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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Insight]‘있는 그대로의 메이크 업’ 바비 브라운, 미(美)의 철학을 말하다

중앙일보 2010.11.20 00:07 주말섹션 8면 지면보기




자신의 이름이 곧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여성. 나오미 캠벨, 시에나 밀러, 귀네스 팰트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화장을 해주는 유명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해 자신이 직접 개발한 화장품을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은 여성. 걸어다니는 ‘바비 브라운의 브랜드 광고판’이라 할 만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가 바비 브라운(53)이다. 하지만 그는 여성들의 단점을 자극해 상품을 팔고 매출을 확대하는 기존 뷰티 산업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아름다움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과 건강한 내면에서 나온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바비 브라운을 16일 만나 인생과 미, 경영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었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시작은 미약했다

 브라운 CEO는 “어릴 때부터 과학·숫자와는 거리가 먼 대신 창조적인 작업을 좋아했다. 특히 메이크업이 너무 좋았다”고 회고했다. 친구들이 학교 연극에 출연할 때 화장을 도맡아 해줬다. 매거진에 난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관한 기사를 보고 “그래, 이게 바로 내가 할 일이다”라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보스턴의 에머슨대에 입학해 무대 메이크업을 전공하게 됐다. 졸업 후 크게 성공하고 싶은 생각에 무조건 뉴욕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뉴욕 아파트 임대료를 1년간 대주기로 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번호부에서 모델 에이전시의 전화번호를 무조건 뒤지는 일부터 시작했다. 아는 사람도 연줄도 없었다. 무슨 일이든 주어지는 대로 닥치는 대로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첫 번째 제대로 된 작업은 ‘글래머’ 매거진에 등장하는 모델의 화장과 머리를 해주는 일이었다. 그는 “기사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신의 이름이 인쇄돼 나왔을 때 가슴이 벅찼다”고 회고했다.

 브라운의 전공은 출연 배우들의 극중 배역을 극대화하는 무대 화장이었고, 그가 뉴욕에 자리잡은 시기 역시 인위적인 화장, 일명 ‘글래머러스 메이크업’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그런 그가 왜 화장법에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변신을 하게 됐을까. 브라운은 “연극 대본을 읽고 출연한 배우의 캐릭터를 살리는 무대 메이크업을 하다 보니 각각의 여성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한다. “그 같은 개성과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주는 게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인위적인 것을 하다 보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나의 MBA(경영학 석사) 학위는 아버지였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인생에서 회사 경영의 기본을 배웠다는 얘기다. 캐딜락 딜러로 자동차 판매 대리점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성실하게 일했고, 주변 사람에게 항상 친절했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이 같은 점을 기억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애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좋은 평판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생활 10년 만에 기존 립스틱에 불만을 느껴 스스로 만들게 됐다. 그것이 바비 브라운 화장품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1991년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 테이블 한 개를 빌려 입점했다. 한 달 동안 100개 정도 팔릴 것으로 봤는데 하루에 100여 개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후 니만마커스·삭스 등 다른 유명 백화점에서 잇따라 입점 제의가 들어왔고, 광고 한 번 없이 그의 브랜드는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가 됐다. 이후 95년 화장품 거대 기업 에스티 로더에 경영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회사를 매각했다. 그는 이후에도 지금까지 바비 브라운 브랜드를 지휘하며 회사를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키웠다.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

그가 낸 6권의 책은 모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다. 올해 새로 『아름다움이 지배한다(Beauty Rules)』를 냈다. 5~25세의 어린 또는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가에 관한 조언이다. 브라운은 “책에 사진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내 주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한다. 커버에 등장한 건강한 아름다움의 여성도 그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다.

 그는 “ 트렌드를 미친 듯이 쫓아가라고 강요하는 요즘 세태를 따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요즘 강조하고 있는 ‘프리티 파워풀(Pretty Powerful)’ 캠페인도 모든 여성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고, 자신감을 갖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의 여성도 충분히 아름답다”며 “다만 화장하면 여성을 더욱 파워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너무 결점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고 자신답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들려준 에피소드 하나. “어릴 때에는 검은 머리와 큰 코, 작은 키 때문에 스스로 못생겼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동네 메이크업 가게에 가서 처음 받은 메이크업은 이런 생각을 더 심하게 만들었다. 내게 화장을 해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내 피부 톤이 너무 노랗다며 핑크빛으로 피부를 바꿔놨다. 입술이 너무 얇다며 입술을 두껍게 그렸고, 눈이 너무 작다며 아이라인을 과다하게 강조했다. 코가 너무 높다며 낮아 보여야 한다고 음영을 넣었다. 이런 화장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라면서 점차 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깨달아 갔다. 화장법도 여성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해 표현해 주면 좋겠다고 느꼈다.” 바비 브라운 브랜드의 바탕이 된 철학이다.

