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민참여예산제’ 전문가 포럼] “단체장·공무원 의지에 성패 달렸다”

중앙일보 2010.11.16 03:23 2면 지면보기
“읍·면·동 주민숙원사업 등 ‘쉬운 것’부터 차근 차근 접근해 가자.”(전종한 천안시의원)



 “조례 제정에 앞서 관계 공무원의 적극적 참여 자세가 중요하다.”(전성환 천안YMCA 사무총장)



 “예산안 편성 공무원들 업무가 크게 느는 등 어려움이 많다.”(박재현 천안시 정책팀장)



 천안시가 11일 개최한 ‘주민참여예산제’도입을 위한 전문가포럼에서 나온 토론자 의견들이다. 참여예산제란 시민들이 자신들에게 절실한 사업을 시에 제안해 예산까지 편성되도록 하는 걸 말한다. 주민 시정참여의 적극적 방식이다. 시민 세금이 포함된 예산이 실제로 많은 주민이 원하는 사업에 효과적으로 쓰이게 하자는 취지다. 천안시의회는 최근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주민참여위원회’를 만들어 참여예산 등 주민들의 직접적인 시정 참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발표자로 나선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진경아 사무국장이 국내 사례를 소개했다. 2003년부터 주민참여예산 조례 움직임이 확산돼 현재 100여 곳에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가동 중인 곳은 광주광역시 북구, 울산 동구, 대전 대덕구 등 3곳 뿐이다. 전북 익산의 경우 2008년 시행됐으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처음 실시한 광주 북구는 지난해 141건의 시민 사업 제안을 받았다. 그 중 45건이 채택돼 예산 38억원이 반영됐다.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보다 저예산 사업이 주로 채택됐다. 울산 동구는 2010년 60건 사업을 시민들이 제안해 24건이 반영되고 11건이 불가 판정, 25건이 장기 사업으로 결정됐다. 대전 대덕구는 2009년 56건(96억원)제안에 23건(24억원)이 예산에 반영됐다.



 현재 천안시는 조례조차 없는 상태다. 진 국장은 “외국에선 조례 없이 참여예산제가 잘 시행되는 곳이 많다”며 “조례 제정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참여예산제를 시행하려는 사회적 합의를 보여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선결 과제는=“주민참여예산은 재정과 예산에 대한 주민의 결정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다.” 참여예산제가 모범적으로 시행되는 베를린시 리히텐베르크구 엠리히 구청장이 한 말이다. 단체장의 확고한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작동시키는 건 단체장과 시 집행부다. 진 국장은 “원주시에선 시장의 재량사업비와 주민숙원사업비 등 약 70억원을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으로 책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직접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브라질의 뽀르뚜 알레그리 시(인구 약 140만명)등은 거리투표를 통해 시민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예산심의 권한은 있지만 예산편성 권한은 없는 지방의회 의원들과의 갈등을 초래하는 지역도 있다.



 ◆어떻게 도입하나=‘함께하는 시민행동’ 오관영 운영위원은 “참여예산 정착과정 상 초기에는 일반회계 본예산을 대상으로, 그것도 국·도비가 포함되지 않은 자체 예산사업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중장기 재정계획 수립, 투융자 심사에 전문가와 함께 주민 대표가 참여하도록 하고, 각 실과에서 예산요구서를 제출하기 전 주민들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는 걸 제안했다. 행정수요자인 주민들이 사업의 우선 순위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관계 공무원들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는 “ ‘업무 증가로 행정력 소모만 초래한다’ ‘일부 시민들이 편파적 이익 추구 통로가 된다’ 등 부정적 시각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