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퇴근길에 흥겨운 재즈, 입장료는 기부금 1000원

중앙선데이 2010.11.20 23:49 193호 5면 지면보기
1000원으로 뭘 할까? 문방구에 가도 살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다. 문화생활? 웬만한 공연 한번 보려면 10만원은 우습다. 그런데 여기, 근사한 재즈공연도 구경하고 편안한 휴식공간에서 산림욕도 즐기면서 무료로 최신영화까지 보는 데 단돈 1000원으로 해결되는 공간이 있다.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평일 저녁 퇴근시간 무렵, 광화문 교보문고를 거쳐 KT사옥을 지나칠 때쯤이면 어디선가 재즈 선율이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면 KT 광화문 사옥 1층 전면 유리창 너머로 뮤지션들의 연주 모습이 보인다. 공간을 가로질러 들어가면 객석을 좌우로 가르듯 가운데 무대가 마련된 공연장 입구가 오는 이를 반긴다.

광화문 올레 스퀘어 ‘드림홀’의 재즈 공연

2007년 KT가 사회공헌용 공간기부의 개념으로 기획했던 재즈전문공연장 ‘KT아트홀’. 이 공간을 208석 규모의 지정좌석을 갖춘 소극장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공간활용도가 떨어지던 로비를 IT 체험 시설과 시민 휴식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지난 5월 선보인 ‘올레 스퀘어’가 도심 속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부금으로 쓰이는 공연 입장료 1000원을 제외하면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갑이 얇아도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공연장 ‘드림홀’에서는 평일에는 젊은이와 연인들을 위한 재즈공연을,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아카펠라 공연을 볼 수 있다. 드림홀의 올해 테마는 ‘Love Actually’. 60여 팀의 밴드들이 매일 돌아가며 젊은 연인을 대상으로 달콤한 재즈 선율을 연주한다. 재즈는 보통 살짝 취기가 도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클럽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음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곳은 정규 공연장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준비가 된 뮤지션들이 정중하게 음악을 즐기러 온 관객을 만나는 소통의 장 역할을 한다.

16일 오후엔 신나는 라틴 재즈를 들려주는 퍼쿠션 중심의 밴드 ‘La Isla Bonita’가 무대에 올랐다.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이름답게, 아름다운 해변에 앉아 칵테일 잔이라도 들고 쉬어가는 듯한 유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드럼을 제외한 모든 타악기를 퍼쿠션이라고 하는데, 퍼쿠션은 크게 콩가와 봉고 같은 큐반 퍼쿠션, 쿠이카와 셰이커 같은 브라질리안 퍼쿠션, 그리고 아프리칸 퍼쿠션의 세 가지로 나뉩니다….” 연주 중간 중간에 악기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을 곁들이고 새로 나온 앨범 홍보에, 악기를 연주하며 객석으로 다가와 흥을 돋우는 퍼포먼스까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공연을 즐기는 이들과 마주하는 만큼 뮤지션들이 관객과의 소통 차원에서 무대 위에 그려 넣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재즈공연을 이렇게 콘서트 분위기에서 할 수 있는 무대는 거의 없어요. 음향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더 집중해서 연주할 수 있고요. 사실 요즘 ‘블루문’이나 ‘천년동안’ 같은 클럽에서는 조용한 분위기를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흥겨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홍대 ‘에반스’나 여기 정도밖에 설 자리가 없거든요. 관객 입장에서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을 겁니다.” ‘La Isla Bonita’의 리더 조재범씨의 말이다.

도심 한복판의 재즈 공연은 일부러 시간 내어 공연장을 찾는 음악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음악에 동참하도록 이끈다. “교보문고에 왔다가 들렀어요. 일부러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그냥 시내 나온 김에 가볍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곧잘 옵니다”(직장인 민광호·32). “특정 뮤지션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와서 새롭게 알게 되는 점이 좋아요. 매일 뮤지션이 바뀌니까 매일 와도 항상 다른 음악을 만날 수 있죠. 재즈라는 분야가 아직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데 연주자들에게도 좋은 홍보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만 ‘열린 객석’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열린 무대’라는 것이 대학생 이유진(25)씨의 말이다.

KT 경영홍보담당 최재근 상무는 “ ‘에코라운지’, ‘쇼라운지’, ‘쿡라운지’ 등 공연장 주변에 마련된 공간은 각각의 테마 아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첨단 기기를 무료로 이용하며 게임도 즐기고 최신 영화도 볼 수 있는 개방된 쉼터”라며 “광화문을 찾는 시민들이 문화와 IT를 함께 즐기는 새로운 체험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