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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현대건설 인수 자금 1조2000억 논란

중앙일보 2010.11.20 00:05 종합 18면 지면보기
‘1조2000억원이 누구 돈이냐.’


현대증권 노조 “외국 투기자본 소문 있다”
현대그룹 “정당하고 적법한 자금”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자금 증빙자료로 제출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명의의 1조2000억원짜리 예금잔액 증명서의 정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상선이 공시한 2009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프랑스 법인의 자산 규모는 215만8000유로(약 33억원, 현대상선 공시 기준). 이 정도 규모의 법인이 어떻게 1년도 채 안 돼 자산의 360배에 이르는 1조2000억원을 예치했는지가 논란의 초점이다.



 현지법인이 장사를 잘해 이 돈을 벌어 예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투자유치나 차입 등으로 구한 돈일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계열인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외국 투기자본인 넥스젠캐피털이 현대건설 인수에 뛰어들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넥스젠캐피털은 2006년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소유권을 놓고 현대중공업그룹과 지분 경쟁을 할 때 현대그룹 쪽에 서서 상선 주식 약600만 주를 샀던 적이 있다.



당시 넥스젠은 주식 매입대금에 대한 이자비용과 5년 뒤 주식을 처분해 생기는 이익의 20%를 현대그룹에서 받기로 했다. ‘주식 스와프’ 계약이었다. 주가가 떨어지면 현대그룹이 손실을 메워준다는 조건도 있었다.



현대증권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넥스젠은 주식 스와프 등을 하는 투기자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참여시킨 투기자본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듯 넥스젠과 협력하면 현대그룹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나중에 대우건설 주식을 비싸게 되산다고 약속했던 게 화근이 돼 자금난에 빠졌다.



 ◆현대그룹 반발=현대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증권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입찰 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자금 출처에 대해선 “정당하고 적법한 자금으로, 상세한 내용은 최종 주식매매계약(본계약)에 서명한 뒤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각 주간사에 공문을 보내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증빙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비밀유지 의무 조항과 채권단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금지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증권 노조가 의혹을 제기했는데 왜 우리에게 책임을 돌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 “자금 확인했다”=익명을 원한 채권단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게 본격적인 재확인 작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채권단 간사인 외환은행은 19일 성명을 통해 “예금잔액증명서가 해당 은행에서 발급됐고, 자금이 입찰 당일에도 계좌에 있었으며, 사용제한도 없음을 확인했다”며 “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하는 공증기관의 공증내용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익명을 원한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자체를 재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조2000억원이 빌린 돈이라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높아져 감점 요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현금을 계좌에 넣어놨기 때문에 자기자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권혁주·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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