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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아저씨·아줌마가 가도 눈치 볼 일 없는, 젊음의 술집들

중앙일보 2010.11.23 00:08 경제 22면 지면보기
건대 35, 경희대·외대 7, 고대·성신여대 30, 신촌·이대 104, 홍대 279.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서울 대학가별 맛집 숫자다. 이번 달 ‘맛길’을 위해 홍대 앞으로 나서긴 했는데 워낙 숫자가 많아 뭔가 분류할 만한 코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맛’ 외에 조건을 하나 더 달았다. ‘30~40대가 가기 좋은 술집’. 20~30대의 입맛에만 아부하는 집 말고, 그렇다고 허름한 동네 호프집과는 다른 곳. 홍대 앞 밤거리를 헤맨 끝에 ‘홍대 앞스러우면서도 30~40대가 기죽지 않아도 되는’ 네 집을 발견했다.


서정민 기자의 길맛, 맛길 ⑤ 홍대 앞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타닥’(02-333-6564)은 고기가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14일자 뉴욕 타임스 여행 면에 ‘서울에서의 36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도산공원 앞 ‘정식당’과 함께 서울 맛집으로 소개됐다. 단골손님들 사이에서는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비싼 집”으로 유명하다. 생삼겹 1만1000원(170g), 우삼겹 1만원(170g). 우삼겹은 호주산 냉동육이고 생삼겹은 말 그대로 육질 좋은 생삼겹이라는 게 이유다. 주인 부부는 “어렵게 찾아낸 개인 거래처에서 고기를 받고 있다”며 “주변의 고깃집들이 혹여 알까 봐 고기를 쌌던 포장지도 함부로 못 버린다”고 했다. 고기를 구울 때는 꼭 참숯만 사용한다는 점도 주인 부부의 고집이다. 어떤 손님은 밤 10시30분이면 영업이 끝나는 것도 이 집의 장점이라고 한다. 흥청망청 취해서 소란을 피우는 손님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불판 앞에서 고기를 굽는 게 번거롭다면 깔끔한 일식집 ‘스가타모리’(02-3143-1525)를 추천한다. 주차장 골목에서 한 골목 더 들어간 주택가에 있어서 분위기가 조용하다. 가격도 일식집 치고는 꽤 ‘착하다’. 제일 비싼 메뉴인 도미회(사진 왼쪽)가 3만8000원. 탕이나 튀김 등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싼 가격이 늘 부담인 사케. 이 집에는 1만4000원짜리부터 있다. 흰 셔츠, 검정 바지와 조끼를 유니폼으로 입은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호텔만큼 정중하고 상차림은 정갈하다. 이렇게 완벽한데 가격이 싼 이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사업을 하는 대표가 중간 유통비용을 가격에서 뺏기 때문이다.



 산울림소극장 근처에 있는 ‘곱창전골’(02-3143-2284)은 70~80년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뮤직 바’다. 지하에 있는 실내는 크고 널찍해서 가슴이 탁 트인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LP판으로 가득한 두 개의 벽면은 장관이다. 흠이 있다면 대학가 술집 치고는 안주가 비싸다. 계란말이 1만3000원, 꼬막&생굴 세트 1만2000원. 그런데 밤이면 밤마다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큰소리로 얘기하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만큼 볼륨을 높인 오디오 사운드 덕분에 노래를 큰소리로 따라 불러도 전혀 눈치 볼 일 없다. 담배도 마음대로 피울 수 있다. DJ가 신청곡도 틀어준다. 가끔은 테이블에서 탄성이 터진다. ‘누구의 어떤 노래인지’ 알아맞힌 사람의 환호성이다. 20년 전 대학가요제에 출전했던 가수의 이름과 노래 제목까지 기억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맞히고 나면 청춘을 돌려받은 듯 진짜 기쁘다. 술보다 분위기에 먼저 취하는 집이다.











 ‘수안라’(070-4095-9363)는 ‘술집’이 아니고 국수집이다. 중국 쓰촨성 사람들이 즐겨 먹는 맵고 신 국수 ‘쏼라펀(사진)’ 전문점. 그런데 이 집을 술 마시기 좋은 집으로 소개하는 건 10석 규모의 ‘바’구조이기 때문이다. 두 명 혹은 혼자서 맥주 마시기 좋다. 매운 국수로 후루룩 배를 채우고 느긋하게 맥주를 즐기는 맛, 실제로 해보면 꽤 괜찮다. 늘 인파로 붐비는 홍대 앞이지만 가끔은 혼자 숨을 곳이 필요하다. 그럴 때 딱 좋은 곳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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