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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말랭이

중앙선데이 2010.11.20 23:16 193호 11면 지면보기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 보면 간혹 사진 찍히기 싫다는 분도 계십니다. ‘늙어서 안 예쁘다’와 ‘일하던 옷이 더럽다’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사진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세월을 느끼고 삶을 느껴서 찍고 싶으니,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해서 살살 웃어가면서 눈치껏 합니다. 소축마을 입구에 방앗간이 있습니다. 문 닫은 방앗간 양철 지붕의 ‘뼁끼칠’이 나이가 들어 색이 썩 고왔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방앗간에 딸린 집 옥상에서 아주머니가 불쑥 말을 건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뭐하세요?” “사진 찍어요. 아주머니는 뭐하세요?” “뻬대기(대봉감을 네 등분으로 잘라 말린 것. 일반적으로 감 말랭이라고 함) 말려요.” “옥상엔 어떻게 올라가요?” “저~리 돌아와요.” 이 정도면 아주 호의적입니다. 이미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애들 주려고 말려요. 하나 먹어 보세요.” 날이 쌀쌀해 쓰고 있던 마스크도 벗어가며 열심히 말씀하십니다. 물론 저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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