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더의 서가]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김진호 GSK 한국법인 사장

중앙일보 2010.11.20 00:18 주말섹션 14면 지면보기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할 수 있죠





해외 출장이 많은 나는 비행기 안에서 주로 미팅을 위한 서류를 보거나 e-메일을 체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나에게 한 직원이 권한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책은 바쁜 일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책이 국내에서 발간된 것은 최근이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12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470여 쪽이 넘는 만만치 않은 두께지만 경쾌한 느낌의 삽화와 사진이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독일에서 대학병원 의사로 일하며 코미디언으로도 활동 중인 작가(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의 재미있는 이력처럼 행복에 대한 우리의 고정된 시각을 탄탄한 의학적 지식과 진솔한 사례를 통해 유쾌하게 깨버린다.



 이 책은 우리가 단지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고 ‘남들보다 더’ 행복하기를 원하는 점을 지적한다. 흔히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행복을 판단하는 비교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할 수 있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리스트와 비교해 아쉬움이 남지만, 동메달리스트는 시상대에 오를 수 없었을지도 모를 상황과 비교하기에 행복한 것이다. 이처럼 비교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일에 있어서의 ‘행복’은 누구와의 비교가 아니라 일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몰입’이라는 설명에 공감한다. 자신의 관심과 동기, 주변 여건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룬 몰입의 상태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한다는 야심을 버리고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즉 외부의 인정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만족이 더 큰 만족감을 주고 행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한 우체국 직원에게 매일 편지에 똑같은 스탬프를 찍는 일이 지겹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니요, 매일 날짜가 다른걸요.” 그는 정말 행복하도록 타고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일과 자신이 하나가 되면 행복해지고 일이 나를 짓누르게 두면 불행해진다. 지금의 나 자신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야말로 현대 사회인의 ‘행복의 순간’일 것이다. 우리 직원도 이러한 ‘행복한 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노력하는 게 나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마지막에 “행복해지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간단하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행복은 우리 모두가 가장 꿈꾸는 삶이기에 간단히 여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한참이나 읽다가 우연히 오른쪽 하단의 펭귄 만화 플립북을 발견한 순간처럼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발견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