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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0.11.22 00:05 경제 15면 지면보기



국내 대학 첫 TED 지역 프로그램 ‘TEDx연세’



연세대 경영동아리 ‘BIT’ 회원들이 제3회 ‘TEDx 연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17일 모였다. 기획에서부터 연사 섭외, 무대 설치, 마케팅 등 모든 일을 이들이 맡아서 했다. [BIT 제공]













“이제는 ‘요즘도 컴퓨터 사세요? 가상의 데스크톱을 평생 소유하세요’ 하는 광고가 TV 전파를 타게 될 겁니다. 두고 보세요.”



 지난 20일 500여 명 관객으로 가득 찬 연세대 서울캠퍼스 대강당. 사방이 캄캄한 가운데 무대 위 스크린이 환했다. 그 앞에 송영길 엔컴퓨팅 대표가 서 있었다. 한 대의 컴퓨터를 30명이 나눠 쓸 수 있는 단말기를 만들어 120개국에 250만 대 이상을 판 회사다. 그는 이날 ‘데스크톱 없는 세상’을 설파했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세상이 제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이 대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무대에는 ‘꿈을 먹고 사는’ 각계 인사들이 나와 열기를 돋웠다.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 성프란시스대학을 처음 시도한 최준영 경희대 교수, 동양인 학생 최초로 국제학생연합 회장을 지낸 박창현씨, 30년간 영국대사관 등 외교 분야에서 활동하다 미래학 전도사로 변신한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등 8명의 연사가 잇따라 등장해 20~30분가량 압축적인 강연을 선보였다.



 행사 이름은 ‘TEDx연세’. 지난해부터 매년 연세대 캠퍼스 안에서 열리는 지식공유 무료 콘서트로 3회째다. 강연은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오른다. 누구나 공짜로 고급 지식을 접하고 댓글을 자유로이 달 수도 있다.



지역사회 공헌









지난 7월 제2회 ‘TEDx연세’ 행사에 연사로 무대에 오른 박서원 빅앤트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세계적 광고 디자이너인 그를 섭외하려고 사무실을 네 번 찾았다. [BIT 제공]



“대학생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쌈빡한’ 상품이 뭐 없을까?”



 2008년 11월 연세대 경영동아리 BIT(Business Innovation Track) 회원들이 던진 이 질문이 TEDx연세의 발단이었다. 20여 명의 회원이 팀을 짜 답을 구했다. 학교 이름을 넣은 차(茶)를 만들어 팔자는 의견부터 젊은 벤처사업가를 인터뷰해 책을 내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다 TEDx 지식공유 콘서트를 모교에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TEDx는 TED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이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지역 프로그램이다. TEDx 뒤에 지역 이름이 붙는다. TED는 원래 해마다 각국의 각계 명사를 초청해 최신 트렌드를 듣는 미국의 유명 국제행사 이름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그걸 공유해 보자.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말야.”



 미국 TED 주최 측으로부터 행사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일이 만만찮았다. 도서관에서 사흘 밤을 새워 가며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한국 내에서 연세대의 위상이 어떤지, 강연 구색을 어떻게 가져갈지 등을 담은 기획서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그해 12월 중순, TED 측에서 ‘개최해도 좋다’는 회신이 왔다. 당시 한국에는 이미 두 건의 TEDx가 열리고 있었다. 모두 직장인 중심이었다. 대학생이 주도한 건 TEDx연세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스태프로 참가했다가 올해는 총괄 기획을 맡게 된 권대웅(24·경영 3년)씨는 “연사 섭외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강연료가 없다는 건 대부분 흔쾌히 감수하지만, 사전 리허설을 요구하는 등 참가 조건을 다는 이들이 적잖았다.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의 행사라 그 수준이 의심스럽기 때문이었다. 명사들에게 e-메일을 보내면 아예 열어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전화를 걸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사무실을 찾아가 기다렸다. 포스터 한 장으로 세계 유명 광고제를 석권한 박서원 빅앤트 대표 역시 사무실에 네 번 찾아가 연사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산 넘고 물 건너















재원조달도 쉬울 리 만무했다. 지난해 1월 열린 첫 행사 땐 후원업체를 찾지 못해 공들여 짜놓은 강연 일정이 무산될 뻔했다. 회원들이 공모전에 탄 상금을 적립한 동아리 운영비 200만원을 다 쓰고 개별적으로 10만~20만원씩 사비를 털었다. 천신만고 끝에 연 첫 행사엔 200명이 모였다. 올 7월 열린 두 번째 행사 때는 약 500명이 모였다. 이제 후원기업들을 찾아가면 문전박대를 덜 당한다.



 지난해 7월은 가장 아찔한 고비였다. TED 측에서 느닷없이 ‘개최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e-메일을 보내 온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TED 본 행사에 참석해 본 적이 없는 지역 행사 주최자의 경우 관객을 100명 이상 부를 수 없게 돼 있다. TEDx의 강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본 행사 강연에 가 본 적이 있을 리 없는 젊은 대학생들이 수백 명씩 청중을 모아 행사를 치른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TEDx연세 무대에서 강연을 한 수단 출신의 TED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는 등 온갖 설득을 동원해 주최 측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부기획자 최영찬(24·경영 4년)씨는 “오히려 개최 허가권을 박탈당하기는커녕 100명 이상 관객을 모아도 된다는 인가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방학 중 열리던 TEDx연세는 이번부터 학기 중에 개최된다. 좀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게 하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행사 준비기간이 기말고사 기간과 겹칠 수밖에 없었다. BIT 학생들이 TEDx연세에 이토록 푹 빠진 건 왜일까.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아시죠? TEDx연세도 지구촌 네티즌이 참여해 지식을 키우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 위키피디아, 그 마당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꿈이에요.” 박수혜(22·전기전자공학 4년)씨의 말이다.



정선언 기자



TED(테드) 콘퍼런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몇몇 재사(才士)들의 토론 모임이 회를 거듭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됐다.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앞글자를 땄다. 이 세 가지 화두를 내세워 전 세계 유명 연사를 초청해 여는 ‘강연 축제’다. 미국 행사에는 비싼 참가비를 받기도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 박사 등 숱한 명사가 연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TEDx는 지역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열린다.






창조 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과 뉴 테크놀로지·뉴 아이템·신상품에 숨은 비밀 등을 다룹니다. 해외 조류는 물론 창의성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과 관련 서적, 예술 활동 등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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