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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노후자금까지 탈탈 털어 시키는 아이 사교육, 헛짓 될 공산 크다면

중앙일보 2010.11.27 00:19 종합 23면 지면보기








아깝다 학원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음

비아북

278쪽, 1만3000원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한국은 미친 나라’라는 생각에 이를 듯하다. 영어유치원으로 시작, 초등 전과목 보습학원을 거쳐 조기유학에 특목고 진학을 위한 선행학습 광풍까지 정신없이 불어닥치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등장한 개념인 ‘자기주도형학습’ 마저 학원에서 가르치겠다고 광고한다. 그런데 정말 그 온갖 사교육이 효과가 있을까. 이 책은 2008년 출범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온갖 사교육 통념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와 강연회 등을 열어 얻은 결과물이다.



 일단 학원이 아이들 성적을 올리는 비법은 이렇단다. 주변 학교 기출문제 5년~10년치 데이터와 각 학교 수업자료를 동원해 예상문제 800~1000개가 담긴 시험대비집을 만든다. 과목별로 출제되는 문제의 50배수를 내는데 거기에서 출제가 안 되면 이상한 셈이다. 아이들은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야 하니 개념·원리 이해와는 거리가 멀다.



 학원들의 주력상품인 선행학습 관련 논문 수십 편 중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단 한 편도 없었다. 진짜로 학업 성취도 향상에 필요한 건 복습, 심화학습이다. 그럼에도 학원들이 선행학습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데다, 상급 학년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니 프로그램 개발 비용이 들지 않고, 당장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영어학원도 한때는 말하기 위주의 영미식 교육을 들여왔다 학부모들에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숙제를 많이 내주고 단어 시험을 보는 옛날 방식으로 회귀했다. 학원의 맞춤형 지도는 환상이며, 레벨 테스트란 것도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해 원생을 묶어두려는 수단이라고 책은 지적한다.



 그러나 노후자금까지 탈탈 털어 투자한 그 모든 사교육이 결국은 ‘헛짓’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책을 읽다 보면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이 이 지독한 광풍의 장본인임을 간파할 수 있다. 자식의 아까운 청춘을 학원에 가둔 대한민국 학부모들이여, 제발 읽어보시라. 학부모가 아닌 부모 노릇 좀 하시도록.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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