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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번영을 지키기 위한 전쟁

중앙일보 2010.11.27 00:07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진홍
논설위원




# 지난 13, 14일에 걸쳐 광화문에 있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수공사를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작업장으로 옮겨졌다. 이른바 ‘동상 이송 작전’이 실시된 것이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던 자리엔 ‘탈의중’이란 패찰이 붙은 탈의실 모양의 디자인물이 대신 설치됐다. 40여 일간의 동상 보수 기간을 ‘옷을 갈아 입는 기간’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인데 정작 북의 연평도 포격사태가 터지고 보니 그냥 웃으며 보게 되지가 않는다. 우리에겐 진짜 이순신 장군이 없기 때문이다.



 # 이번 연평도 사태는 1953년 휴전 이후 가장 크고 심각한 북의 도발이었다. 아니 대한민국 영토에 군인과 민간인, 군시설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수백 발의 포격을 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였다. 단지 겁을 준 정도가 아니다. 저들은 우리의 번영을 시샘하고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우리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이 시샘하는 우리의 번영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불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게 진짜 응징이다. 응징은 시늉이 아니라 단호함과 두려움의 표징이어야 한다.



 # 지금 우리는 비상시국이다. 적의 도발 때문만이 아니라 그 도발에 전전긍긍(戰戰兢兢)했던 부끄러운 모습 때문이다. ‘전전’은 겁을 먹고 벌벌 떠는 모양, ‘긍긍’은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걸 바꾸지 못하면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피와 땀으로 일군 번영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아니 무너진다. 번영은 거저 지켜지지 않는다. 지킬 의지와 분명한 힘이 있을 때만 지킬 수 있다.



 #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은 아르헨티나의 침공을 좌시하지 않았다. 영국 본토에서 자그마치 1만3000㎞나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연평도에서 서울은 직선거리로 불과 70~80㎞ 정도다. 적이 코앞에서 준동하는데 좌시할 순 없다. 좌시해선 안 된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날이 서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말했든, 참모가 말을 끼워넣었든 “확전하지 말랬다, 그런 적 없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말의 혼선이 처음 야기된 곳은 청와대다. 거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방장관 날린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적의 포격에 산화한 젊은 해병들의 주검 앞에서 해병대사령관이 눈물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눈물을 머금고 어금니를 깨물며 단호한 응징의 결기를 보였어야 마땅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나 사령관이나 똑같다.



 #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한 명언이 있다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제격이다.” 도대체 우린 왜 이다지도 유약하단 말인가? 이렇게 가면 우린 서울 시내에 포탄 하나 떨어지면 손들고 만다.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면 정말 안 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의 놀라운 번영과 지도력을 세계에 알렸다면 의당 그에 걸맞은 우리의 단호함과 결연함도 대내외에 천명함이 지극히 옳다. 우린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번영을 위협하는 세력 앞에 비겁해지면 안 된다. 역사 속에서 번영을 구가한 나라는 애써 전쟁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특히 적의 도발에는 단호히 응징함으로써 스스로를 지켰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비겁하게 꽁무니 보이면 결국 우리가 먹힌다.



 # 번영은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번영의 터전을 지킬 사람은 우리 스스로다. 더 이상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안 된다. 국가신용도는 우리 스스로 번영을 지키기 위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가 있으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얻어맞고도 눈치만 보는 모습이면 남들도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기적 같은 번영을 지키려면 그에 상응하는 우리의 결기를 만천하에 천명해야 한다. 우리가 일군 번영이 무너질까 겁내 움츠리면 진짜 번영을 잃고 말 것이다. 지금 우리는 번영을 지키기 위한 전쟁을 각오해야 할 때다.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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