도해 전쟁 빌미로 삼으려 한다.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기 싫어 귀순했다”고 진술한다. 마침 중부전선의 9사단 15연대에선 북한군 초소장이 귀순한다. 그도 “북한군이 초소 병력을 빼내 어디론가 이동시킨다”는 심상찮은 진술을 한다. 백령도 출신으로 특공중대장을 지냈고 현재 해병작전사령부 부관인 주인공 이동일 대위. 그는 어뢰정 사건을 조사해 보고한 뒤 서울에서 연인인 국제일보 사회부 기자 송아현을 만난다. 7월 23일 심상치 않은 조짐 속에 한국의 정예기 KF-24기가 정찰비행을 하다 귀환한다. 갑자기 미사일 경보가 울렸다. 아군기 1대가 격추됐다. 북한 23 미사일 전대의 공격이었다. 한국군은 즉각 반격을 하지 못했다. 긴급 안보회의가 소집되고 전군 비상대기령과 데프콘 3가 발령된다.



 7월 25일 백령도. 헬기 150여 대를 동원한 해병대의 대대적인 기동 훈련이 시작된다. 상륙 목표는 23대공 미사일 전대가 주둔하는 옹진반도였다. 이동일 대위도 지휘기에 몸을 싣는다. 북한 전투기가 출현하고, 한국군은 공격을 받으면 즉시 옹진반도로 돌입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10시39분32초 북한군 23 전대장 이광천 대좌가 들어선다. 한국군을 보고 위협을 느낀 그는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윽고 한국의 기동함대 광주호에서도 120발의 미사일이 날아오른다. 목표는 23 미사일 기지. 헬기 연대도 옹진반도에 들어선다. 옹진 인근의 북한 해상군은 괴멸 수준에 이른다.



 해병 수색대대는 옹진의 남해시에 착륙한다. 이동일 대위도 그 속에 있다. 서해의 제해·제공권을 빼앗긴 김정일은 한국 대통령에게 휴전을 제안한다. 남해시에선 육상 전투가 벌어진다. 긴박한 순간, 전투 중인 이동일 대위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송아현의 목소리. ‘너, 죽으면 안 돼, 살아서 돌아오라고!’



 양국이 교전을 중단하고 해군과 공군을 원상태로 복귀시키자는 김정일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 이동일 대위가 이끌고 있는 해병 2중대는 169명에서 46명이 남았지만 계속 북상한다. 송아현은 이동일과 휴대전화 영상 전화로 인터뷰를 하고 전장의 상황은 TV를 타고 전국에 내보내진다. 천안함의 전사자 46명, 이젠 이동일 대위의 46 용사가 북에 남겨져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