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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주 이사장 “탈북자 2만 명 안정된 생활이 통일 지름길”

중앙일보 2010.11.23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22일 출범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김일주 이사장



김일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재단 출범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부모·형제들에게 은밀히 전화해서 ‘뜨거운 물 콸콸 쏟아지는 아파트에 산다. 노동당 비서 부럽지 않다’고 서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목소리가 북한 사회에 유입돼 많은 주민이 남한 발전상을 생생하게 알고 있어요.”



 22일 출범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김일주(77) 초대 이사장은 한국 사회가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성원하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자리잡는 게 통일을 위한 지름길’이란 얘기다. 그는 “탈북자 가운에 약 65%가 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것으로 안다”며 “먼저 남쪽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북한 김정일 체제에는 큰 위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나 역시 함경남도 단천 출신으로 6·25 전쟁 당시 혈혈단신 내려온 사람”이라며 “탈북자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늘 두 대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닌다. 자기를 급하게 찾는 탈북자들이 수월하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 이사장을 스스럼없이 “아빠”라고 부르는 젊은 탈북자도 많다. 김 이사장은 “나도 따지고 보면 60년 전 한국에 온 탈북자”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원재단의 전신인 북한이탈주민후원회장을 2005년부터 맡아왔다. 이번에 반민반관 형태로 확대 개편된 지원재단의 수장을 다시 맡게 된 건 그동안 탈북자뿐 아니라 지원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출범은 한국 정착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은 때에 이뤄져 더욱 의미가 있다. 탈북자 정착 지원을 정부부문(정책수립)과 민간부문(지원 서비스)을 양대 축으로 하는 공공기관 형태의 재단이 맡게 됐다는 점에서다.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9명과 전문요원 등 모두 57명의 직원이 일한다. 정부 지원도 대폭 증가한다. 2011년도 정부 예산안에 재단 운영비 248억원이 들어 있다. 올해 정부 예산 지원금은 62억원이다. 이처럼 지원재단의 예산과 인력이 크게 늘어나자 방만한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이사장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투명하지 않게 일을 처리하겠냐”라며 “사람에 일을 맞추지 않고 일에 사람을 맞춰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지원재단의 사업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탈북자 실태를 정확히 조사한 뒤 의료·귀농 지원 강화 등 실질적인 정착 돕기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인간은 숨이 붙어있는 한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탈북 결정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단지 경제적 이유로 탈북했다거나 가족을 버리고 온 모진 사람으로 폄하하지 말라는 당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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