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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전시·공연 … 장소는 치과입니다

중앙일보 2010.11.22 00:06 경제 15면 지면보기
울산광역시 남구 달동에 가면 미술 전시와 연극·뮤지컬 등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갤러리에서는 전국의 유명작가뿐 아니라 울산과 인근 지역의 작가, 울산대 미술대 학생들의 작품이 1년 내내 전시된다. 관람료는 없다. 갤러리 위층에는 188명을 수용하는 소극장이 있다. 매주 연극·뮤지컬 등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흥행에 성공한 ‘라이어’ ‘보잉보잉’ 같은 작품을 서울에 가지 않고도 볼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콘서트도 열린다. 갤러리나 아트홀 이야기가 아니다. 치과병원이다. 울산CK치과에 가면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다. 1~11층이 병원이고 12~14층은 갤러리와 소극장, 옥상공원이다.


메세나 창의상 받은 채종성 원장









 이 병원을 운영하는 채종성(48·서울대 치대 졸·사진) 원장은 지난 17일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주최하는 ‘2010년 메세나 대상’에서 창의상을 받았다. 독특한 방식으로 지역 문화예술계를 적극 후원하고 울산시민에게 문화예술의 향기를 듬뿍 제공한 공로다. 일반 기업체가 아니라 병원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메세나 관련 상을 받은 것은 흔치 않다.



 “남녀노소 모두 치과 오기를 꺼리는 것이 보통이에요. 치과병원을 스스로 찾고 싶은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미술을 전공하는 손위 누이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미술 전시회나 공연에 자주 갔다. 일찌감치 의료와 문화예술을 융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개원 당시 병원 공간의 20% 가량을 문화공간으로 선뜻 꾸민 배경이다. 병원 이름을 ‘CK’로 지은 것도 사연이 있다. 창의적인 문화(Creative Culture)를 기반으로 고객(Customer)에게 신뢰(Credit)를 주는 왕(King)이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울산 CK치과 13층의 소극장 무대에 지난 8월 올려진 뮤지컬 ‘마법사들’. 188명의 객석이 관객으로 꽉 찼다. [CK치과 제공]



 이렇다 보니 CK치과에는 환자뿐 아니라 지역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열린 ‘한국을 대표하는 판화작가 12인 특별 전시회’에는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울산지역 미술가들은 전기료 등 전시기간 실비 정도만 내면 전시공간을 빌릴 수 있다. 울산대 미술대 학생들은 해마다 이곳에서 서너 차례 졸업작품전을 연다.



 소극장 역시 채 원장의 애정이 담긴 공간이다. 무대와 객석 설계단계에서부터 관여했다. 객석을 독특한 계단식 구조로 꾸민 것이나, 해설이 있는 음악회나 영화감상회도 열 수 있게 와이드 스크린을 설치한 것 등을 채 원장이 주도했다. 이를 위해 서울 대학로의 이름난 소극장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견학하기도 했다.



 채 원장은 전시회나 공연을 볼 기회나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 청소년과 독거노인·장애인 등을 위해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맺어 매달 100여 장의 입장권을 기부한다. 울산대와 울산과학고 등에 문화발전기금으로 각각 5000만원, 5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정선언 기자






창조 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과 뉴 테크놀로지·뉴 아이템·신상품에 숨은 비밀 등을 다룹니다. 해외 조류는 물론 창의성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과 관련 서적, 예술 활동 등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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