 그는 ‘드레스 포 석세스’(저소득층 여성의 취업과 재기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와 10대 미혼모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나는 제품을 파는 데 관심이 없다. 그것보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브라운은 강조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전파하는 ‘헬스(Health)’ 매거진의 뷰티&라이프스타일 에디터를 맡은 것도 그래서다.

 #생활 속에서 지키는 원칙들





그는 “주름살도 아름답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그런 점에서 타고난 건강함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건강함은 물려받은 것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브라운 CEO의 하루하루 생활엔 건강한 습관이 잘 배어 있다. 그는 운동, 물, 잠, 요가, 모이스처라이저(보습제), 그리고 건강한 식사를 강조한다. 1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미국 뉴욕 소호의 바비 브랜드 본사엔 회의가 열릴 때마다 샐러드·생수·야채구이 등 건강 메뉴가 테이블에 가득 놓인다. 회의 때도 끼니를 거르지 말고, 먹으려면 건강식을 먹어야 한다는 그의 배려다.

 그는 자신의 회사 주변에 ‘스피닝 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스피닝은 에어로빅처럼 강사의 독려에 따라 여러 명이 즐겁게 함께 하는 실내 사이클링 운동이다. 브라운은 “요즘엔 바빠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스피닝 스튜디오에 가지 못하는데 일주일에 2~3번은 가려고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신선하다, 간단하다, 쉽다, 편안하다’ 같은 것들이다.

 자신의 피부관리에도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답다’는 철학이 반영돼 있다. 그 자신도 스스로 진하지 않은 화장을 한다. 화장품 회사 CEO인데도 불구하고 피부과는 1년에 한 번 정도만 간다. 주로 받는 시술은 레이저다. “어둑어둑한 점들을 간편하게 없애준다는 점에서 레이저는 참 고마운 기계”라 고 말했다.

바비 브라운의 일하는 방식

행복 우선 자녀가 아픈 직원에겐 “빨리 집에 가라” 등 떠밀어

느낌 중시 부사장 ‘필’ 맞아 채용 … 이력서 안 봤지만 대성공


바비 브라운은 “창의성이 나오려면 즐겁게 일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 “행복한 삶에서 열정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가족을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도 그래서 나왔다. 직원들이 애완견을 회사에 데리고 오거나, 아이를 데리고 함께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다. 자녀가 아프다거나 집안에 일이 있다고 하면 브라운 CEO가 직접 “빨리 집에 가라”고 등을 떠민다. 본인도 이를 실천한다. 그의 해외 출장은 ‘가족여행’이다. 출장 갈 때는 많은 경우 가족 9명으로 구성된 대부대가 함께 움직인다. 아들 세 명에 조카들, 어쩔 땐 아들의 여자친구도 끼어든다.

 자신의 회사를 만든 것도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출장과 야근이 거듭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반면 CEO는 자신의 스케줄을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회사를 매각한 것도 많은 부분 ‘행복한 삶’과 연관이 있었다. 회사가 커지고 매출이 늘자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어 불행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원래 지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원래의 비전이 흔들리는 것도 고민이었다. 이때 세계 2위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가(家)의 장남이자 당시 회장 레너드 로더가 다가왔다. “당신을 보면 우리 어머니(에스티 로더)가 생각난다. 아름다움을 향한 당신의 열정은 어머니가 회사를 만들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브라운을 설득했다. ▶경영권을 보장해 주고 ▶제품 개발에 관한 전권을 주며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인프라도 도와 주겠다는 제안에 결국 매각을 수락했다.

 매각은 브라운과 에스티 로더에 ‘윈-윈’이었다. 1995년 매각 이후 55개국에 진출한 바비 브라운은 전 세계 매출이 2005년 3억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억2000만 달러(약 7000억원)로 늘었다. 브라운 CEO는 제품 개발에 전념했다. 젤 형태의 아이라이너, 스틱 형태의 파운데이션, 반짝이는 섀도 겸 하이라이터인 ‘쉬머 브릭’, 결점 커버용 ‘스폿 커렉터’ 등 ‘최초’의 제품을 쏟아냈다.

