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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감세 따로, 통일 따로

중앙일보 2010.11.22 00:07 종합 39면 지면보기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북한학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듯,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된다. 그러므로 미래란 어느 날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모습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뤄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준비란 그래서 필요하다. 내일 벌어질 일이라고 내일 준비하면 늦는다. 오늘 준비해야 내일이 편안하다.



 통일정책도 마찬가지다. 통일정책이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정책들이 결국은 통일을 준비하는 정책이 된다. 통일 이후에 시행돼야 할 정책의 성공 여부도 오늘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통일비용의 무리 없는 조달을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더욱 성장해야 하고, 이는 오늘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 지역의 사유화 정책이나 남북 화폐통합 정책의 성공 여부 역시 통일 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오늘의 정책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결국 통일 준비는 지금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오늘의 정책을 고민할 때도 내일의 통일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광복절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통일세를 거론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었을 것이다. 당장 통일의 명목으로 세금을 걷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통일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에 방점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통일의 “그날을 대비해 이제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준비하자고, 이젠 정말 준비해야 한다고, 통일세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대통령은 사용했는지 모른다. 그냥 준비의 필요성이 있다는 정도로 말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므로. 돈 이야기를 꺼내야 사람들이 놀라 주목할 것이고, 그래야 새삼 통일 준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대통령은 통일 준비를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 주시기를 제안”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감세 논쟁을 보면, 여전히 통일 준비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물론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도 필요하고, 감세가 가져올 복지예산 축소도 걱정해야 한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하고, ‘공약 실천’이라는 정책 일관성도 의미 있게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고려 사항의 하나여야 할 통일 준비에 대한 논의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 ‘말씀’이 무시되는 셈이다.



 통일 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을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통일 직후에는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정이 건전해야 통일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순조롭게 조달할 수 있다. 만약 통일 시점에서 재정적자가 심각하다면, 통일은 남북 경제 모두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지역 경제를 재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무너지는 북한지역 경제를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우리 경제의 붕괴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한국의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도 불안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해외자금 차입 비용도 올라가 안 그래도 어려운 통일 직후의 경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아예 자금을 빌려주는 것 자체를 꺼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의 재정적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 나라들은 통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간 통일이라는 엄청난 재정 부담을 맞이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은 통일 지향적이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의 재정적자는 43조원을 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1%다. 국가부채는 360조원에 달한다. 이자를 갚는 데만 올해 총 16조5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국민 1인당 33만원의 이자 빚을 갚고 있는 셈이다. 굳이 원금과 이자를 합한 원리금 부담 개념으로 따지자면 국민 1인당 828만원이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가부채가 2014년에는 535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대통령은 10월 25일 내년 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또다시 강조했다. 통일에 대해 착실하게 대비해 나가겠다고. 그러나 현실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셈이다. 국회에서는 재정건전성과 직결된 감세 논쟁을 곧 다가올 선거용으로만 인식한다. 여권에서조차 통일을 향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세력 다툼의 모습만이 강하다. 근시안적일 뿐만 아니라 너무도 이기적이다. 그들이야 십중팔구 통일 시점에는 국회의원이 아니겠지만, 일반 국민은 그때도 국민이다. 그들에게는 ‘오늘 따로 통일 따로’이겠지만, 국민에게는 통일이 결코 오늘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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