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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원화 강세 ‘막아내야 할 복병’만은 아니다

중앙일보 2010.11.22 00:22 경제 4면 지면보기






박태욱
대기자




지난주 한은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금통위 결정문에서 ‘금융완화 기조’라는 말이 20개월 만에 빠진 것이 눈에 띄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 기조 문구가 빠진 것을 놓고 금리 인상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신중한-어찌 보면 결정문의 김을 빼는- 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시장 반응은 썰렁했다. 하지만 6% 수준의 성장에 3% 중반대의 물가상승 국면에서 현 기준금리는 김 총재 말대로 ‘중립적 금리’-최소한 3%대로 예상되는-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분명 있다. 다만 속도의 문제인데 한은이 그동안 취한 어정쩡한 자세가 시장의 판단을 헛갈리게 하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지난주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부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도입된 비과세 특례가 너무 쉽게 취소돼 정책 일관성에 흠이 되는 감은 있지만, 그간 상황이 외자 유입에서 유입 과잉 경계로 완전히 바뀐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국고채 중 외국인 비중은 2008년 8%대에서 최근 15% 수준까지 급증했다. 아울러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다시 낮추고, 은행 비예금성 부채-특히 단기 외화부채-에 부과금을 도입하는 등의 추가 규제가 검토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본 유출입 규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았다는 점이 행보를 가볍게 하고 있다.



 지난주 환율은 한 주 내내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1달러=1130원대를 기록했다. 국내적으로 기준금리 인상과 자본 유출입 규제 방침, 대외적으론 아일랜드발 금융위기의 진전과 중국의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 등이 맞물린 결과다.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원화 강세 요인-금리인상 추세,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향후 1~2년간은 원화 강세·달러 약세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여전히 지배적인 시각이다.



 요즘 환율 문제에 관심이 쏠리면서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마치 좋지 않은 것인 듯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는 수출기업만이 끌어가는 것도, 원화 강세가 일부 부유층에게만 이로운 것도 아니다. 원화 강세가 해외여행이나 유학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해외 상품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원화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소비자 전체 후생에 미치는 플러스 효과가 더욱 크고 넓다. 특히 ‘우리 것’이 좋은 줄 몰라서가 아니라 값 때문에 보다 헐한 농축수산식품이나 의류·신발·전자제품 등을 선택하는 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다.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건 맞다. 하지만 이제 우리 수출기업도 기술·품질·납기 등 비가격 경쟁력의 강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단계에 다다랐다는 점, 나아가 내수 활성화가 향후 성장의 기본 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외자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경계해야겠지만 원화 강세 자체를 ‘막아내야 할 복병’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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