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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화환 재사용 막아야

중앙일보 2010.11.20 00:13 종합 37면 지면보기






임기병
경북대 원예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화환의 재사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례식에 사용되는 근조화환이 대표적이다.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당장 화환을 회수해 가는 업체가 없다면 일회성 화환의 처리가 골칫거리일 것이다. 병원과 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재사용’ 정신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특정 업자들의 돈벌이에 악용되고 있다.



 연간 경조사용으로 쓰이는 화환의 수는 대략 700만 개에 이른다. 이 중 약 30%인 210만 개 정도가 재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은 화환을 주문할 때 당연히 싱싱한 꽃으로 화환을 만든 줄 안다. 몇 번씩 사용한 꽃을 재사용한다는 건 엄밀히 말하면 ‘사기 판매’라고 할 수 있다.



 화환의 재사용은 상도덕에 어긋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화훼 소비를 막아 우리나라 화훼 농민의 시름을 더욱 가중시킨다. 재사용을 막는다면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약 10~15% 더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질적인 유통구조와 기형적인 소비로 인해 단가 면에서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화훼 재배 농민은 투자된 시설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 처지다.



 꽃은 공공연히 과소비 품목에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1만원짜리 커피 한 잔과 5만원이면 푸짐한 꽃바구니를 비교해 보자. 금방 마셔버리면 남는 게 없는 커피가 과소비가 아닐까. 네덜란드는 매년 화훼 수출로 60억 유로의 경제적 이득을 본다. 이 나라 경제수지 흑자의 60%를 차지한다. 러시아에선 남자가 여자에게 수시로 꽃을 선물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고 한다. 쌀 농민처럼 꽃 농사 짓는 사람도 농민이다. 모두 우리 경제의 소중한 밑거름이란 점을 알았으면 한다.



임기병 경북대 원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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