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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의 대안 '성찰교실' 그 현장을 가보니

중앙일보 2010.11.23 14:13








22일 충북 제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시간 중에 뒤를 쳐다 보며 떠드는 남학생(17)을 꾸중하자, 이 학생이 여교사(48)의 허벅지를 발로 차고 욕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교사는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중학생 김 모 군이 방과 후 수업을 하는 40대 기간제 여교사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서너 차례 가격했다. 이 여교사는 병가를 내고 아직까지 출근을 못하고 있다.



“요즘은 수업 시간 중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은 간 큰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는다. 쉽게 아이들을 포기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일선 학교에서의 체벌금지 이후 무너지는 교권에 대한 후폭풍이 심각하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폭력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교육당국은 체벌금지의 대안으로 문제 아이들을 상담 위주로 교육하는 성찰교실을 의무화 하고 있다.



‘무너지는 교권’과 ‘체벌 없는 교육’사이에서 교사들은 고민 중이다. 교육당국이 대안으로 제시한 성찰교실.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문화고등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침보다 먼저 지난 2009년 3월 전국 최초로 ‘Wee Class’(We emotion education Class)라는 성찰교실의 문을 열었다. 1년을 운영한 성찰교실, 그 현장을 가봤다.



교실에 들어서면 몽둥이를 든 우락부락한 생활지도부 선생님 대신, 온화한 미소를 짓는 상담 전문 여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20평 남짓한 교실은 각종 보드게임과 학생들이 그려놓은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일반 교실과 달리 성찰교실의 한켠에는 따로 조그만 상담실이 설치돼 있다. 이곳이 문제학생들을 1:1로 상담하는 장소이다.



기자가 찾아간 서울문화고등학교의 성찰교실에는 수업시간 중임에도 한 학생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일본의 가부키 화장처럼 얼굴을 새하얗게 칠하고, 교복치마는 무릎 위 5cm 위까지 짧게 올려입은 상태다. 이 학생은 교사에게 욕을 하며, 자퇴를 하겠다고 우기다 결국 성찰교실로 왔다. 이 학교는 수업 중 학생이 교사에게 두 번 이상의 경고를 받으면, 해당 교사와 성찰교실 담당지도교사의 합의 하에 상담을 받게 한다. 해당 학생은 지도교사와 미리 약속을 하고 수업시간 중에도 성찰교실을 찾아갈 수 있다. 성찰교실에 상주하는 상담전문 우지향 교사는 하루에 많게는 5-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한다. 등교 거부, 시험 거부, 가출 등 기존의 생활지도부에서 체벌로 다스리던 문제학생들은 물론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들도 상담의 대상이 된다. 설찰교실의 프로그램은 음악심리치료와 연극놀이치료, 마음을 찍는 사진촬영, 노작활동(우리 밀 수확하기) 등이 있으며, 전교 최하위 11명에게는 독서습관 및 인문소양 기르기 훈련도 따로 실시한다. ‘왕따’에게는 친구도 소개시켜준다.



▶ 성찰교실 운영 1년, 어떻게 운영되나?

무엇보다 ‘Wee Class’는 찾아온 학생들을 문제아로 대하지 않는다. 성찰교실에서는 학생들끼리 기타도 치고 보드게임도 할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아래 세밀하게 분류된 학생 개인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교사경력 8년, 전문상담교사 4년의 우지향 교사는 “체계적인 상담을 위해 먼저 아이들을 학교부적응, 심리적 위축, 전교생 소외층 학생 등으로 나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서울문화고등학교 성찰교실에서 개인별 상담을 받은 학생 수는 600여명. 그들은 성찰교실을 통해 변화해 나갔다. 시험을 아예 안 치르겠다고 버티던 학생은 서울 유수의 대학에 입학했고, 교사에게 욕을 하던 여학생은 모범생이 됐다. 중학교 때부터 가출이 잦다가 수학여행 때 갑자기 사라져버린 한 여학생은 심한 우울증과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이 학생은 우 교사와 함께 몇 개월 동안의 긴 대화를 통해 겨우 말문을 열었다. 1:1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이 성공한 것이다.



우 교사는 “문제 학생으로 지적된 한 여학생의 거친 손을 잡아보곤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는 그 여학생은 ‘왜 이렇게 손이 거치냐?’는 질문에 눈물부터 주르륵 흘렸다. 누구도 그녀에게 손이 거칠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우 교사는 마음을 닫고 있는 아이들의 말문을 열게 하는 것이 상담교육 프로그램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의 끊임없는 관심은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다.



▶ 체벌 대신 일산화탄소 흡입기 도입

이 학교는 아침 등굣길에 4명의 교사가 나와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한다. 인사 예절은 학습의 기본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학교 황순석 생활지도부장은 “우리는 아이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지각, 흡연 등을 한 학생들에게 체벌 대신 벌점을 매긴다. 이 점수는 학부모 면담과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퇴학처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체벌 없는 교육을 위해 교사들은 머리를 짜냈다. 흡연하는 학생들의 손에 밴 담배냄새를 맡고 무조건 때리던 것은 과거의 모습이었다. 이 학교는 2005년부터 일산화탄소 흡입기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공지했고 흡연학생에게 벌점을 매겼다. 그 결과 900여 명에 달하던 흡연자가 지금은 20-30명 안팎으로 줄었다. 지각을 하면 생활지도부실에서 2-3시간 설교를 듣거나, 반성문을 써야 한다. 10분 지각한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자유시간 2-3시간을 뺐는 것으로 이 학교는 체벌을 대신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함께 책임을 부과하는 것, 이것이 이 학교 교육의 핵심이자 체벌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교육방침이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김정록 기자 ilr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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