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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강력한 금융제재로 ‘이번엔 다르다’ 보여줘라

중앙일보 2010.11.27 00:04 종합 35면 지면보기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폭격당한 연평도를 보면서 찢어지는 마음을 달래기 힘들 지경이다. 같은 동포에게 이 무슨 짓인가 하는 분노, 민간 거주지역에 이렇게 무차별 폭격을 가할 수 있는가 하는 울분과 함께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북한 퍼주기’의 결과가 결국 포탄 200여 발로 돌아오는가 하는 자괴감까지 복잡한 심경을 금할 길 없다. 천안함 폭침으로 46인의 용사를 떠나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두 명의 용사와 민간인 두 분까지 우리 곁을 떠났다.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 민간지역을 직접 공격한 것이다.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고 다양한 대응방안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제작해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에는 ‘수퍼노트’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위조지폐 식별기를 ‘이상 없음’으로 통과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마약을 제조 판매하기도 하고 위조지폐를 제작 유통시키기도 하는데 위조지폐의 경우 주로 동남아 조직 등에 이를 팔아서 번 돈을 가지고 김정일의 비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렇게 위조지폐를 팔아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현금을 은행에 예금할 경우 이는 명백한 자금세탁행위(money laundering)가 된다.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취득한 자금이 은행에 입금이 되면서 합법적인 자금으로 바뀌는 것은 은행이 스스로 나서서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법적 자금 거래를 눈감아 주는 은행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는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방코 델타 아시아’가 바로 그 은행 중 하나였다.



 이 은행은 마카오에 있는 은행인데 이 은행이 주목을 받은 것은 이 안에 북한의 비자금 계좌가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2005년 미국은 이 은행에 숨겨져 있던 북한의 비밀계좌 20여 개를 찾아냈다. 약 2500만 달러의 돈이 이들 계좌에 입금이 되어 있었는데 이 중 일부 계좌의 경우 이미 사망한 사람의 이름으로 예금주가 등록되었을 정도로 느슨하게 관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 은행을 자금세탁우려 은행으로 지정하자 다른 예금주들이 동요하면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은행은 손을 들었고 북한의 계좌는 동결되었다. 비자금을 통한 다양한 목적의 자금결제가 중지되자 당시 북한의 외무성 부상이었던 김계관은 “금융은 피와 같다. 이것이 멈추면 심장도 멎는다”는 언급을 하여 북한이 느끼는 압박이 상당했음을 보여주었다. 북한에 대해 다른 제재수단도 있겠지만 금융을 통한 제재가 상당히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은행이라 해도 ‘북한과 불법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 ‘자금 세탁이 이루어진 은행이다’고 공개적으로 은행을 지목하기만 해도 예금자들이 동요하면서 이탈하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는 노동당 39호실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조직이 이용하는 계좌가 최근 유명한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퍼스트 캐러비안 뱅크’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은 이 계좌를 포함, 북한의 비밀계좌 200여 개를 추적 중이며 이 가운데 100여 개를 계좌 보유 은행에 통보하는 등 자금 동결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평 사태 이후 우리 정부가 여러 가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겠지만 특히 이번에는 금융 분야에서 강한 제재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제재 조치에 착수한 미국에 좀 더 광범위한 조사와 제재를 촉구하는 한편 다른 선진국들과의 정보교환, 그리고 2009년 우리가 정회원으로 가입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과의 공조 체제를 통해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제재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해외계좌를 포함, 북한 소유 해외 금융자산 전반에 대해 조사를 하고 이 중에서 가능한 경우를 선별해 광범위한 자산동결 내지 규제조치가 가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특징과 문제점을 잘 지적한 책 중에 『이번엔 다르다』는 책이 있다. 원제목은 ‘This time is different’다. 이제 연평도 사태를 맞아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금융 분야까지 포함한 다양한 제재수단을 강구하고 실행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이번엔 다르다’는 신호가 확실하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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