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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쇼크’ 재발 없게 파생상품 제도 손질한다

중앙일보 2010.11.23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금융위·금감원·거래소 ‘11·11사태’ 관련 보완책 마련
선물·옵션 만기일 결제 기준가 결정방식 재검토키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 거래 제도를 함께 손질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옵션 만기일을 맞아 주식시장 막판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회사별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낸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는 22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11일 사태와 관련해 시급히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부터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선물·옵션 만기일의 결제 기준가 결정 방식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장이 끝나는 오후 3시의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오후 2시50분~3시 직전의 이른바 ‘동시호가’ 시간대 때문에 국내 선물·옵션 거래 시장을 투기세력의 활동 무대로 내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동시호가 시간대에는 거래를 멈추고 주문만 받아 매매가격을 조정한다. 이 시간에는 주가지수도 따로 산출하지 않는다. 그러다 오후 3시가 되면 최종 조정가격에 거래를 시키고 주가지수를 발표한다. 이런 방식 때문에 오후 2시50분과 3시 사이에 주가지수가 펄쩍 뛰거나 가라앉는 현상이 때때로 일어난다. 동시호가 때 ‘사자’가 넘치면 주가지수가 급상승하고 ‘팔자’가 쏟아지면 급락하는 것이다.



 11일에 바로 이런 일이 생겼다. 오후 2시50분까지는 코스피지수가 약보합 정도였으나, 동시호가 때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외국인이 1조6000억원가량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주가지수가 떨어질 때 돈을 버는 ‘풋 옵션 매수’에서는 불과 10분 사이에 최대 499배까지 수익이 났고, 반대인 ‘콜 옵션 매수’ 등은 휴지조각이 됐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은 대부분 막대한 손실을 냈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 1개사의 손실만 약 900억원에 이른다.



 금융위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시호가에 들어가기 전 지수와, 동시호가 후 최종 지수를 평균해 선물·옵션 최종 결제 기준가로 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선물·옵션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 등이 쓰는 방법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또 큰 손실을 낸 와이즈에셋자산운용에 대해 법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투자하지는 않았는지 24일까지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금융투자회사에 대해 파생상품 투자 실태를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시세조종 조사 장기화=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시세조종(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가 없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 큰 돈을 버는 풋 옵션에 투자해 놓고서 매물 폭탄을 내놓아 주가지수를 떨어뜨림으로써 막대한 차익을 챙긴 세력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량 매도주문이 도이치증권을 통해 나왔다는 것뿐, 이 주문을 낸 세력이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금감원 이정의 조사1국장은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서 국내 관련 자료는 일단 얻었다”며 “조사 대상이 외국인이어서 외국 금융당국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주문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시세조종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주·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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