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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칼럼] “우리 외침이 수단의 피를 멈춥니다”

중앙일보 2010.11.20 00:03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조지 클루니(Not On Our Watch 공동대표)



마침내 미국이 개입을 했다.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은 존 케리 상원의원을 아프리카 수단에 급파했다. 수단 남부와 북부 사이의 평화구축을 위한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20년간 남북 내전으로 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유혈 참극을 종식시키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수단 내전은 2005년 휴전협정을 통해 공식적으론 끝났지만 최근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수단의 평화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냈다. 이번 수단 방문에서 케리 의원은 수단 남북 사이에 놓인 불신의 통나무 더미를 부숴버릴 제안서 묶음을 들고 갔다. 우리는 수단의 평화를 위한 일괄 타결 협상안(Grand bargain)이 받아들여지려면 어떤 필수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홈페이지(www.sudanactionnow.org)를 통해 꾸준히 촉구해 왔다.



 수단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남부 수단은 2011년 1월 9일 북부로부터 독립한다는 안건을 놓고 찬반 국민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남부가 독립하면 석유 매장량의 75%를 차지하게 되지만, 그 대가로 수백만 명의 민간인이 전장(戰場)으로 내몰릴 게 뻔하다. 무엇보다 북부에 자리 잡은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행정부를 오마르 알바시르(66)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는 것도 전운의 냄새를 풍긴다. 그가 어떤 인물이던가. 내전 당시 온갖 전쟁 범죄와 2003년 20만 명이 숨진 다르푸르(수단 서쪽 끝 분쟁지역) 대학살의 책임자로 지목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람이다.



 물론 수단의 전쟁 재발이 필연적인 건 아니다. 이해 당사자들이 깊숙이 머리를 맞대고 얘기한다면 복잡하지만 작동 가능한 평화해법을 끌어낼 수 있다. 지금은 투지 넘치는 외교전을 펼쳐야 할 순간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말이다. 그런 점에서 케리 의원은 숙련된 특사다. 수단의 당사자들이 타협에 이르도록 중재 역할을 잘 해낼 것이다.



 전쟁으로의 회귀(回歸)를 막는 협정에 도달하려면 북부를 대표하는 집권 국민의회당과 남부의 대표인 수단인민해방운동(SPLM)이 당사자로 마주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남부의 국민투표가 끝난 뒤 미국이 북부·남부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협정 타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수단의 항구적 평화에 주춧돌을 놓기 위한 일괄타결 협상이 이뤄지려면 몇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 남부의 국민투표가 제 날짜에 치러지도록 하면서 결과를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이행토록 하는 일이다. 둘째, 아비에이 지역의 국경 분쟁에 대해 상호 만족하는 협정을 도출해야 한다. 셋째, 매장된 석유를 남과 북이 다년간 균등 분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넷째, 다툼이 없는 80%의 국경에 대해선 분명히 경계를 정하되, 20%의 분쟁 지역은 국제적인 관할로 두어야 한다. 다섯째, 북부에 거주하는 남부인이 해를 입지 않도록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중재자 입장에서 하르툼 정부를 평화협정에 이르게 할 다양한 유인책을 던져야 한다. 예컨대 협정의 대가로 수단에 지속적이고 법적 구속력 있는 관계 정상화를 보장해줄 수 있다. 또 수단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고, 대사(大使)를 교환하며, 부채 탕감을

도와줄 수도 있다. 거꾸로 수단이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국제사회와 함께 혹독

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다르푸르에서의 평화와 안전망 확보는 미국과 수단의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상징물이 될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이를 단단히 인식하고, 별도의 고위 관료를 지

정해 다르푸르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다. 미국뿐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인접국인 이집트·에티오피아·케냐 등도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석유 자원 개발을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 한 중국도 외교적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세계를 위해 책임감 있는 주주(株主)로서 행동할 것인지 말이다.



 평화협정 타결을 위해선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정부를 압박하라. 평화협정을 지지하라. 당신의 목소리가 전쟁을 막는다. 총은 필요 없다. 돈도 아니다. 우리의 목소

리가 피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Not On Our Watch=조지 클루니가 2007년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 등 영화 ‘오션스 13’에 출연한 배우들과 함께 세운 인도주의 자선단체. 약 90억원의 구호기금을 모아 다르푸르 주민 지원사업 등을 펼쳤다. 그 공로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8년 1월 클루니를 유엔 평화사절로 임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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