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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우라늄 시설 너무 충격적 … 잠시 정신 나가”

중앙일보 2010.11.23 00:25 종합 4면 지면보기



헤커 소장 ‘북한 핵시설 방문 보고서’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핵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사진)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C) 소장은 20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영변 핵시설 방문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최근 완성한 원심분리기 2000개 규모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자세히 묘사했다. 그는 “영변 핵연료 생산공장 부지 내 약 100m 길이의 공장에서 초현대식 제어실과 함께 1000개가 넘는 원심분리기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또 컴퓨터로 통제되는 초현대적 제어실은 2004년 1월 이후 여섯 차례 방북에서 처음 보는 것이라며 놀라움을 보였다. 헤커 소장과 함께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객원연구원도 21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어떤 전문가도 북한이 이렇게 많은 원심분리기를 구축했을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며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지.



 ◆영변 핵과학연구센터=지난 12일 영변 경수로 건설 현장과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설비를 3시간30분 동안 둘러봤다. 이번 방문은 북한이 지난해 9월 선언한 우라늄 농축 기술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현장을 보고 싶다는 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영변 핵시설의 기술 책임자는 “우리는 영변 핵시설을 경수로와 실험용 우라늄 농축 설비로 바꿀 것이다.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5∼30㎿e 실험용 경수로=위성사진에서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5㎿e 실험용 원자로가 있었던 장소로 안내받았다. 북한 기술자는 “100㎿e 용량 수준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30% 정도라고 밝혔기 때문에 용량은 25∼30㎿e급으로 추정된다. 기술 책임자는 “건설 공사가 올해 7월 31일 시작됐다”며 “완공 목표일은 2012년”이라고 말했다. 북한 측은 “충분한 천연 우라늄 광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원자로 설계팀은 대부분 40대로 젊고 새로운 팀이었다.



 우리는 약 100m 길이의 또 다른 공장 2층에 있는 제어실 전망대로 안내됐다. 전망대 창문을 통해 내려다본 광경은 놀라웠다. 북한 기술 책임자는 “지난해 4월 원심분리기 설치가 시작됐으며 수일 전 완성됐다”고 했다. 또 “공장엔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재료는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지만 네덜란드 알메로나 일본 로카쇼무라 원심분리기를 모델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축 역량이 연간 8000㎏-SWU((Seperative Work Unit·농축서비스 단위)이며 평균 3.5%의 저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고 건설 중인 경수로는 2.2∼4%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북한은 연간 최대 2t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고 시설을 전환하면 핵폭탄 2개분에 가까운 40㎏의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다.



 ◆“북한, 비밀 원심분리시설”=미국의 핵전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헤커 교수에게 공개한 영변의 원심분리기와는 별도로 과거에 비슷한 설비를 비밀리에 구축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과 폴 브레넌 수석연구원은 21일 웹사이트에 올린 북한 원심분리기 관련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과거 다른 원심분리기 설비를 구축했다가 영변 지역으로 그 설비들을 이전했거나 아니면 보다 소규모로 가동해 본적이 있는 원심분리기 설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정재홍 기자,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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