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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광저우] 누가 이들에게 한물갔다고 했나

중앙일보 2010.11.22 00:39 종합 2면 지면보기
모두가 ‘끝났다’ 혹은 ‘안 된다’고들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일 한국선수단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더욱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좌절을 딛고 어려움을 이겨 내고 다시 일어난 이들이다. 김원진(26·울산광역시청)은 21일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을 45-31로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17일 개인전 금메달을 포함해 이번 대회 2관왕이다. 20일에는 사이클 남자 53.4㎞ 도로 독주에서 최형민(20·금산군청)이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트랙 선수로 뛰다가 도로 종목으로 바꾼 지 5개월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좌절·무관심 날린 ‘인간승리’ 스타들
남자 펜싱 에페 김원진
사이클 도로 독주 최형민







남자 펜싱 에페 김원진



#안 되겠다. 짐 싸서 선수촌 나가라



 김원진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이후 성적이 내리막이었다. 급기야 김용율 펜싱대표팀 감독은 지난 4월 그에게 “짐 싸서 태릉선수촌을 나가라”고 통보했다.



 김 감독은 김원진이 금메달을 딴 뒤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매너리즘에 빠졌더라. 충격요법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은 7월 다시 대표선발전을 거쳐 태릉에 들어갔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는 “부모님에게서 ‘어떻게 하려고 만날 2등만 하느냐’는 말을 듣곤 했다”고 했다. 게다가 허리와 발목에 고질적인 부상을 달고 있었다. 올해 26세의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이제 끝났다”고 수군댔다.



 김원진은 태릉에서 쫓겨난 뒤 이를 악물고 훈련했고, 태극마크를 다시 달더니 슬럼프를 털어내고 2관왕에 올랐다. 그는 21일 “바닥까지 내려갔다 올라온 기분이다. 광저우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대회만 끝나면 펜싱을 그만두자’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됐으니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가야겠다”고 웃었다.









사이클 도로 독주 최형민



 # 바꾼다고 되나. 그냥 포기해



 최형민은 20일 사이클 남자 53.4㎞ 도로 독주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사이클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남자 도로 금메달. 한국은 트랙에 비해 도로가 취약하다.



 최형민은 트랙의 장거리 유망주였다가 지난 6월 도로로 종목을 바꿨다. 종목 전환 5개월 만의 금메달이었다. 마치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꾼 뒤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한국체대)의 경우와 같다. 최형민은 “트랙은 쟁쟁한 선배들이 많은 레드오션”이라고 말했다. 도로는 구불구불한 길을 비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한다. 도은철 도로 대표팀 감독은 “트랙에서 도로로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로의 훈련량이 더 많고, 트랙에서 이름을 날릴 경우 경륜으로 전업해 돈 벌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형민은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포기한 상태였다. 그는 소속팀과 함께 7~8월 프랑스 전지훈련을 떠났다. 이때 열린 광저우 대표선발전에는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도로 대표 염정환(서울시청)이 한 달 전 부상을 당해 최형민이 대타로 나섰다. 결과는 ‘대타 홈런’이었다. 최형민은 “잘해 봐야 동메달이라고 생각했다. 믿어지지 않는다”며 환호했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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