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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식당 주방서 손님 안방까지 … 보약 한 첩 달려갑니다

중앙일보 2010.11.23 00:08 경제 22면 지면보기
“추어탕 받았니?”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엔 언제나 걱정이 가득하다. 혼자 사는 자식이 밥은 제대로 해 먹는지, 맛있다고 몸에 안 좋은 것만 사먹고 다니는 건 아닌지. 추어탕은 그런 자식에게 보내는 일종의 영양제다. 물론 직접 만들어 보내는 건 아니다. 요즘 부모들은 시간이 없다. 대신 효율적이다. 음식 만드는 데 온종일을 쏟는 대신, 어디서 뭘 파는지 정보를 입수하는 데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영양가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 배달해주는 곳을 알아낸다. 포장 역시 큰 이유다. 전용용기에 보내니 집에서 하는 포장보다 편리하고 깔끔하다. 상할 위험도 덜 하다. 자식은 항상“먹을 거 많으니 됐다”고 말하지만, 택배원에게서 “놓고 간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냉장고 속 가득 보양식을 채워 놓고 흐뭇해한다. 항상 추어탕만 받아 먹다 보니 추어탕 말고 어떤 택배 보양식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택배가 가능한 보양식들을 찾아 직접 주문해 먹어봤다. 다른 사람들은 왜 보양식 택배를 이용하는지 그 사연도 들어봤다. 추운 날 바깥일에 지친 채 집에 돌아와도, 보양식을 먹는 순간엔 왠지 모를 힘이 솟았다.


택배 가능한 보양식

글=이상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푸드스타일링=전통요리연구가 박영란



1 현식당 추어탕



얼큰한 국물, 부드러운 열무 시래기










남원 ‘현추어탕’의 얼큰한 추어탕.



“같이 산다면 직접 만들어주고 싶은데 떨어져 사니 그럴 수 없잖아요. 어떨 땐 음식을 만들어주고 와도 관리를 잘 못하니 빨리 상해서 버리더라고요. 택배로 부치는 추어탕은 밀봉 포장이 잘 되어 있으니 상할 염려가 덜해요. 밖에선 거의 인스턴트 음식만 사먹을 텐데 집에서 따뜻한 국물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죠.”



김경선 (52·주부·전북 전주시 인후동)씨



주문해 보았더니 포장이 견고해 믿음이 간다. 121도의 고온 살균을 견디는 3중 포장용기에 담겨온다. 빨간색 포장용기를 잘라보면 역시 빨간 추어탕이 가득 들어있다. 국물은 얼큰하고 시래기는 부드럽다. 무 시래기가 아닌 열무 시래기이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를 뼈째 갈아 만든 남원식 추어탕을 한 그릇 먹으니 기운이 난다. 혼자 사는 사람은 1팩이면 세 끼는 해결 가능하다. 추어탕 한 팩에 5000원. 3만원 이상부터 배송하는데 5만원 이하는 택배비 3500원을 내야 하고 5만원부터는 무료 배송. 전북 남원시 천거동. 063-626-5163.



2 행복하누 사골곰탕



진하고 고소 … 김치 하나면 반찬 걱정










직접 키운 한우로 만든 ‘행복하누’ 곰탕.



“신랑이 위와 장이 안 좋아요.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 먹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써요. 몸에 좋다는 사골곰탕을 먹이고 싶었는데 사실 집에서 하루 세 끼를 직접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곰탕까지 끓이긴 어렵잖아요. 택배를 이용하고 해결됐어요. 3대가 같이 사는데 이가 안 좋은 어머님도 좋아하시고, 아이들도 포장만 벗겨서 끓여 먹으면 되니 혼자 잘 해 먹고요. 특히 포장이 두 칸으로 나눠진 점이 편해요.” 한종덕 (40·주부·서울 신월동)씨