 뉴욕 소호의 바비 브라운 본사에서 최고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적절한 임무를 배분하는 것도 브라운 CEO의 일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이를 발전시킬 만한 직원들에게 보낸다.

 직원 선발 방식도 전통적인 것과는 다르다. 광고 전략을 성공적으로 총괄해 온 베로니카 울머 부사장의 채용 과정도 그랬다. 브라운은 “이력서도 경력도 안 봤다. 어느 날 우리 회사에 일하고 싶다고 집으로 찾아왔는데 ‘필’이 맞아 채용했고, 내 감이 정확했다”고 말했다.

 브라운 CEO는 “얼마나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까보다 기존의 화장품에 있는 문제가 뭘까를 생각한다”고 말한다.

 특히 젤 아이라이너 개발 과정은 작은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는 그의 습성을 보여준다. 어느 날 급히 화장할 일이 있었지만 수중에는 마스카라뿐이었다. 할 수 없이 마스카라를 면봉에 찍어 눈에 아이라이너처럼 발랐는데 번지지도 않고 자연스러웠다. “이거다” 싶었다. 용기는 책상 위의 1920년대 잉크 병에서 영감을 얻었다. “적당한 고체형으로 만들어 잉크처럼 찍어 쓰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구체화됐고, 성공적인 젤 아이라이너가 세상에 나왔다.

 브라운 CEO는 “영감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얻는다”고 말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영감의 대상이지만 특히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기자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관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브라운 CEO는 “바비 브라운의 롤 모델은 랄프 로렌”이라고 털어놨다. “랄프 로렌이 생긴 지 43년이 지났지만 세계 어느 곳의 랄프 로렌 숍에 들어가도 초기의 브랜드 정체성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바비 브라운의 10단계 화장법 레슨





눈 화장보다 블러시와 입술 화장을 먼저 하는 것이 포인트. 그러면 립스틱 색상에 맞춰 본인에게 어울리는 눈 화장 색상을 빠르고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음식·날씨·스트레스 등에 따라 매일 피부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스킨 케어 단계를 조절해야한다. 보습제와 아이크림은 꼭 챙겨 바르길. 아이크림은 눈 밑에 컨실러를 매끈하고 균일하게 펴바르기 위해 필요하다.







j 칵테일 >>“한국 여성들 그냥도 아름다워요”

“한국 여성들은 아시아 중 가장 서구화돼 있는 것 같다.”


서울 삼청동과 압구정동 가로수길을 돌아본 그의 한국 여성들에 대한 평가다. “뉴욕에 지금 바로 가 있어도 뉴요커가 아닌 것을 아무도 눈치 못 챌 정도다. 패션의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그 패션에 묻히지 않고 편안해 보이는 것도 특이하다. 자신감이 넘쳐서 아닐까.” 그는 “한국 여성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답다”며 “굳이 서구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 “단팥죽 너무 맛있어요.”

방한해 삼청동에서 단팥죽을 맛본 바비의 반응이다. 뉴욕 근교 뉴저지 몽클레어에 사는 그는 다인종·다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는 “내가 사는 뉴저지 인근엔 거주 인구 중 90%가 아시아인인 곳도 있다”고 강조했다. 큰아들의 여자친구도 필리핀 여성이라고 한다. 이런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아시아 여성을 위한 제품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백 제품, 페일모브(채도가 낮은 핑크빛) 립스틱, 연하게 빛나는 아이섀도 등 아시아 여성을 위해 내놓은 많은 제품은 오히려 미국 본토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평소 식단도 밀가루와 빵보다는 브라운 라이스를 고집한다. “식재료에 예민해 밀가루를 먹으면 쉬 피곤해진다”고 털어놓는다.

>> 노란색의 재 발견

‘모든 인종 여성들의 피부엔 노란색이 들어가 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파운데이션은 여성의 피부 색깔을 정확하게 분석해 이를 자연스럽게 살려준다. 그 밑바탕에는 노란색에 대한 발견이 깔려 있다. 이를 깨닫게 도와준 것은 자메이카인과 아시아인 혼혈인 사진작가 월터 챈이다. 모델과 사진작업을 함께하던 챈이 사진을 분석해 보더니 매번 “바비, 얼굴 화장을 한 후 모델의 얼굴 색깔이 몸과 달라졌어요. 몸에도 화장을 해야겠는데요”라고 말했다. 메이크업 전문 가게를 뒤져 노란색을 사서 섞어 얼굴에 발라줬더니 얼굴 색깔이 몸 색깔과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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