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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신진 가구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

중앙일보 2010.11.22 00:21 경제 22면 지면보기



“목재처럼 전통도 하나의 재료 … 현대와 접목해야”





이정섭 목수 안동 한옥마을, 궁궐, 중앙박물관, 인사동, 가회동, 북촌마을…. 사실 이런 곳에서 한국성을 크게 느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산골마을 야트막한 함석집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보면서,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으면서 느낀다. 한국성은 한국인이 이 땅에서 수천 년 살아오며 옛 삶과 새 삶의 모습이 섞이면서 편리하고 아름답다고 인정받은 형식과 내용의 꾸러미다. 그래서 100년을 이어왔다고 모두 전통이고 한국적이라 인정하는 것도 무리이고 내촌목공소처럼 미국산 목재와 독일산 천연접착제를 쓴다고 한국성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내촌목공소의 가구를 장식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젠(禪)’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 공예는 원래 장식성이 뛰어난 것이 대부분이었다. 1930년대 야나기 무네요시가 민예관을 짓고 한국 공예를 받아들이면서 일본도 단순한 디자인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단순·절제의 미학은 한국이 먼저란 말이다.











김경원 작가 가구를 하다 보면 이 분야만큼 빨리 변하는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공예 중 찾아보면 가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를 접하기 어렵고 고루해 보인다고 좋은 유산들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사방탁자를 생각해냈다. 이 가구의 개방성이 현대적 가치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보다 옛 가구의 비례와 기능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이란 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것임을 알리려 한다. 전통 목가구의 기법들은 사실 현대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단순히 옛 기술을 많이 알고 있다고 가치 있는 것이라 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제도화·현대화된 것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전통을 제대로 잇는 방법이다. 그러면서도 전통적 수작업 방식에서 나오는 공예의 감성을 아우를 수 있을 정도면 된다.











하지훈 교수 외국 전시회에 나가 보면 한 행사에도 수백 명의 디자이너가 각국에서 몰려온다. 전시회를 할수록 내 경쟁력과 차별성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해답은 한국적인 디자인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목재·금속이 재료이듯 전통도 하나의 재료다. 전통 공예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장인들도 하나의 재료일 수 있다. 그래서 전통 공예 장인들과 협업을 많이 한다. 그들의 디자인이 갖고 있는 장점과 현대적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접목하는 것이다. 다채로운 색의 단청, 처마의 선 등 겉모습도 전통의 일부일 뿐이다. 전통적인 좌식문화와 그로 인해 생겨난 공예는 형태의 문제가 아닌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 전통은 말 그대로 굵은 하나의 줄기이고, 거기서 세부적인 공예와 디자인이 나온 것이다. 큰 줄기에 맞게 전통의 세부적 요소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전통이 실제로는 고루한 게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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