주문해 보았더니 플라스틱과 비닐로 진공포장이 되어 왔다. 특이한 점은 용기가 두 칸으로 나누어졌다는 것. 한 칸만 잘라 냄비에 붓고 끓여 먹어봤다. 나머지 한 칸은 냉동실에 넣어두니 상할 걱정도 없고 편했다. 진하고 고소한 맛이다. 사실 집에서 곰탕 한번 끓이려면 고역이다. 온 집안에 냄새 풍기며 하루 종일 끓이랴, 식혀서 기름기 걷어내랴. 그래도 만들어놓고 나면 곰탕만큼 편한 것도 없다. 별다른 반찬 없이 김치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기본이다. 앞으로 당분간 반찬 걱정은 없겠다. 정읍 이평면 산매리에서 직접 한우를 키워 쓴다. 곰탕 한 팩(2인분)에 7000원, 8만원 이상은 무료 배송, 그 이하는 택배비 5000원을 더한다. 한 팩만 주문해도 보내준다. 1577-8531.



3 봉화오리농장 훈제오리



인삼·유황 먹여 잡냄새 없고 탱탱한 살










‘봉화오리농장’의 인삼 먹여 키운 훈제오리.







“요즘 훈제 오리고기는 종종 볼 수 있지만 여긴 농장에서 오리를 직접 키워 만드니까 믿음이 가죠. 오리농장에서 저한테 표창장이라도 줘야 돼요. 1년에 70마리는 주문하거든요. 아파트 이웃들이 자기 것도 주문해 달라고 해서요. 한 달에 한 번쯤은 아파트 이웃들끼리 모여 훈제 오리를 구워먹어요. 간편하게 나눠 먹을 수 있고 값도 식당 가서 먹는 것보다 싸죠.” 오세후 (45·회사원·서울 염창동)씨



주문해 보았더니 농장에서 직접 키워 만든 훈제 오리를 주문해 구워 먹어봤다. 인삼을 먹인 오리라 잡냄새가 없고 육질이 쫄깃쫄깃하며 탄력이 있었다. 인삼뿐 아니라 유황도 먹인다고 한다. 유황은 해독 작용이 탁월하지만 너무 독해서 사람은 직접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오리에게 먹인다. 해독 능력이 뛰어난 오리는 유황을 먹어도 끄떡없기 때문이다. 즉 유황 먹은 오리를 먹으면 안전하게 해독할 수 있는 셈이다. 오리고기 특유의 기름기는 있지만 키친타월로 눌러주며 구우니 괜찮았다. 오리 1만5000여 마리를 키우며 친환경 인증을 받은‘봉화오리농장’에서 만든다. 1마리에 1만8000원. 미리 말하면 슬라이스 해서 보내준다. 1마리일 경우 택배비 4000원, 2마리부터 무료 배송. 경북 봉화군 봉화읍. 054-673-9285.



4 퇴계원 매운갈비찜



입 안 얼얼한 쇠꼬리찜, 중독 주의보










‘퇴계원매운갈비찜’의 매콤한 소꼬리찜.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죠. 꼬리에 붙은 고기는 발라 먹고, 남은 매운 양념에 밥을 비벼먹으면 식사로도 손색없거든요. 아이들이 중학생인데 영양식이라 생각하고 먹여요. 보양식인데 매콤하니까 아이들도 좋아하고. 맞벌이를 해서 음식 만들 시간이 없는데 원하는 날에 딱 받아볼 수 있어 편해요.”



용명화 (45·회사원·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씨



주문해 보았더니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에 좋은 소꼬리. 지금까지 소꼬리라면 갈비처럼 간장 양념한 것만 먹어봤다. 그런데 이 소꼬리찜은 조금 특별했다. 굉장히 매웠기 때문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전화로 “아주 매운 맛, 매운 맛, 순한 맛이 있는데 그건 중간 단계인 그냥 매운 맛”이라고 했다. 그런 데도 혀가 얼얼했다. 신기하게도 매운 맛이 자꾸 생각난다. 야들야들한 소꼬리찜에 칼칼한 양념이 첨가되니 개운하다. 핏물 빼는 데만 8시간이 걸리며 양파와 마늘을 넣고 찌는 시간, 식혀서 맵게 양념하는 시간까지 모두 합치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소꼬리는 호주산. 1인분에 1만5000원. 3만원 이상부터 택배 가능하며 택배비 4000원. 4만5000원부터는 무료 배송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리. 031-527-0615.



