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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비즈리더와의 차 한잔 인도네시아의 한상(韓商), 코린도 그룹 승은호 회장

중앙일보 2010.11.20 00:27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선견지명은 무슨 … 운이 좋았던 거지”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재계 20위권의 대기업이다. 목재·제지·화학·물류·금융 등 계열사가 30여 개에 달하는 이 회사의 연매출은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다. 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은 바로 한국인 승은호(68) 회장이다. 그는 놀랍게도 맨손으로 회사를 키웠다. 그에게 사업 비결을 묻자 “첫째도 운, 둘째도 운, 셋째도 운”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그의 ‘운(運) 경영론’을 들었다.



글=김창규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어떻게 인도네시아에 가서 사업을 하게 됐나요.



 “아버지가 목재회사를 했어요(※그의 부친은 동화기업을 창업했던 고 승상배씨다. 그는 아버지를 ‘영감님’이라고 표현했다). 1960년대에 원목을 주로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에서 사왔지. 그런데 직접 인도네시아에 가서 벌목해서 들여오면 좋지 않겠느냐고 해서 69년에 처음 가게 됐지요. 그때 미국에 살면서 원목사업을 총괄했지.”



●그러면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거군요.



 “그게 아니오. 1975년 동화기업이 부도가 났어요(※당시 승상배 동화기업 사장은 사정기관으로부터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에게 도피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을 받다가 탈세 혐의(후에 무혐의 판결)로 구속되고 회사는 부도가 났다). 사고(부도)가 나니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단지 하나 갖고 있는 것은 벌채허가권이었어요.”



●그게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나요.



 “당시 나와 거래하던 일본 기업의 부장이 그러지 말고 당신이 직접 목재회사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는 거야. 일본 기업이 홍콩에 회사를 세워서 인도네시아의 내 회사에 장비(30만 달러 규모)를 빌려주면 나는 목재를 생산해 일본 기업에 파는 식이었지. 결국 5년 만에 장비 값을 다 갚았어요.”



●사업을 잘하셨군요.



 “운이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실력이 있어도 운 있는 사람에게는 못 당해. 그때 막 원목 값이 올랐어요. 그런 데다 각 나라에서 서로 원목을 사겠다고 했지. 수종도 좋았고. 그러니까 5년 만에 빚을 다 갚았지.”



●회사 이름이 독특한데요.



 “일본 기업의 도움으로 회사를 차릴 때 이름을 고민했어요. ‘인도네시아’와 ‘코리아’를 합쳐 ‘인도코’ ‘코린도’ 등을 생각하다가 코린도가 느낌이 좋아 그냥 정했지.”



●정글에서 사업하려면 어려움 많았을 텐데요.



 “말도 마요. 별일 다 있었지.”



 그는 웃으면서 여러 ‘사건’을 전했다.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황당하기도 하고 섬뜩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한국인 직원이 인도네시아 직원이 일을 잘 안 하니까 몇 대 때렸나 봐. 직원 8000여 명 가운데 대부분이 폭동을 일으킨 거야.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난리가 났었지. 결국은 군인이 투입돼 해결됐고. 친분 있는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에게 폭동을 일으킨 직원들에게 얘기 좀 잘 해달라고 요청했지. 그 장관이 ‘한국인이 와서 인도네시아인이 일할 수 있게 공장도 짓고 있는데 이렇게 때려부수면 되겠느냐’며 설득하더라고. 또 한 번은 해고에 불만을 품은 인도네시아 직원이 한국인 노무 담당자의 목을 톱으로 그은 일도 있어요.”



●무서운데요.



 “다 그런 건 아니고…. 인도네시아 사람들 순박해요. 벌목 현장에서 한국인 부장이 무장 반군에게 잡혀간 적도 있지. 그런데 이들이 20억 달러를 요구하는 거야. 내가 그랬지 20억 달러면 난 (협상) 안 한다고 했지. 한국 정부에 얘기해서 자신들에게 무기를 공급해 달라는 거야.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사실 당시 그 사람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그래서 담배도 주고 설탕도 주고 그러니까 좋아하더라고. 결국은 2000달러로 해결했지.”



●팜 나무를 심어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요.



 “그것도 운이오. 인도네시아에는 벌채를 하면 거기에 나무를 심어야 해요. 그런데 고민이 되더라고. 그 지역은 1년에 280일가량 비가 오는 지역이었지.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나무가 잘 안 자라요. 그래서 친분 있는 인도네시아 삼림장관을 찾아갔지. 어떤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팜나무를 심으라는 거요. 팜나무는 비만 많이 오면 자란다는 거요. 중국이나 인도 사람이 튀긴 것을 좋아하니 식용유를 만들어서 팔면 되겠다 생각했지.”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나요.



 “그렇진 않아요. 6년 전 처음 팜나무를 심었는데 팜유의 t당 가격이 250달러 수준으로 막 떨어지는 거야. 그런데 3, 4년 전부터 원유 값이 오르면서 바이오 연료에 대한 가격도 크게 올랐어요(팜유는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한때는 t당 1000달러를 넘기도 했지. 지금은 700달러대를 유지하지만. 팜나무를 2만5000ha에 심었는데 올해부터는 기름을 짜서 팔 거요. 다른 사람들은 선견지명이라고 하는데 선견지명은 무슨…. 재수가 좋았지.”



●그런데 어떻게 회장님에게만 운이 반복됩니까.



 “진짜야. 운이 없었으면 지금 어떻게 (팜유를) 팔 수 있겠나. 당시엔 그게(팜유) 있어도 팔 데가 없었거든.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거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과 달라요. 인도네시아에 있는 상당수 외국인이 주재원이라면 한국인은 상당수가 자신이 사업하는 사람이지. 회사가 크건 작건…. 그러니 일하는 태도가 다르지. 잘나가는 한국인이 많아요. 인도네시아가 한국인이 일하기 쉬운 분위기인 것 같아. 인도네시아도 인간관계를 중시해요. 한국인이 그런 것을 잘하거든.”



 그는 인도네시아에 한국인 소유 기업이 1300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봉제에서만 한국 기업이 고용한 현지인이 50만 명, 전체 한국인 소유 기업이 고용한 현지인은 7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성공을 운 덕으로 돌렸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현지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 말을 듣는 경청의 자세 ▶시의적절한 사업 추진 등 최고경영자(CEO)로서 갖춰야 할 덕목만은 고루 갖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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