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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에너지, 무조건 절약보다 관리를

중앙일보 2010.11.22 00:23 경제 4면 지면보기






에릭 리제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사장




한국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8년 5월 ‘자린고비’라는 말을 알게 됐다. 한 영감이 어찌나 구두쇠이던지 가족과 식사할 때 굴비 한 마리를 천장에 매달아놓고, 그걸 보며 밥을 먹었다는 것 아닌가. ‘그 굴비를 먹고 힘을 내 다른 일을 더 열심히 했다면 건강에도 좋고 재산도 더 불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50% 가까이, 에너지 수요는 세 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유가 시대에 뜨는 에너지 절약형 시스템 주택이나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은 결국 우리 시대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웅변해 주는 것들이다. 또한 재앙이라 할 만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은 에너지가 얼마나 인류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에너지 문제는 환경 문제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덜 쓰는 것이 능사일까. 어두컴컴한 방과 사무실에서 책을 보거나 일하다가 시력이 감퇴되고,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면 바람직한 에너지 절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아껴도 필수불가결한 것들은 써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 사용을 과도하게 줄이려는 노력보다 꼭 필요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에너지 관리는 자산관리와 마찬가지다. 지갑을 닫고 돈을 금고에 쌓아두는 것과 요모조모 투자하고 굴려 자산을 불리는 것 중 어느 쪽이 현명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자산관리라는 말은 있지만 자산절약이라는 말은 생소하지 않은가.



 우선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집이라 해도 손으로 수도꼭지를 잘 걸어 잠그고 소등 잘하는 수준을 넘어 초보적인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용 빌딩이나 공장·발전소 역시 전기 네트워크 모델링, 통합 부하차단, 프로세스 자동화 등 전력 관리 통합 솔루션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자린고비 영감처럼 마냥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가, 아니면 쓸 건 쓰되 관리를 잘해 더 큰 이득을 도모할 것인가. 에너지가 힘인 시대다. 에너지 절약을 넘어 에너지 관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때다.



에릭 리제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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