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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과잉 자신감에 빠진 중국

중앙일보 2010.11.22 19:27 종합 34면 지면보기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별 성과가 없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돌한 중국의 한 언론인 때문에 귀국길 마음이 더 편치 않았을 것이다. 1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오바마는 중국이 투입한 ‘복병’을 만나 진땀을 흘렸다.



 미국 기자들의 질문만 받던 오바마는 “마지막 질문 기회는 한국 언론에 주겠다”고 했다. 한국 기자들이 잠시 침묵하자 맨 앞줄에 앉아있던 중국중앙방송(CC-TV)의 기자 겸 앵커 루이청강(芮成鋼·33)이 손을 번쩍 들었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로 무장한 그는 2007년 1월 “스타벅스는 자금성(紫禁城)에서 떠나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미국 기업을 쫓아낸 인물이다.



 그는 “내가 중국인이라 대통령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며 여유를 부리더니, “내가 아시아를 대표해 질문해도 한국 친구들은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당황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언론에 재차 질문하도록 권유했으나 반응이 없자 결국 루이에게 질문 기회가 돌아갔다. 이런 장면이 전해지자 중국에서는 “통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중국 기자가 어떻게 아시아 언론을 대표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루이의 돌출행동에서 읽히는 것은 두 가지다. 국제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중국의 집요한 열망과 아시아의 대표를 일방적으로 자처하려는 중국의 과잉 자신감이다. 커진 힘에 걸맞게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중국인의 잠재심리를 한 언론인이 생중계된 카메라 앞에서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중국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농후하다. 농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의 특수성을 이용해 중국식 공산혁명을 성공시킨 마오쩌둥(毛澤東)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내걸어 꽤 재미도 봤다.



 그러나 특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스스로 발목 잡히기 쉽다. 공산당이 정치를 오로지한다는 의미의 전정(專政)은 다른 민주 정파를 2중대로 전락시킨다. 민주가 아닌 독재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공산혁명 원로의 자제들과 친인척을 지칭하는 태자당(太子黨)을 비롯한 특권층의 존재는 사회적 위화감을 키운다. 특권은 비리로 곧잘 이어진다.



 노벨 평화상을 둘러싼 서구사회와 중국의 논쟁과 갈등도 밑바탕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대립이 자리하고 있다. 서구사회는 자유·민주·인권을 강조하며 중국의 약점을 폭로하기 바쁘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서구식 모델은 끝났다”고 반박한다.



 다음 달 10일 예정된 노벨 평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또 한바탕 소동이 예상된다. 중국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라”며 다른 국가들에 압력을 넣고 있다. 스스로 강조해온 내정 불간섭 원칙에 위배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중국의 특수성을 애써 무시할 필요도 없겠지만, 한국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희생시키지 않는 대응이 옳은 방향이다. 몸집이 크더라도 특별함을 유별나게 강조하면 주류에서 멀어져 왜소해 보인다는 사실을 중국은 모르는 것일까.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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