5 문경정 짱뚱어탕 전문점



구수한 국물에 갓김치, 환상의 궁합










‘문경정짱뚱어전문점’의 구수한 짱뚱어탕.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짱뚱어가 뇌 운동에 좋다는 말을 듣고 부쳐드렸죠. 처음엔 안 드시려 했어요. 원래 생선은 비리다며 꺼렸거든요. 그런데 치매에 좋다는 말에 몇 술 뜨더니 이젠 먼저 부쳐달라고 하세요. 자극적이지 않고 소화가 잘 된대요. 저도 직장 생활 하느라 자주 못 찾아뵙고, 또 짱뚱어탕 같은 건 집에서 만들기 어려우니까 자주 부쳐드려요.”



김영숙 (46·회사원·전남 목포 산정동)씨



주문해 보았더니 스티로폼 박스를 열자마자 반찬에 감동받았다. 푹 익어 살짝 거무스름해진 갓김치에 알타리무김치·콩조림·깻잎이 딸려 왔다. 짱뚱어탕은 1회용 플라스틱용기에 1인분씩 담겨왔다. 맛을 본 순간, 구수한‘시골 맛’이 느껴졌다. 짱뚱어를 뼈째 갈아 만든 걸쭉한 국물에 밥을 말고 갓김치 한 쪽을 얹어 먹어봤다. 구수한 국물과 시큼한 갓김치가 어울린다. 짱뚱어가 뭔지 궁금하다고? 짱뚱어는 깨끗한 갯벌에만 살고 양식이 불가능한 물고기다. 눈이 툭 튀어나와 못 생겼지만 고단백에 해독 능력도 뛰어나다. 11월부터 4월까지 겨울잠을 자면서 많은 영양분을 비축한다. 짱뚱어탕은 남도의 오랜 보양식. 1인분에 8000원이며 7인분 이상부터 택배가 가능하다. 택배비는 안 받는다. 광주광역시 농성동. 062-364-3459.



6 남한산성 닭백숙



압력솥 안에 넣고 배달, 육질이 쫄깃쫄깃










이젠 ‘보양식도 택배시대’다.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밥 굶으며 일하는 자식을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보양식 택배를 찾는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 두 분 있어요. 첫 번째는 김포외고에 다니는 고3 수험생 아들 반에 닭백숙을 쏜 학부형이에요. 압력솥 한 개면 3인분인데 압력솥 10개를 쐈죠. 성남시 씨름 선수들이 단체로 몸 보신한다고 압력솥 8개를 주문한 적도 있어요.” 주인 오만석(52)씨



주문해 보았더니 “닭백숙도 택배가 되나요?”란 물음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대답은 하나같이“하하하. 뭐라고요?”였다. 지쳐가고 있을 무렵 분당에 닭백숙 택배를 해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주문을 하니 주인 아저씨는 “큰 냄비를 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드디어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었다. 한 남자가 커다란 압력솥을 들고 서 있다. 압력솥의 뚜껑을 여니 뜨거운 김이 확 올라온다.“우리는 이렇게 압력솥을 직접 가져와 덜어줍니다”라며 닭고기를 건져 냄비에 담고 이어 죽까지 싹싹 부어준다. 한 국자 덜어 맛을 봤다. 녹각과 황기 때문인지 진한 한약재 냄새가 폴폴 풍긴다. 찹쌀죽은 차지고 닭고기는 쫄깃하다. 산장 속 백숙집에 와 있는 기분. 2만7000원(3인분)부터 택배 가능하다. 수도권은 배달비를 받지 않고 그 외 지역은 3000원을 추가한다. 수도권(일부 지역 제외)일 경우 압력솥째로 가져다 주고 그 외 지역은 냉동해 아이스박스에 담아 보낸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동. 031-708-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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