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인세 인하로 생긴 이익, 소비자·근로자·주주·법인 나눠 가져

중앙일보 2010.11.20 01:15 종합 4면 지면보기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규정했다. 예산과 함께 가치 배분의 큰 축인 세금을 다루는 게 바로 정치다. 요즘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철회 공방, 재료만 놓고 보면 선진국 정치 뺨치는 수준이다. 새로운 세금 도입을 둘러싼 공방은 과거에도 있었다. 부가가치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소득세와 법인세라는 세제의 줄기에서 이처럼 요란스러운 논쟁이 우리 정치권에서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실증적 논리의 대결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산을 포함한 재정 전반의 논의, 서비스 부문의 규제 완화 같은 시장과 경쟁력을 키우는 논의와도 절연돼 있다. 그래서 표밭을 의식한 정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이 시점에 잊고 있는 감세의 논점들을 짚어본다.


감세 논쟁 3 대 포인트
① 부자 위한 감세인가 아닌가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자 감세’. 이거, 보수정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득세율 최고구간에 해당하는 ‘부자’에 대한 세율은 김대중 정부 이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였다. 최고소득구간 세율은 김대중 정부 시절 40%에서 36%로 10% 줄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36%에서 35%로 3% 줄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이 구간 세율을 35%에서 33%로 6% 줄이기로 했지만 재정건전성을 감안해 2년간 이를 유보했다. 진보정권에서 감세 혜택을 누렸던 한국의 ‘부자들’이 정작 보수정권 아래서는 아직 ‘감세 밥상’에서 첫술조차 뜨지 못했다. 현재 여당 분위기는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거나(박근혜 안), 최고구간을 새로 만드는 방식(안상수 안)으로 조정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법인세 인하도 야당의 ‘부자 감세’ 포화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돈 많이 버는 대기업에 세금을 굳이 깎아줄 필요가 있느냐는 감성적인 접근, 그리고 실제 세금을 내려도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감세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 효과는 주주·근로자·소비자 등 다양한 계층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감세가 곧 부자만을 위한 특혜 조치라고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한국조세연구원의 2008년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내리면 ▶소비자 17% ▶근로자 8.5% ▶주주 15% ▶법인(재투자) 59.5%로 감세의 이익을 나눠 갖는다.



여당 의원들은 국제경쟁력을 감안해 법인세 감세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도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세율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국제적인 조세경쟁 속에서 소득·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게 감세론의 논리다. 정부도 감세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경제위기 이후 나빠진 재정을 메우기 위해 각국은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추진하면서도 법인세는 유지하거나 인하하고 있다. 개방경제하에서 다국적 기업은 소득과 설비를 이곳저곳으로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세율이 높으면 세원이 해외로 빠져나가 세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소득세의 경우도 해외 숙련 근로자 유치 등을 위해 전반적으로 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영국·그리스·포르투갈 등이 소득세율을 올렸지만, 재정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예외적인 조치였다.



 서경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