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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아침에 눈 뜨면 가뿐하게 일어나십니까

중앙일보 2010.11.22 00:05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커버스토리 만성피로



긴 휴식을 취해도 가시지 않는 만성피로를 영양제등으로 해결하려고 시간을 끌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암·결핵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들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자영업자인 최진영(가명·59·여·경기도 김포시)씨. 올해 초부터 온종일 피로가 가시지 않아 일상이 무기력해졌다. 예전엔 피로감이 있어도 휴식과 수면을 취하면 사라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영양제도 챙기고 식사도 신경 썼지만 온몸을 잡아 끄는 피로는 그대로였다. 반년을 피로에 시달리다 지난 9월 초 병원을 찾았다. 복부 초음파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으면 큰 봉변을 겪을 뻔했다. 대장에 결핵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도 확인됐다. 결핵균은 폐·식도·위·대장·소장 등 모든 장기에 파고들며, 아직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병이다. 최씨는 치료제를 복용하며 완치를 기다리고 있다.



암·COPD 등 난치병도 전신피로 동반



피로를 감기처럼 푹 쉬면 낫는 가벼운 증상으로 여겼다간 위험천만이다. 우리 몸에 복병처럼 숨어 생명을 노리는 암·결핵·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중병을 알리는 ‘경고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암은 정상 세포가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뺏어 기생하고, 결핵은 염증을 일으켜 면역세포를 총동원해야 하는 소모성 질환. 따라서 극심한 피로가 실과 바늘처럼 따라온다.



 COPD는 폐의 산소 교환 장치인 허파꽈리가 점차 죽어가는 병이다. 산소 공급이 어려워 호흡 장애는 물론 전신 피로를 동반한다.



 피로는 류마티스 관절염·우울증·갑상선 기능 저하증처럼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 질병의 ‘신호’이기도 하다. 피로가 보내는 경계경보를 빨리 눈치채면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는“특히 6개월 이상 이어지는 ‘만성피로’는 꼭 의사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만성피로의 원인은 다양하다. 신호철 교수는 “약 40%는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이고, 30%는 당뇨병·빈혈·간염· 수면무호흡증 등 질병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삶의 질 향상 클리닉 윤영호 전문의는 “암에 의한 피로를 ‘암성 피로’라고 하는데, 다른 질병과 달리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주·흡연·운동 부족·카페인 과다 섭취 등 생활습관도 만성피로 원인의 10%를 차지한다. 우울증·고혈압 치료제·진통제·신경안정제 등 약물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1000명에 3~4명은 뾰족한 치료법 없어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국내외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구의 10~20%까지 추산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 연구팀이 2008년 전국의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4점의 피로를 갖고 있었다(피로 전혀 없음 0점~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피로 10점). 약 17%는 심각한 피로를 호소했다.



  만성피로의 5~10%를 차지하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감염, 극심한 스트레스, 면역기능 이상 등 원인을 지목하는 이론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1000명에 3~4명의 환자가 보고된다. 20~40대에 많이 발생하며,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신호철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이 심한 환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다’는 표현에 맞는 힘든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 때문에 30분 정도 누워 있고, 저녁 뉴스를 보고도 1시간 정도 잠을 청해야 한다. 50m만 걸어도 기운이 없어서 쉰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물론 빛이나 온도에 의한 자극만으로도 원인 모를 극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는 게 만성피로증후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2004년 4만5000명에서 2008년 7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미국은 100만 명 이상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간 강도의 꾸준한 운동이 ‘특효’



6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피로를 휴식과 영양제, 피로회복제 등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병을 키우는 셈이다.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는 “피로회복제에는 대부분 카페인 성분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피로를 개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피곤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성피로의 90%는 원인이 있기 때문에 진단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호 전문의는 “질병이 없는데 피로가 지속된다면 흡연·음주·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만으로 피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수면 문제 개선도 심리적 요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중간 강도의 꾸준한 운동은 만성피로를 줄이는 데 특효다. 양윤준 교수는 “피로가 심하다고 전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심장·대사기능이 위축돼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힘들더라도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하루에 1분씩이라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은 심폐지구력과 혈액순환을 개선해 면역력을 키운다. 또 뇌를 자극해 세로토닌, 노르에프네프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캐나다 앨버타대 쿠어네야(Courneya) 교수팀의 2007년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생존자 337명을 대상으로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시킨 결과 피로가 감소했다. 암환자의 약 80%는 치료 부작용으로 피로를 호소하고, 완치된 사람도 30~75%까지 피로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비룡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은 원인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심리·행동·약물·음식요법을 동원해 점차 피로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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