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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이건희 회장, 삼성 컨트롤 타워 바꾼 까닭

중앙일보 2010.11.22 03:00 경제 1면 지면보기



“작은 관리는 열심히 했다 … 큰 관리 어떻게 됐나”
“지금도 늦어, 더 늦으면 안 돼 … 과거와 결별해라”



삼성그룹은 19일 전략기획실(가칭)을 복원하면서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왼쪽에서 둘째)을 책임자로 임명했다. 사진은 2006년 삼성SDI 대표 시절 이건희 회장(왼쪽)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 평판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참관하는 김 부회장의 모습. 이학수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오른쪽)이 김 부회장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과거와의 결별”.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그룹 컨트롤 타워의 신설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의 퇴진으로 대표되는 19일 인사에 대해 이같이 해석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미래를 위한 새 출발”이라고 표현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 고문을 퇴진시키면서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날 배경 브리핑에서 ‘문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 고문의 퇴진을 분명히 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확실하게 한 것이다. ‘문책’이라는 말은 이 회장이 직접 넣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 고문이 그룹 2인자로 그룹을 이끌었던 10여 년의 명과 암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그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큰 관리 vs 작은 관리=이 회장은 복귀 후 지금까지 핵심 간부들에게 “그동안 꼼꼼하게 경영 관리를 하고, 효율성을 높였다. 성과와 이익도 많이 냈다. 하지만 이런 ‘작은 관리’ 말고 ‘큰 관리’는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큰 관리’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한 대비책이 있느냐다. 또 하나는 21세기에 걸맞은 새 사업이나 신제품을 확보한 게 있느냐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지금도 이미 많이 늦었다. 더 늦으면 안 된다”고 진단하고, “과거와 결별하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주력 제품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TV·휴대전화·반도체 등 삼성 제품은 모두 해외 업체들의 집요한 도전을 받고 있다. 게다가 변화 속도가 빠른 IT의 경우 1위 업체가 혁신 제품을 내놓은 2위 업체에 순식간에 추월당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만 해도 1, 2위를 다투던 모토로라가 뒤처지는 동안 스마트폰을 앞세운 애플이 급성장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이건희 회장=또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변화의 중심에 이건희 회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회장의 발언과 행보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신경영 선언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경영 의지가 매우 강하다”면서 “이 회장이 주요 사안에 직접 간여할 것이고, 강력하게 경영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직접 삼성 조직전반과 경영 전략을 강력히 장악해 ‘관리의 삼성’으로 대변돼온 기존의 삼성을 21세기에 맞는 ‘뉴 삼성’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점이 이번 인사의 시그널인 셈이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미래 새판 짜기(경영진 교체) ▶과거와의 결별(이미지 쇄신) ▶경영 승계 준비로 압축된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성취가 있었으나 신사업 발굴, 시스템 정비 등 21세기에 걸맞은 준비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의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앞으로는 소비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창조자(Creator)’가 돼야만 한다”면서 “국민과 호흡하면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이 돼야만 21세기에 필요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긴장하는 삼성=이번 인사가 삼성 안팎에 던지는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이 회장이 강조한 ‘과거와의 결별’은 앞으로 삼성에 중대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특검 사태가 법적으로는 해결됐지만 국민 사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있는 현실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뉴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안팎에서는 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때보다 더 큰 강도의 질적 변화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전 계열사 임원들을 모아놓고 신경영을 선언하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했고, 이후 삼성에서는 ‘절대품질’과 ‘글로벌 1등’을 추구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삼성 관계자는 “93년 당시 같은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임직원들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그룹 전반에 과감한 세대교체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고위관계자는 “조직의 역동성을 위해 유능한 인재의 경우 승진 연한에 구애받지 않는 과감한 발탁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탁 인사에서는 실적 못지않게 창의성이 높이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새 컨트롤 타워 역할=과거 전략기획실과는 역할과 기능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김순택 부회장이 이끌 새 조직은 계열사 위에서 통제하기보다 계열사를 지원하는 곳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삼성은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인 ‘미래 준비’에 걸맞게 신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새 컨트롤 타워는 각 계열사들이 찾아내는 신규 사업을 지원해 주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과거 전략기획실의 복원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설 조직 내에 신사업 담당 부서가 새로 만들어진다. 또 신설 조직의 진용 역시 연구개발(R&D)과 미래사업 대비에 적합한 인재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챙기는 재무통이나 계열사의 현안을 관리하는 기획통 대신 창의성이 풍부한 인재들이 신설 조직에 우선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상렬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건희
(李健熙)
[現] 삼성전자 회장
[現]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19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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