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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체벌 금지’ 가 정착하려면

중앙일보 2010.11.16 20:11 종합 38면 지면보기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




“학생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이 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이 사건을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학생부장 선생님은 ‘교육청에서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어쩌란 말이야. 나는 몰라’라고 했습니다. 담임교사는 교감선생님께 갔습니다. 교감선생님은 ‘학생부장이 그렇게 말하면 결국 나한테 데려올 거 아니야.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라고 했답니다. 이런 실정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말에 권위를 갖고 따를는지 의문입니다.”



 지난 10일 강동교육청에서 열린 전교조 교사들과 곽노현 교육감의 간담회에서 한 선생님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조치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선거 때 곽 교육감을 밀었던 전교조 교사들조차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서울시교육청이 체벌 금지의 대안으로 내놓은 학생생활지도 매뉴얼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한국교총은 “체벌 금지로 교사들 간에 즉각적인 학생지도를 할 수 없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교실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체벌 없이 학생들을 지도하려고 노력하는 교사도 많다. 면목고 송형호 교사는 지난 16년 동안 체벌 없이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그의 교육방법은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이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머리를 지나치게 기른 학생들이 있다면 자치적응시간에 본인이 판단해 스스로 벌점카드를 내도록 한다. 그런 다음 벌점카드를 낸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즉시 수정하는 태도를 보임’이라고 입력한 뒤 이를 학급신문에 공지한다. 이러면 웬만한 ‘골통’들도 머리를 자르고 온다는 것이다. 송 교사는 문제아일수록 인정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업을 자주 빼먹는 아이가 그렇지 않았을 때는 반드시 칭찬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썼는데도 계속 문제 행동을 저지르는 학생들은 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실제로 송 교사는 부모를 설득해 문제학생에게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게 한 뒤 사람이 완전히 바뀐 사례를 여러 번 경험했다. 송 교사는 “체벌을 없앤다는 게 교사 입장에선 가시밭길을 걷는 것과 같다. 하지만 총기사고까지 일어나는 미국 학교에도 체벌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체벌은 뿌리 깊은 관습이다.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에도 아이가 훈장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맞고 울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예전처럼 심한 구타는 거의 사라졌지만 교사들은 체벌을 훈육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관습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생활지도 매뉴얼은 졸속이라는 느낌이 든다. 체벌 금지가 정착하려면 되도록 많은 교사가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개발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또 모든 교사가 이를 체화해야 한다. 만약 교사들이 체벌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아이들 훈육에 대한 책임을 미루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면 교실은 진짜 붕괴될 것이다.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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