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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EBS와 연 2회 수능의 함정

중앙일보 2010.11.22 00:09 종합 38면 지면보기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고문이다. 수능(18일)→수시 논술(20, 21일)→기말고사(22일~)→또 논술…. 말도 안 되는 가혹행위다. 운동선수에게도 최소한의 휴식시간은 준다. 그런데 71만 청춘들은 인권조차 무시당한다. 학생이 시험 치는 기계인가. 대학이 뭐기에, 참 안타깝고 가련하다. 이번 수능에는 EBS 교재 70% 연계 출제의 함정이 있었다. 전국 71만 수험생은 줄곧 EBS 교재와 씨름을 했다. 100권에 이른다. 특정 교재에서 유사한 문제를 내겠다고 한 정부도 모순에 빠졌다. 겉으론 창의·인성교육을 떠들면서 똑같은 문제집을 풀어보게 강요했다. 사교육 잡기가 명분이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시험은 적당히 어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수능에 대한 평가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 수능’이었다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어서다. 문제는 신뢰다. EBS ‘헛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교재만 풀어보면 수능을 잘 치를 수 있다는 말에 수험생들은 혹했다. 너도나도 매달렸다. 교사들도 EBS 교재를 잡았다. 교과서가 내팽개쳐진 것이다. EBS는 신이 났다. 문제집 재고가 바닥날 정도였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오류도 빈번했다. 그래도 정부는 EBS를 무한 신뢰했다. 교육 포퓰리즘이다. 공영방송을 통해 대입 강의를 하고, 교재 독점 판매를 보장해주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주말 대입설명회에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구름처럼 몰렸다. 매년 되풀이되는 대입 정보전이 시작된 것이다. 학부모와 수험생은 당당할 권리가 있다. 수능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돈을 내고 치른다. 71만 명이 평균 4만3000원(선택과목별로 다름)의 응시료를 냈다. 이 돈으로 출제·검토·관리위원 665명의 수당과 시험 감독 수당을 대줬다. 출제위원은 960만원(하루 30만원씩 32일), 시험 감독은 10만원이다. 올 수능 예산 총 340억원 가운데 국가 지원액은 고작 29억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애프터서비스에 소홀하다. 대교협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 뒤늦게 시늉을 내지만 정밀도와 정성이 부족하다. 사교육업체는 어떤가. 전광석화(電光石火)식 문제풀이와 등급컷 예측, 설명회는 올림픽 금메달감이다. 애타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어찌하겠는가.



 그런데 정부는 수능을 또 수술하겠단다. 2014학년도부터 11월에 보름 간격으로 두 번 치르겠다는 것이다. 수험생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이유다. 기회 확대는 좋은 일이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다. 1회 수능도 난이도 때문에 난리다. 두 번 치르면 시험 간 상대적인 난이도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또 연거푸 격전을 치르는데 부담이 없을까. EBS와의 연계도 꼬리(교재)가 몸통(공교육)을 뒤흔드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게 아닌지 엄격한 점검이 필요하다. EBS 연계 강화와 연 2회 수능이 ‘돌팔이 시술’이 되지 않을까 걱정돼 하는 말이다. 시술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역사의 평가는 냉혹하다.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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