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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동호회 활동 지원합니다

중앙일보 2010.11.16 21:39



음악·연극·무용·미술·영상… 동료들과 함께 즐겨요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해 취미생활을 시작했어요.” 말은 쉽다. 하지만 의외로 녹록지 않은 게 취미생활이다. 더욱이 매일 출근 하고, 가정도 돌봐야 하고, 수시로 야근까지 하는 직장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직원들의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회사일 못지않게 취미생활에도 열심인 이들을 만났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되면 화장품 회사 제닉(대표이사 유현오·서초구 양재동)은 분주해진다. “따로 연습했니?” “숙제는 하셨어요?” 들뜬 대화도 오간다. 오후 6시30분부터 ‘클래식 악기’ 사내 동호회 활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악기는 바이올린, 플루트, 클래식 기타 등 세 가지다.



회사 지하 1층 회의실에선 바이올린, 지상 6층 강당에선 플루트, 그리고 1층에 있는 사내 카페에선 클래식 기타 수업이 열린다. 지난달 중순부터 진행된 이 동호회 활동에는 본사 직원 30명 중 23명이 참여한다. 그 중 악기를 다뤄본 사람은 단 두 명. 대부분 초보지만 표정이나 자세는 프로 못지않게 진지하다.



사내 동호회 활동을 제안한 사람은 유 대표다. 먹고 마시는 회식 대신 동호회 활동을 통해 직원 간 친목을 다지고 창의적 사고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제닉과 같은 중소기업이 사내 동호회 활동을 지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때마침 문화예술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중앙회(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즐거운 예술, 신나는 일터(이하 즐터)’ 프로젝트 소식을 접하고 발빠르게 신청했다.



제닉은 즐터를 가장 먼저 신청한 회사다. 그러나 처음부터 직원들의 참여율과 열정이 지금과 같았던 건 아니다.



프렌차이즈팀 정혜영(47) 이사는 “좋은 취지라는 걸 알면서도 한편으론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더라”고 말했다. 결혼 20년차인 정 이사는 “그동안 회사일과 집안일에 치여자기계발은 꿈도 못 꿨다”며 “뒤늦게 바이올린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고 성취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에스테틱 사업팀 엄미선(47) 이사도 마찬 가지다. “아이가 다 큰 후 등산이나 헬스를 다녀본 게 취미생활의 전부”라는 엄 이사는 “노래 듣는 건 좋아했지만 직접 악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엄 이사는 플루트를 배운다. 처음엔 단지 악기가 예뻐서 선택했는데, 예상 외로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 요즘엔 자신감이 생겼다. “1주일에 한 번 수업을 받는 것 외에 집에서 1회 정도 따로 연습 해요. 두세 달 지나면 곡을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호회 활동이지만 직원끼리 은근히 경쟁도 한다. 그러다보니 배우는 속도가 늦는 직원은 마음이 초조해지기도 한다. 초보자가 배우기 쉽다는 얘기에 솔깃해 플루트를 고른 에스테틱팀의 윤안나(30)씨는 “시작하고 나서야 입술과 구강 구조상 플루트 소리를 내는 게 어렵다는 걸 알았다”면서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 할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윤씨는 개인적으로 잘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 팀에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개인 레슨을 받거나 학원을 다니려면 비용이 만만찮을 뿐아니라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거든요.” “앞으로 2기, 3기로 활동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윤씨는 “내년 초 사내 공연을 목표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나중엔 봉사활동도 다닐 계획”이라고 전했다.



직장이 즐거워지는 프로젝트, 즐터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즐거운 예술, 신나는 일터’는 예술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과 직장의 문화예술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술의 교육 효과를 동호회에 접목해 직장인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팀 고대성 실장은 “신청자들과 면담하다 보면 ‘그동안 동호회 활동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다’는 이들이 많다”며 “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합창편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신청한 기업이 많다”고 소개했다. 신청한 기업은 기업예술 코디네이터와의 상담을 거쳐 음악·연극·무용·미술·영상 등의 동호회나 워크숍 활동을 지원 받게 된다.



현재 신청한 21개 중소기업 중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은 제닉을 포함해 3개다. 카드 제조업체인 유사미(구 바른손카드)는 영상을, 도로교통표지판 제조업체인 동우산업은 사물놀이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밖에 남성중창단 활동을 지원받는 경인기계, 타악 동호회를 결성한 가방 제조업체인 삼덕상공,뮤지컬 동호회를 만든 서린바이오사이언스등이 있다.



즐터는 11월 말까지 e-메일(dam123@kbiz.or.kr)로 신청하면 된다. 사업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문의=02-2124-3206~8(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팀)



[사진설명]클래식 악기 동호회 활동에 푹 빠진 화장품 회사 제닉의 정혜영·이정원·고현진·윤안나·여은경·엄미선씨(왼쪽부터).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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