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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탐방] 천안 불당동 호반리젠시빌

중앙일보 2010.11.23 03:15 5면
2008년 초 천안 불당동의 호반리젠시빌 아파트가 충남도 선정 ‘살기좋은 아파트’에 뽑혔다. “아름다운 조경에 각종 부대시설과 복지시설이 잘 유지 관리되고 있으며 주민화합을 위한 공동체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상으로 3000만원의 아파트 시설개선자금이 지원됐다.


우아한 조경 만큼 주민들 마음도 아름다워요

 2004년 10월 입주한 이 아파트는 15층 10개동으로 이뤄져 476세대가 살고 있다. 분양면적은 132㎡(40평형), 148㎡(45평형), 169㎡(51평형)으로 대형 위주 아파트단지다.









천안 불당동 호반리젠시빌 아파트 중앙정원은 조형물과 조경이 조화를 이뤄 주위 아파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왼쪽부터 조각형 입주자대표회장, 윤재선, 김미화씨, 창현명 노인회장, 고정순 부녀회장, 손정임씨, 이운길 관리소장. [조영회 기자]





실소유자가 주민의 80% 이상



 







조각형(46)입주자대표회장은 “우리 아파트는 세입자보다 실제 소유 거주자(약 80%)가 훨씬 많다”며 “그만큼 한 번 살아보면 떠나기 싫어하는 아파트”라고 자량했다. 그 이유는 편안한 주거 환경과 주민들의 화목한 분위기란다.



 창현명(70) 노인회장은 “인근 다른 아파트로 이사 간 할머니가 지금껏 우리 아파트 경노당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항상 같은 주민으로 반겨주는 정다운 이웃이 있어 계속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 회장은 서울서 천안에 살던 아들을 따라 내려 왔다. “처음 불당동에서 천안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같이 살기 좋은 아파트에 운 좋게 살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서울서 살던 목동 아파트보다 더 좋다”고 했다.



 아파트 자랑거리를 꼽아 보라고 주문했다. 조 입주회장은 우선 단지 가운데 중앙공원을 향해 가지런히 배치된 동 배치를 내세웠다. 그 다음 아파트 조경의 우수성을 들었다. “외부 조경업자가 들어와 보곤 ‘더 이상 손 댈 데가 없다’고 할 정도”라며 “수종 선택도 조화롭게 해 사시사철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초 부터 이 아파트에 근무한 이운길 관리소장이 한마디 거든다. “주민들이 입주 전부터 건설사와 협의해 나무 하나 하나에 신경써 조경을 한 덕분”이라고 귀띔한다. 이 소장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청남도회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공동주택 관리사다.



이 아파트는 그 흔한 아파트내 장터를 유치하지 않는다. 또 현금 협찬을 받고 하는 동 입구 혹은 엘리베이터 내 홍보·광고물 설치도 일절 하지 않는다. 조 입주회장은 이런 제안을 받지 않는 아파트 부녀회에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아파트가 높은 품격를 지닐 수 있는 건 부녀회 주부들의 높은 안목 때문이다.”



 고정순(55)회장은 부녀회를 5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는 “설립 초기 잠시 초대 부녀회장이 계셨다 물러난 후 부족한 제가 줄곧 연임하고 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자 동석한 다른 주부들이 “나이 아래·위 주민들을 잘 융합되도록 이끌고 있다”고 추켜 세웠다.



행사 때 돕는 주민 많아 힘 안들어











부녀회가 하는 연중 행사가 많다. 음력 1월에 아파트 경노당 떡국잔치, 성환농협을 돕는 배 화접 봉사, 어린이날 사생대회, 어버이날 노인잔치, 경노당 김장 지원, 동지 팥죽 잔치 등. 이렇게 일이 많아도 고 회장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한다. “우리 주민들이 참 특이하다. 쓰레기가 단지 내에 버려져 있을 때가 없다. 왜냐하면 보는 사람이 얼른 줍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트 행사가 있을 때 계획만 세우면 주민들이 착착 나서서 일 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한다. “우리 부녀회는 일을 몰아서 하지 않고 차근 차근 하는데 주민들이 일도 참 잘 한다. 그래서 별명이 빗자루, 무술이, 일벌레로 불리는 사람들이 많다.”(웃음)



 





2008년 충남도 ‘살기좋은 아파트’에 뽑힌 호반리젠시빌.



아파트 통장 일을 보는 김미화(47)주부가 “인구 센서스 조사를 하다보니 우리 아파트에 4대가 모여 사는 세대가 있더라”며 “92세 할머니, 72세 아들 그리고 손자, 6살 증손자가 있다”고 소개했다.



 동갑내기 김미식 주부는 “인근에 학교·학원이 밀집돼 자녀 키우기에 좋다”고 말했다. 서당초교, 불당중, 쌍용중, 월봉고 등이 지척에 있다. 학원도 가까운 쌍용동 용암마을에 밀집돼 자녀들이 걸어서 다니기 편하다. 손정임(49)주부는 “유해업소가 주변에 없어 안심이 된다”며 “아파트 상가에 술집이 적고, 노래방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누군가 “좋은 건 아파트 가까이 있어 좋고, 덜 좋은 곳도 너무 멀리 있지 않아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아 좋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이 아파트 뒤쪽은 ‘천안의 허파’로 불리는 봉서산(156m)이 에워싸고 있다. 등산로가 바로 뒤에 있어 주민들의 출근 전 아침 등산이 일반화돼 있다. 등산복 차림의 윤재선(46)씨는 “시간 날 때마다 봉서산에 오른다”고 했다. 지난 8월 시는 봉서산에 자연생태학습장을 만들었다. 총사업비 4억원을 들여 봉서산 내 1만 8546㎡에 야생화와 조경수를 심었다.



 호반리젠시빌 아파트는 지난해 뒷담을 따라 주목나무를 100여 그루를 심고 넝쿨장미로 담장을 장식해, 담장길을 따라 봉서산에 오르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단지내 도로 중앙분리대에 놓인 화분도 이 아파트의 특징이다. 화분에 사계절마다 다른 꽃을 심어 항상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김호연 국회의원, 이곳 살면서 당선



아파트 주차장이 풍족하다. 세대당 1.6대 주차가 가능하다. 476세대 주거 아파트인 데 주차면수는 768대를 확보하고 있다. 모두 지하주차장이다. 관리비도 높지 않다. CCTV를 늘리고 경비원 효율화를 단행, 인건비를 줄인 덕이다. 조 입주회장은 “7년째 살고 있지만 주민들간 싸우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김호연(한나라당·천안을)국회의원도 이 아파트에 산다. “2008년 이사와 사모님과 함께 3년째 살고 있다”고 부녀회장이 말했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독서실



원목 칸막이 책상 60개

오전 1시까지 편안히 공부












관리사무소 2층에 자녀 공부를 위한 독서실(사진)이 지난해 마련됐다. 60개 칸막이 책상을 만들었다. 조 입주회장은 “가장 비싼 고급 원목으로 만든 책상”이라며 “냉온방 시설을 철저히 갖춰 공부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개방한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고석현(18)군이 조용한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평일 낮 시간이라 다른 학생들은 없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 유학하고 최근 돌아온 고군은 내년 공주교대 입학을 목표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고군은 “귀국하니 우리 아파트에 이처럼 좋은 독서실이 생겨 공부하는데 편리하다”며 “점심·저녁을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으로 먹고 공부하니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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